FRED PERRY SUBCULTURE VIEWZIC SESSION 2012 | KAYIP & YI SUNG YOL ‘UNCERTAINTY’


프레드페리 서브컬처 뷰직 세션 : 카입(Kayip) & 이승열

2012년 프레드페리 서브컬처(Fred Perry Subculture)에서 기획된, 음악과 비주얼을 동시에 아우르는 공연 프로젝트가 매월 말 금요일 홍대 상상마당에서 열린다. 그 프로젝트의 이름은 ‘뷰직 세션(Viewzic Sesseion)’. 비주얼 아티스트 박훈규(Parpunk)가 만든 아티스트 그룹인 뷰직(Viewzic)과 열두 팀의 홍대 뮤지션이 함께하는 형식이 될 이 공연은, ‘밴드와 뉴미디어 팀이 결합되는 무브먼트’를 지향한다.

그 기획의 첫 포문을 열게 된 1월의 아티스트는 카입(Kayip)과 이승열이다. 카입은 일찌감치 영화음악과 유명 뮤지션들의 작업에 참여했고, 영국에서 음악 공부를 하며 해외에서도 음악 활동을 한 바 있다. 윤상, 강주노와 함께 모텟(Mo:tet)으로 활동하며 세련되고 진취적인 일렉트로닉 음악을 선보였던 카입은, 작년 8월 국내에서 첫 솔로 앨범 [Theory of Everything](2011)을 발표했고, 이 앨범은 평단과 팬들 모두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며 제9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앨범 부문 후보에 올랐다. 그와 더불어 서로의 앨범 제작 참여로 인연을 맺게 된 이승열의 공연 참여는 그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켜주었다.

이번 공연명은 물리학 용어인 ‘불확정성의 원리’에서 은유적으로 따온 ‘Uncertainty’였다. 공연 전 카입은 스캐터브레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공연에 대해 “관찰자의 영향 때문에 정확한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구할 수는 없다는… 그게 힌트예요. 위치와 속도를 감성과 테크놀로지에 대응시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한 생각인 거죠.”라며 이 공연의 성격을 밝힌 바 있다.

공연은 늦은 여덟시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이뤄졌다. 시작 전 조금 일찍 도착해 미리 공연장 내부에 들어가 보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무대 전면과 관객석 측면에 둘러쳐진 베일이었다. 그 베일은 무대와 관객석 사이에 드리워진 것이라서 밴드가 베일 뒤에서 연주를 하는 형태였다. 그리고 그 베일들을 향하고 있는 양 측면과 후방에 배치된 커다란 프로젝터가 있었다. 그 검은 베일은 프로젝터의 빛을 받는 스크린 역할을 하는 용도였다. 일반적으로 무대 영상이 뒤에 비춰지는 반면 이 무대는 일반적인 그것과 달랐기에 생소했다. 아마도 오늘 공연이 단순한 음악 공연이 아닌 비주얼에 대한 것임을 상기시켜 줬다. 공연 관계자도 ‘이 공연은 음악도 음악이지만 상당히 새로운 형태의 비주얼을 선보일 것’이라고 살짝 귀띔을 해주었다.

공연은 정확한 시각에 시작되었다. 오프닝 무대는 밴드 온달(OnDahl)이 맡았다. 신인 밴드인가 했으나 네스티요나, 3호선 버터플라이 출신의 이호진이 주축이 된 밴드였다. 라이브 실력은 탄탄했다. 전체적으로 쟁글거리는 기타와 신시사이저의 멜로디 라인이 돋보이는 발랄한 사운드의 곡을 연주했다. 어떤 부분에서는 보컬 없이 진행되며 노이즈 가득한 포스트 록 사운드를 보이기도 했는데, 그 부분은 조금 뜬금없는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신생 밴드인데다 갑자기 시작된 무대에 사람들이 어리둥절하고 있었고, 그러는 동안 무대가 끝나 버려 제대로 실력 발휘가 되지 않은 분위기였다.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만은 확실하다.

  

오프닝 무대 후 잠깐의 무대 준비 시간이 지나고 본격적인 무대가 시작되었다. 카입의 음악이 흐름과 동시에 공연장 삼면을 둘러 싼 검은 장막에는 프로젝터가 내뿜는 빛이 쏘여졌고, 시각과 청각을 아우르는 무대는 상상마당의 조그마한 무대와 객석을 새로움에 대한 감탄과 비현실적 분위기로 가득 채웠다. 작년에 발매된 앨범의 수록곡인 “Journey to the Unknown Place”와 국내 앨범 발매 전 유럽 지역에서 디지털로 발매된 [Kayip](2005)의 수록곡 “Grynigsfabriken”이 차례로 연주되었고, 여성 보컬이 어우러진 “Midnight Sun”, 나긋나긋한 “One More Day”와 “Companion”의 몽환적인 읊조림이 프로젝터에서 쏘아져 나오는 형이상학적 패턴과 부유하는 빛 사이로 흩어졌다.

그렇게 시청각을 빼앗겨 있는 동안 “In the End”의 도입부가 흘러나왔고, 공연장 가득한 빛과 무늬에 홀려서 이승열이 무대에 나오는지도 눈치 못 챘던 관객들은 그의 노래가 시작되자 환호했다. 이승열을 마치 ‘무심한 듯 시크한’이라는 표현을 자기 혼자 차지하려는 양 노래했다. 그리고 이어진 “Across”는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의도적인지 아닌지 모를 ‘삑사리’를 내는 이승열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위기 있어 보였으며, 예의 그 ‘아티스틱’한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이 곡 이후부터는 카입과 이승열의 음악 그리고 박훈규의 영상이 꽤 복잡하게 섞였다. 공연장을 가득 채운 빛의 향연과 함께 이승열의 보컬은 리버브되어 울렸고, 카입의 음악은 불안하게 떠돌았다. 그렇게 멈춤 없이 30분 정도를 계속되던 곡이 마무리 되고, 이승열의 짧은 인사와 함께 두 시간 반 정도 진행된 공연은 끝이 났다.

공연 내용에 대해서는 다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카입, 이승열, 박훈규의 비중이 균등하지 않았고, 이와 관련해 받은 인상에 대해 말하자면 ‘박훈규 영상 작업 발표회’에 ‘음악감독’으로는 카입이, ‘객원(혹은 초대) 뮤지션’으로는 이승열이 참여하는 모습으로 비춰졌다. 개인적으로 세 명의 쟁쟁한 아티스트들의 협업이라는 점에서 ‘1+1+1=3’을 넘어선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었지만 그런 모습을 발견하긴 힘들었다. 물론 공연 자체가 생동감 넘치는 컨셉트로 기획된 것이 아니었기에 한계는 있었겠으나 음악과 무대의 장황함에 비해 몰입도는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주위의 꽤 많은 관객들은 이승열의 노래가 더 나오지 않은 것을 아쉬워 하는 눈치였고, 생소한 음악적 경험에 감탄하기보다는 당황해 했으며, 결국 상당수의 관객이 공연이 끝나기도 전에 빠져나가기에 이르렀다. 앞으로 11회나 더 남아 있는 뷰직 세션에서 좀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바로 이런 점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전체적인 공연 수준은 상당했다. 미리 공개된 감각적 영상(소설가 김중혁의 글을 이용한 타이포그라피 뮤직비디오 “Across”)과 참여 아티스트들에 대한 기대치는 기대감을 조성하기에 충분했고, 사운드 자체도 딱히 흠잡을 곳은 없었다. 공간적 제약에 의한 음향적 혹은 기술적 문제들(예컨대 무대 가장자리에 세워놓은 프로젝터가 관객들 때문에 흔들렸던 것)은 그저 귀여운 실수 정도였다. 그중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밴드 구성의 라이브 세션이었다. 이것은 이번 공연의 아주 중요한 축을 담당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앨범의 음악 자체가 하드하고 드라이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라기보다는 부드럽고 몽환적인 록의 영향이 많이 느껴지는 것이었기에, 이 구성은 무대에 생동감과 힘을 불어넣었다.

아무것도 독립적으로 생산되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모든 것들과의 연관이고 연결이다. 앞으로 1년 동안 계속될 뷰직 세션은, 음악과 비주얼 그리고 홍대라는 공간이 함께 연결되어 작용하는, 공연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한 발(一步)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뷰직 세션의 이 첫 번째 공연을 시작으로 더욱 완성도 높은 공연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이재훈 [email protected]

 

관련 사이트
프레디페리 서브컬처 뷰직세션 홈페이지 http://www.fredperrysubcultureviewzicsess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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