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603073127-0511dream배리어스 아티스트 – 꿈 – 하나뮤직, 2003

 

 

세대 교체, 아니 화합을 위한 하나뮤직의 꿈

컴필레이션 음반에는 여러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과거의 음악들을 새로 재해석해 한 역사를 기록할 수도 있고 신인들의 등용문 역할을 자임할 수도 있다. 혹은 공통된 주제하에 재미있는 모음집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연가], [순수], [동감] 등 컴필레이션 음반 시리즈들의 대대적인 물량공세로 한동안 음반 시장을 시끌벅적하게 만든 일련의 사건들은 가격뿐 아니라 질적 면모에서도 씁쓸한 현상일 따름이었다.

그런 점에서 하나음악의 컴필레이션(일명 ‘옴니버스’) 음반들은 특별하다. 1997년 [겨울노래]를 시작으로 1999년 [New Face], 2001년 [바다], 그리고 올해의 [꿈]에 이르는 넉 장의 기획물들은 컴필레이션 음반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려는 하나음악의 새로운 시도들을 담고 있다. 통상 컴필레이션 음반처럼 기존의 곡을 아무런 가감없이 싣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노래를 정성을 들여 발표한다. 게다가 하나음악에 걸맞는 새로운 음악인을 소개하는 창구 역할도 하고 있다. 말하자면 노련한 베테랑 및 풋풋한 신인들의 싱글들을 모아 놓았다고나 할까. 그러면서도 전체적으로 산만해지기 쉬운 컴필레이션 음반의 함정을 피해 하나의 주제 아래 구성함으로써 이 음반 자체가 독자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컨셉트 음반의 역할도 한다(물론 이전에도 하나음악 컴필레이션 음반이 발표된 바 있다. 1992,3년 [하나 옴니버스]라는 이름으로 석 장이 발표되었는데 이 음반은 기존의 노래들이기는 하지만 새로 편곡하고 연주해 하나뮤직의 간판 음악인 조동익의 색채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음반임에는 틀림없다. 예전미디어로 판권이 넘어간 후에 1998년 [하나 옴니버스 1, 2, 3 베스트]가 출시된 적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음원들은 하나음악의 소유가 아닐 뿐 아니라 음반들을 구매할 수 없는데, 이는 한국 음반 시장의 여러 난맥상들을 여실히 드러내는 한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기획이 과거에 없던 것은 아니다. 1970년대 오리엔트 프로덕션에서 기획하고 몇몇 음반사들(대도, 신세계 등)을 통해 대명제작한 ‘골든 포크 앨범’ 시리즈들이 그런 사례 중 하나로 보인다. 말하자면 하나음악의 컴필레이션 음반이 그 시리즈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것 같다. ‘하우스 밴드’ 역할을 하는 붙박이 밴드가 모두 연주했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전자는 동방의 빛, 후자는 조동익 밴드).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와 보면 ‘우리노래전시회’라는 기획 역시 비슷한 맥락에 놓여있다고 할 것이다.

[꿈] 음반 역시 앞서 발매된 하나음악의 컴필레이션 음반들과 비슷하다. 단, 이 음반만의 독특한 특징 한 가지는, 문라이즈, 라디오뮤직 같은 다른 레이블들에서 이름을 볼 수 있었던(그래서 이들 레이블과 하나음악의 정서적인 유대감도 엿볼 수 있는) 이다오, 루시드폴 및 토마스쿡이 ‘새얼굴’로 등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 [바다](2001)에서 참여한 김정렬(새바람이 오는 그늘 출신)은 물론이고, [New Face](1999)에서 하나음악의 ‘새얼굴’이 된 조동희(원더버드 2집에서 보컬로 참여한 바 있으며 조동익의 동생이기도 하다)나 이경은 더 이상 신출내기가 아님을 보여준다. 물론 기존에 음반을 냈던 오소영이나 이규호를 비롯해, 건반악기를 감각적으로 연주해온 박용준(더 클래식 출신) 등의 이름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는 베테랑이다. 특히 하나음악을 이끌고 있는 조동익은 이전의 하나음악 컴필레이션 음반과는 다르게 자신의 곡은 넣지 않았지만 이 음반의 총괄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우선 ‘모던 록’ 취향의 청자에게는 이다오의 상큼하고 발랄한 “작은새 나비 벌레 파리”가 이 음반을 통틀어 가장 매력적인 트랙이라고 말할 것임에 분명하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의해 다채롭게 변모하는 기타 사운드와 더불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드럼 터치 및 신비로운 음향이 반짝거리며, 살랑거리는 보컬, 이미지를 조합한 듯한 가사가 캐치한 선율과 조우한다. 이어지는 트랙 “친구”는 세칭 ‘인디적'(이런 이름이 유의미한지 모르겠지만) 흐름에 관심있는 이들에게는 반가운 트랙일 것이다. 토마스 쿡과 루시드 폴의 공작(共作)에 김인수(크라잉 너트)나 신세철(스웨터) 등의 협연을 통해 탬버린, 종, 아코디언, 피아노와 오르간, 기타들이 어우러져 아기자기한 사운드가 연출되었는데, (문라이즈나 라디오뮤직 등 인디 관련 레이블들과의) 정서적인 유대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비슷한 서정적인 사운드이면서도, 그러나 다른 어조로 들리는 “숲”은 오소영이 노래하는 곡으로 그녀에게(나아가 하나음악에) 곧잘 나타나곤 했던 ‘잊혀진 오래전의’ ‘기억과 슬픔’을 섬세한 어쿠스틱 중심의 기타 사운드로 반추하고 있다. ‘일상’ ‘지친 하루’에서 ‘푸른 하루’를 조용히 노래하고 있는 (김)도연과 (원)현정의 “Daydream”에서도 산뜻한 보컬과 연주를 들을 수 있다.

중반부에 접어들자 초반부와는 또 다른 미혹의 사운드를 보여준다. 이경의 “또 다른 세상”과 조동희의 “사랑을 줘”(2000년 원더버드 2집에 실렸던 곡을 새로 편곡)는 디스토피아적인 드럼의 질타 속에 반복적인 음향들이 매혹적인 여성 보컬과 함께 부유하며 몽환적인 풍경을 펼쳐놓는다. [바다]에서 “규호의 바다”를 선보였던 이규호는 이 음반에서는 “규호의 꿈”이라는 타이틀로 노래하는데 이전과 달리 그의 앳되면서도 메마른 목소리가 흐르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다소 웅장한 결의의 합창과 융화된다.

후반부는 전반부나 중반부와는 또 다른 색깔로 마무리된다. 마지막 세 곡이 연주곡으로 채워져 있는데 흔히 이야기되는 퓨전 재즈라는 이름으로 묶일 수 있는 음악들이다. 김정렬 등의 5인조 재즈 밴드 ‘더 버드’의 섬세한 터치의 “꿈”, 미끄러지듯 유연하게 전개되는 기타 선율이 인상적인 이성렬의 “Color”, 피아노 중심으로 전개되다가 후반부에 하모니카의 서정적인 연주가 덧붙여지는 박용준의 “아름다운 여인”이 그것이다. 이런 곡들을 두고 이병우나, (조동익이 참여한 바 있는) 야샤 등 한국의 퓨전 재즈 뮤지션이나, 래리 칼튼, 조지 벤슨, 얼 클루 등 외국의 퓨전 재즈 뮤지션의 계보를 비교하는 것은 듣는 이의 마음이겠지만…

특기할 만한 사실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하나음악이 이전부터 ‘전자 음악’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표명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번에는 공공연히 많은 곡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이라는 곡 설명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테크놀러지 선택이 단순히 하드 디스크 레코딩 실험 자체를 목적으로 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물리적인’ 그들의 아지트가 없는 환경적인 조건 때문에 선택된 방식인 것이다. 그래서 예전(합정동 스튜디오 시절)에 만들어 놓은 것을 컴퓨터로 옮겨 하드 디스크 레코딩 방식으로 작업하고 새로 만들어진 곡들은 홈 레코딩으로 작업했다. 그런데 ‘하드 디스크 레코딩=차갑다’는 전통적인 이데올로기에 연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들은 현대의 테크놀러지를 통해 신구의 하나음악 음악인들이 대화를 하고 ‘꿈’을 꾸는 매체이므로. 그리고 하나음악의 ‘꿈’의 실현은 계속된다. 조만간 발표될 이다오, 더 버드 등의 음반을 통해. 20030605 | 최지선 [email protected]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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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꿈]은 판매중이 아니지만 조만간 판매될 예정. 방식은 하나음악 사이트를 통한 자체 판매나 몇몇 인터넷 음반 샵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순환시키기 위해 현대의 작은 이기(利器)를 이용하는 이러한 선택 또한 어쩔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왜곡된 한국 음반시장의 구조에서 도매상을 통하는 오프라인 유통 방식은 불 보듯 뻔한 결과를 낳을 것이므로.

수록곡
1. 숲 – 오소영
2. 작은새 나비 벌레 파리 – 이다오
3. 친구 – 토마스 쿡/루시드 폴
4. Daydream – 도연/현정
5. 또 다른 세상 – 이경
6. 사랑을 줘 – 조동희
7. 규호의 꿈 – 이규호
8. 꿈 – The Bird
9. Color – 이성렬
10. 아름다운 여인 – 박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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