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아직 현역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들 중에 싱어송라이터라는 말에 값하는 사람들이 누가 있을까. 싱어송라이터라는 말이 ‘자작곡 가수’라는 사전적 정의 말고도 ‘어쿠스틱 기타를 치면서 혼자서 고독하게 노래부르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갖는다면, 여기에 가장 어울리는 사람은 조동진과 이정선일 것이다. 그렇다면 ‘포크 가수’? 그렇지만 둘 다 이런 정의를 탐탁치 않게 생각한다. 한국에서 ‘포크’라는 단어가 ‘야리꾸리한 것'(3년 전 인터뷰에서 조동진 본인의 표현이다)이었기 때문에 나도 그들의 반응에 동의한다.

물론 개개인을 따진다면 두 사람 외에도 싱어송라이터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오랫 동안 대중음악의 현장에 있었고, 단지 자신의 음악 활동 외에 동료와 후배들을 챙기면서 큰 줄기를 형성한 업적을 따진다면 두 사람에게 필적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여기서 이들을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는 것은 서로에게 실례일 것이다. 단지, 음악인으로 오래 활동하고, 혼자가 아니라 함께 활동했다는 두 가지 기준만으로 언급하는 것이니까…

1970년대에 솔로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했던 이야기를 여기서 길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둘이 1980년대 ‘언더그라운드’를 대표했던 인물들을 후원했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단지, 전인권과 김현식이라는 1980년대의 ‘걸물’이 두 사람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활동했다(지금 나는 전인권을 ‘조동진 계보’에, 김현식을 ‘이정선 계보’에 포함시키고 있다. 맞는 말일까?). 그리고 이 두 걸물들처럼 파란을 일으키지는 않았지만 ‘매니아’층으로부터 절대적 지지를 받았던 어떤날과 신촌 블루스의 산파였다(지금 나는 어떤날을 ‘조동진 계보’에, 신촌 블루스를 ‘이정선 계보’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건 맞는 말일 것이다). 1980년대 언더그라운드라고 불렀던 흐름은 이 둘을 언급하지 않으면 거의 말할 것이 거의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두 사람은 너무 다르다. 한 사람은 과작이고 다른 한 사람은 다작이다. 한 사람은 보기와 달리 일렉트릭 기타를 치면서 보컬 그룹으로 경력을 시작했다가 통기타로 전향했고, 다른 한 사람은 통기타로 경력을 시작해서 일렉트릭 기타로 전향했다. 한 사람은 특별히 하는 일이 없어도 후배들이 그를 따랐고, 다른 한 사람은 분주하게 후배들과 함께 음악 작업을 했다. 직접 만나 보았더니 한 사람은 자기 세계 외에는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주변의 사람이나 환경에 예민한 사람이었다. ‘한 사람’이 누구이고, ‘다른 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누구나 알 것이다.

최근 이들이 한동안의 침묵을 깨고 조그만 움직임을 보였다. 조동진은 자신이 ‘대표’로 있는 하나기획의 전열을 정비해서 옴니버스 음반 [꿈]을 제작했고, 이정선은 자신의 11번째 앨범 [Hand Made]를 발표하면서 같은 이름으로 오랜만에 단독 공연도 가졌다. 그 동안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소식이 뜸했지만 이들은 늘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이제 초로(初老)에 접어든 이들에게서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포크’가 다시 리바이벌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중년에 접어든 사람이나 하는 허황된 기대일 것이다. 단지 그런 건 있다. 포크라고 부르든 뭐라고 부르든 ‘직접 노래를 만들어서 부르고, 주위의 간섭 없이 음반을 제작하는 실천’은 지금도 여전히 소중한 미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열악했던 시절부터 30여년 동안 그런 실천을 해 왔던 ‘선배님’으로부터 무언가 배울 게 아직 남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기 그동안의 그들의 업적에 대한 오마주로 소박한 특집을 마련해 본다. 그들의 오랜 음악 여정 만큼이나 천천히 업데이트하면서 느릿느릿 진행하고자 한다. 20030528 | 신현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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