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523104349-UFOGuru Guru – UFO / Hinten – Ohr (OMM 56005 / OMM 56017) – 1970 / 1971

 

 

록 음악의 해체와 구루 구루 식 재구축

구루 구루는 1968년 드러머 마니 노이마이어(Mani Neumeier), 베이스 주자 울리 트렙테(Uli Trepte), 보컬리스트 한스 작스(Hans Sachs)에 의해 결성된 구루 구루 그루브(Guru Guru Groove)를 모체로 한다. 이 그룹은 일렉트릭 색소폰 주자 R. 쉬페리(R. Spoerry), 게르트 게비세르(Gerd Gewisser)와 함께 하이델베르크에서 개최된 홀리 힐 페스티벌(Holi Hill Festival)을 통해 데뷔했으며, 동년 9월 인터내셔널 송 타게(International Song Tage)에 참여하여 프리 재즈 즉흥 연주와 텍스트 낭송이 결합된 실험적 음악을 선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듬해 보컬리스트 작스가 떠나고 그룹명이 구루 구루로 축약된 후 노이마이어, 트렙페 그리고 향후 상당 기간 구루 구루의 기타리스트로 활약할 악스 겐리히(Ax Genrich) 삼인조 체제로 그룹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그룹의 음악적 성향을 주도한 것은 역시 노이마이어였다. 공기의 압력으로 피치를 조절하는 타악기 마니-톰(Mani Tom)을 발명한 것으로도 유명한 그는 내용보다도 형식적인 새로움과 파격적인 연주 형태가 사람들과 사회의 근본적인 그 무엇을 바꾸는 데 더 효과적이라 생각했다. 예를 들어 60년대의 프로테스트 포크 송 같이, 정치적 내용을 담고 있지만 형식이나 연주 양측면에서 모두 단순하고 소박한 음악보다는 오히려 지미 헨드릭스나 롤링 스톤즈의 음악이 더 정치적이라고 그는 단언한다. 한편 그는 “우리는 코즈믹 록(Cosmic Rock)을 연주하기 않는다. 굳이 말하자면 우리의 음악은 코믹 록(Comic Rock)이다”라며 음향 효과에 경도된 당시 일군의 비현실적 음악 경향에 대한 경계를 드러낸다.

이 같은 생각에 기초한 그룹의 정체성은 재즈, 록, 현대음악, 통속적 대중음악의 경계를 타파한 새롭고 다양한 감성의 하이브리드 형태의 곡들로 구체화된다. 이들의 음악에 있어 실험성과 유모어는 노이마이어와 트렙테에 의한 것이며, 하드 록적인 감성은 기타리스트 악스 겐리히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겐리히의 연주 스타일은 지미 헨드릭스와 매우 유사하며, 블루스적인 감성을 언제나 그 기저에 깔고 있다. 구루 구루의 앨범들은 특정 범주로 통합시켜 이야기 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번 다른 음악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데뷔 앨범인 [UFO]는 탠저린 드림의 [Electronic Meditation], 아몬 뒬의 [Psychedelic Underground], 애시 라 템펠(Ash Ra Tempel)의 동명 타이틀 데뷔 앨범과 함께 초기 크라우트 록의 성격을 규정 지은 대표적 ‘프리 록(Free Rock)’ 작품으로 꼽힌다. 물론 대다수의 프리 재즈 작품들이 완전히 ‘프리’하지 않으며 그 가운데 재즈적인 습성이 어느 정도 잔존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들의 ‘프리 록’도 통상적 코드 진행이나 화성을 탈피하면서 약속되지 않은 즉흥 연주를 지향한다는 면에서는 공통적이지만, 그 속에는 여전히 록적인 드럼 타법이나 블루스적인 기타 톤이 감지된다.

중요한 점은 이들의 음악이 분명 시대적으로 ‘새로운 록’이었으며, 그러한 새로움이 클래식과 같은 이질적 영역과의 혼합 혹은 타협의 결과로 나온 것이 아니라 록 음악의 잠재적 가능성과 에너지를 견지하면서 얻어진 ‘정면돌파형’ 성과라는 점이다. 즉 이 앨범은 영미 록 음악에 태생적으로 담긴 블루스, 컨트리, 가스펠 그리고 일상적 통속성과 같은 요소들을 배제하고 있으며, 동시에 심포닉 록이나 재즈 록 같은 절충과도 거리를 두고 있다. 자기부정의 논리적 모순인 듯하지만, 이는 여전히 록이며 프리 록이고 동시에 탈(脫) 록이다. 당시 [사운즈(Sounds)] 지는 “이 작품의 성과는 크림(Cream)이 얻은 결과와 비슷한 것이다. 단, 구루 구루는 한 걸음 더 앞서고 있으며, 리듬적으로 더 숙달되어 있다”고 평했지만, 본 작은 기존 록 음악의 연속 선상에서 ‘한 걸음’ 진보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부정하고 해체하여 새로운 토대를 구축하고자 한 시도의 산물이다. 그 적나라한 결과를 우리는 본 앨범의 뒷면에 담긴 곡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여기엔 록 음악의 전형적 리듬 패턴이나 코드 진행은 거의 발견되지 않으며, 대신 전기 장치를 이용한 날카로운 무정형 음파와 디스토션 걸린 기타의 파편적 증폭음, 무표정한 심벌즈 소리로 가득할 뿐이다. 이는 한 편으로 유럽 현대 음악의 전통을 따르고 있으며, 외형적으론 ‘탈구축성’을 띠고 있지만, 실질적으론 또 다른 ‘구축성’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구루 구루는 실험과 해체 그 자체를 정형화하거나, 즉흥을 작곡과 연주의 토대로 삼지 않는다. 데뷔 앨범에서의 시도를 통해 그들은 록 음악의 상투성이나 범주의 경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으며, 때론 그 상투성을 새로운 감성을 위한 도구로 삼는다. [UFO]가 초기 크라우트 록의 전형적 스타일인 것은 분명하지만, 다른 그룹들의 경우와 유사하게 구루 구루에게 있어서도 이는 일시적인 모습이었다. 그 이유는 두 번째 앨범인 [Hinten]에서 이미 데뷔 앨범과 확연히 다른, 꼼꼼한 텍스처와 연주의 정교함을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소 난해하게 들릴 수 있을 수도 있으나, 이미 프리 임프로바이징 뮤직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곡의 패턴이 고도로 계산된 것이며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그루브 감이나 여유와 유모어를 가미하면서 앨범은 더욱 들을 만한 것이 되고 있다. 요컨대 그들은 [UFO]의 방법적 해체를 거쳐 록 음악의 방법론을 자신의 방식으로 재구축 했으며 그 결과가 바로 다음 앨범에 나타난 것이다. 이들의 음악이 영미 록 음악과 다르게 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 가지 언급하고 싶은 점은 긴 지속음과 같은 사이키델릭 록의 전형적 수법이 본 작에서도 여전히 발견된다는 것이다. 앨범 [UFO]에 수록된 “Stone In”이나 “Der LSD-Marsch” 같은 곡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구루 구루의 음악에는 약물 체험에 대한 영향이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으며, 노이마이어 역시 인터뷰에서 이를 시인한 바 있다. 이러한 사이키델릭적 요소가 보다 구체적으로 노골화 된 것이 바로 [Hinten]이다. 축약해 말하자면 본 작은 ‘독일식 헤비 사이키델릭 록’이다. 하지만 이러한 범주화가 무안할 정도로 여기에 담긴 음악은 구루 구루의 작품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함으로 가득하다. 20030521 | 전정기 [email protected]

9/10

[UFO] : 8/10
[Hinten] : 10/10

수록곡
UFO
1. Stone In
2. Girl Call
3. Next Time See You At The Dalai Lhama
4. UFO
5. Der LSD-Marsch

Hinten
1. Electric Junk
2. The Meaning Of Meaning
3. Bo Diddley

4. Space Ship

관련 글
Intro: 초기 크라우트 록 개괄 – vol.5/no.7 [20030401]
Ash Ra Tempel [Ash Ra Tempel] 리뷰 – vol.5/no.10 [20030516]
Guru Guru [UFO] / [Hinten] 리뷰 – vol.5/no.10 [20030516]
Amon Duul [Psychedelic Underground] 리뷰 – vol.5/no.10 [20030516]
Amon Duul II [Phalus Dei] 리뷰 – vol.5/no.10 [20030516] Can [Monster Movie] 리뷰 – vol.5/no.11 [20030601] Kraftwerk [1] 리뷰 – vol.5/no.11 [20030601] Tangerine Dream [Atem] 리뷰 – vol.5/no.11 [20030601] Embryo [Opal] 리뷰 – vol.5/no.11 [2003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