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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h Yeah Yeahs – Fever To Tell – Interscope, 2003

 

 

Positive Rock n’ Role Model

만인의 박수를 얻어낸 2001년의 데뷔 EP에 이어 일종의 맛배기로 선보였던 두 번째 EP [Machine](2002)은 나쁘다고는 말할 수 없었지만 ‘벌써’ 안이하게 들렸다. “Pin(Remix)”은 이들이 뉴욕 아트 펑크의 공기를 들이마신 사람들이라는 점을 상기는 시켜 주었으되 그걸 제대로 뱉어낸 것 같지는 않았다. 이래서야 캐런 오(Karen O)의 극악한 패션이 하고많은 극악한 패션 중 하나로 끝나기 딱 좋게 보였던 것이다. 겨우 EP 두 장에 호들갑을 떤다지만 그 중 한 장이 바인스(The Vines)의 정규 음반 너댓 장과 맞먹을 품질의 음반이었을진대, 기대를 품었다고 해서 그걸 내 잘못이라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인터스코프와 계약을 맺고 낸 예예예스의 첫 정규음반은 이들을 재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이 음반은 공들여 제작된 ‘프로페셔널한’ 거라지 록 음반이다. 기타를 신서사이저 루프처럼 돌리는 첫 트랙 “Rich”는 명료한 곡 구조와 뻑뻑하게 엉겨붙은 노이즈가 균형을 이루는 양질의 오프닝이며, 노래 시작 직전 뭔가 벼르듯 끼긱거리는 기타 소리는 인상적이다. 기타와 보컬은 때를 맞춰 확실히 터질 줄 알며, 기타 ‘루프’의 효과적인 사용은 곡의 긴장감을 적확하게 살린다. 하이햇 심벌의 잘근거리는 엇박 연주, 다가왔다 물러서는 기타 리프, 간주의 노이즈 파도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진행되다 순식간에 끝맺음하는 첫 싱글 “Date With A Night”에서는 기타의 고주파 노이즈 광선과 디스토션, 그리고 보컬의 ‘스크림’이 사방으로 뻗어나간다. 그럼에도 이는 분산이 아니라 통합이며, 그리하여 곡은 단단한 응집력을 갖는다.

하여, 매끈한 훅을 무기로 사정없이 몰아치는 “Man”과 보컬의 발작이 극에 달하는 “Tick”에 이르게 될 때쯤이면 청자는 만족스런 표정으로 음반 커버를 쳐다보게 된다. 기타리스트 니콜라스 지너(Nicolas Zinner)는 잭슨 폴록(Jackson Pollock)이라도 된 것처럼 스튜디오 벽에 노이즈 물감을 뿌려대고, 하드 록 스타일의 기타 리프에서 사이키델릭한 속주에 이르는 다양한 색깔을 써서 그럴듯한 추상회화를 그려낸다. 이 모두는 원조 거라지 록의 아마추어리즘과는 관계가 없으며, 음반 속에는 갖가지 테크닉과 아이디어가 숨어 있음에도 거라지 특유의 조야함은 상처 없이 보존되었다. 전작에 비하면 비교적 단정하게 다듬어졌되 초기의 방만함을 잊어버린 것도 아니어서, “No No No”의 본판이 끝난 뒤 2분 남짓 지속되는 사이키델릭 잼은 “Bang!”의 황당한 끝맺음을 기억하던 이들에게는 반가운 부분이 될 것이다.

캐런 오의 목소리는 여전히 멋지다. 엘 세븐(L7)과 에이브릴 라빈(Avril Lavigne) 사이의 어딘가에 있는 듯한 그녀의 목소리는 거만하고 냉소적이며(“Rich”, “Cold Night”) 선정적이다가도(“Man”, “Tick”) 진중하고 섬세해진다(“Maps”, “Y Control”). 사정없이 휘둘리던 청자는 사뭇 쓸쓸하게 ‘현대적 로맨스 같은 건 없어’라며 중얼거리는 “Modern Romance”에서조차도 의표를 찌르며 확 내지르는 보컬을 기대하나, 아쉽게도 그런 일은 히든 트랙이 끝날 때까지 일어나지 않는다. 아쉬운 점은 또 있다. 38분이라는 짧은 길이는 그 자체로 음반의 집중력을 어느 정도 보장해주나, 후반부의 곡 배치는 “Y Control”이 중심을 잡아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소 들쭉날쭉하다. 그래서 뒤로 갈수록 보컬의 카리스마에만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허나 이 점이 음반 전체의 신뢰를 떨어뜨릴 정도는 아니며, 각각의 곡들에서 들려주는 소리들에 섣부른 불평을 늘어놓을 수는 없다.

다 듣고 나면 ― 짐작일 뿐이지만 ― 새천년의 문을 열고 있는 최근의 록은 진지한 자기표현이라는 강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 같다. 이는 자기표현을 포기했다는 말도, 진지하지 않게 자기를 표현한다는 말도 아니다. 다시 말해 스튜디오 레코딩과 라이브 실황의 길이를 필사적으로 맞추는 일도, 불행한 삶을 비참하고 냉소적으로 노래하는 것이 바로 행복이라는 사실을 마조히즘적 쾌락으로 받아들이는 일도 거부하고 있는 듯 보이는 것이다(아, 물론이다. 다들 이런 것을 거부한다고 말한다). 모과이(Mogwai)에게 이 정도 질량의 노이즈를 쥐어주었다면 노이즈의 무간지옥을 만들었을 것이며, 스트록스(The Strokes)라면 기타 대신 사포를 집어들었을 것이다. 이 밴드는 자해와 공격을 원하지만 감정파탄과 피를 원하지는 않는다. 음반의 뜨겁고 너덜거리는 노이즈 더미들은 수많은 포스트-그런지와 뉴-메틀 밴드들이 살균 처리한 분노와 자학을 더럽히고자 쓰레기통을 뒤지는 중이다. 록이 달래 죄많은 음악이겠는가. 20030509 | 최민우 [email protected]

8/10

수록곡
1. Rich
2. Date With A Night
3. Man
4. Tick
5. Black Tongue
6. Pin
7. Cold Night
8. No No No
9. Maps
10. Y Control
11. Modern Ro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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