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430061628-0508lovepeace_5th사랑과 평화 – 못생겨도 좋아/환상 – 뉴서울(NSCS DF01), 1992

 

 

신구의 조화로 거둔 긍정적 변화

최장기간 활동하고 있는 그룹 가운데 하나인 사랑과 평화는 긴 세월만큼이나 부침이 많았다. 라인업의 무수한 변동이야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겠지만, 음반도 낼 때마다 거의 매번 다른 음반사에서 나왔다. 4집 [바람 불어/샴푸의 요정] 이후 3년만에 선보인 정규 5집 [못생겨도 좋아/환상](1992) 역시 라인업과 음반사가 교체되어 나온 것이다. 빛과 소금을 만들며 독립한 장기호(베이스)와 박성식(키보드) 대신 이승수(베이스), 이종욱(키보드), 이철호(보컬, 퍼커션)가 새로 들어왔고, 음반은 오아시스레코드 대신 뉴서울레코드를 통해 발매되었다.

[못생겨도 좋아/환상]은 그와 같은 ‘변동’이 ‘안정된 변화’로 작용한 음반이다. 그루브감이 넘치는 훵키한 퓨전 스타일의 음악은 깔끔하고 탄탄하며, 수록곡 각각은 짜임새 있고 전체적으로도 잘 정돈되어 있다. 이는 특히 이철호와 이승수의 역할이 적지 않게 작용했다. 새로 참여한 이철호는 사실 사랑과 평화의 원년 멤버이다. 대마초 문제로 사랑과 평화 초기 앨범 레코딩에 참여한 적은 없지만, 그는 영 에이스, 서울 나그네, 사랑과 평화로 이어지는 ‘사랑과 평화 계보’에 주요하게 참여해온 보컬리스트이다(이런 점에서 그는 이남이와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이철호의 경우가 1970년대에 최이철과 같이 호흡을 맞춘 미8군 무대 출신의 베테랑을 재영입한 것이라면, 이승수의 경우는 캠퍼스 그룹 사운드 출신의 ‘젊은 피를 수혈’한 것이다. 이승수는 건국대의 인기 그룹 사운드 옥슨(Oxen; 옥슨 80의 리더가 바로 홍서범이다) 출신의 베이시스트이다. 이철호는 3곡에서 리드 보컬을, 2곡에서 최이철과 듀엣으로 노래를 불렀고, 이승수는 6곡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헤어지던 날”에서는 보컬을 맡기도 하는 등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정규 3집(1988)부터 멤버로 활동한 이병일(드럼)은 이승수의 곡 중 5곡의 가사를 써주면서 송라이팅에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음반의 거의 반을 차지하는, 이승수가 작곡한 곡들은 젊은 베이시스트답게 그루브감 있으면서 상큼한 느낌을 준다. 음반을 여는 첫 곡 “못생겨도 좋아”를 보면, 뒷모습이 예쁜 여성을 따라가며 이런저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가사는 재미있고 훵키한 리듬은 어깨가 들썩이도록 흥겹다. 노래와 백코러스, 악기 소리는 오밀조밀 배치되어 풍부한 울림을 주는데, ‘랩을 더하면 듀스의 음악 같지 않을까’하는 공상과 함께 들어도 좋다. ‘쌈마이’ 음색의 키보드로 시작하는 “날려버려”는 서정적인 멜로디에 적당한 그루브를 섞은 곡이고, 급박하게 내달리는 리듬의 “밤바다”는 뜨거운 기타 간주와 후주를 제외하면 기타, 키보드, 베이스, 드럼, 퍼커션이 모두 차갑게 리듬에 집중하는 곡이다. 이런 곡들은 사랑과 평화 초기의 훵키함에 비하면 인공적이고 깔끔한 느낌이다. 사랑과 평화의 곡이라기보다 보사노바를 양념처럼 뿌린 여행스케치의 곡처럼 들리는 “헤어지던 날”은 이승수의 ‘젊은’ 감각을 보여준다.

반면 음반의 나머지 반을 차지하는 최이철의 곡들은 대부분 그가 노래도 하는데 소울풀한 음색 때문인지(예컨대 “나의 빛”) 진득한 감성이 묻어 나온다. 이철호와 최이철이 듀엣으로 부르는 아련한 발라드 “아름다운 사람들”은 서정적인 멜로디와 맛깔스런 어쿠스틱 기타가 잘 어울리며, 록 발라드 형식의 그룹 송 “사랑과 평화”는 관습적이지만 상투적이지는 않다. 또 라틴 퍼커션과 리듬, 중국풍 선율의 간주가 이채로운 “환상”은 복고적 감성을 재치있게 갈무리한 경우다. 연주곡 “날개”는 모던한 동시대 퓨전 연주곡들과 유사하지만 멀리는 콜로세움 II(Colosseum II)와 율리 존 로스(Uli Jon Roth)의 연주도 연상시킨다. 말하자면 최이철의 곡들은 다양한 시공간의 음악들을 자연스럽게 절충해낸 느낌을 준다.

4집에서도 새로 영입한 장기호, 박성식이 작사·작곡, 노래에 대거 참여한 적이 있지만 사랑과 평화의 기존 색깔과 다소 이질적인 결과를 낳았다면, 5집에서 이철호, 이승수, 이병일이 대거 송라이팅과 노래에 참여한 결과는 사랑과 평화의 본연을 유지하면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연주는 탄탄하고 수록곡들의 편차도 적다. 이는 멤버들이 골고루 협업하는 가운데, 사랑과 평화의 원년 멤버부터 사랑과 평화를 동경하며 음악의 길에 들어섰던 ‘젊은 피’까지 신구의 조화를 이룬 결과일 것이다. 새삼, 최이철이 자기 생각만 고집하는 부류의 리더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사랑과 평화의 장수 비결일 테고. 비록 지금은 최이철이 없는 상태이지만. 20030429 | 이용우 [email protected]

8/10

수록곡
Side A
1. 못생겨도 좋아
2. 나의 빛
3. 날려 버려
4. 아름다운 사람들
5. 밤바다
6. 날개(연주곡)
Side B
1. 환상
2. 사랑과 평화
3. 헤어지던 날
4. 사랑을 타고
5. 백조의 호수(연주곡)
6. 이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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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평화 공식 사이트
http://www.grouploveandpeac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