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409085447-0507loveLove – Four Sail – Elektra/Warner, 1969/2002

 

 

추락천사

[Four Sail]은 로스앤젤레스 싸이키델릭 록의 명 그룹 러브(Love)가 발표한 통산 네번째 앨범이다. 동시에 이 앨범은 새로운 진용으로 출발한 2기 러브의 첫번째 앨범이기도 하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이 앨범은 러브의 소유주인 아서 리(Arthur Lee)의 솔로 데뷔 앨범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아서 리의 독재에도 불구하고 밴드의 위용을 확고히 갖추었던 1기 러브에 비해 이 시기의 러브는 단순히 아서 리의 백업 밴드 이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어찌 됐든 이 앨범이 2기 러브의 역사적인 데뷔 앨범이라는 점만은 틀림 없다. 그런데 제목이 [Four Sail]이다. 무슨 뜻일까? ‘Four Sail’은 ‘For Sale’이다. 발음의 유사성에 착안하여 철자만 다르게 적은 것이다. 여기에 그룹 이름까지 붙이면 ‘Love For Sale’이 된다. 앨범의 표지 디자인은 실제로 이러한 해석을 명백히 의도한다. 그렇다고 이 앨범이 콜 포터(Cole Porter)의 고전에 대한 오마주는 아니다. 오히려 이는 [Beatles For Sale]에서와 같은 자조적인 의미가 강하다. 그런데 문제는 판다고 내놓아도 과연 사줄 사람이 있을까 하는 점이다.

1기 러브 시절부터 아서 리는 엘렉트라(Elektra) 레이블의 노골적인 도어스(The Doors) 편애에 깊은 반감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엘렉트라와의 관계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계약에 명시된 네 장의 앨범을 채워 줘야만 했다. 세 장의 앨범을 남기고 해산된 1기 러브에 이어 새롭게 2기 러브를 결성한 그는 27 곡의 데모를 녹음하여 엘렉트라에 건내 줬고 엘렉트라는 그 중 10곡을 추려 러브의 네번째 앨범 [Four Sail]을 출반하였다. 이 앨범의 타이틀은 이처럼 불만스러운 계약관계로 인해 원치 않는 앨범을 발표하게 된 아서 리의 짜증이 섞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놀라운 것은 엘렉트라의 형편없는 안목이다. 데모 테이프에 대한 선점권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엘렉트라는 전혀 그 이점을 활용하지 못하는 한심한 선곡으로만 일관한 것이다. 앨범을 들어 보면 1990년대 초 엘렉트라의 러브 음반 CD 리이슈에서 유독 이 앨범만 누락된 까닭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이 앨범에 실리지 않은 나머지 곡들을 모아 블루 썸(Blue Thumb) 레이블에서 발매한 더블 앨범 [Out Here]가 곡의 구성에 있어서는 오히려 이 앨범을 능가하는 것이다.

[Four Sail]을 들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의구심은 엘렉트라의 선곡 기준이 무조건 기타 솔로가 많은 곡들을 위주로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이 앨범에 수록된 곡 대부분은 두드러지게 많은 기타 솔로를 포함하고 있다. 물론 장시간의 기타 솔로는 당시의 유행이었으니까 그 자체로 문제가 될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그것이 음악의 본성과 극심한 부조화를 이룬다면 이야기는 좀 달라진다. 곡들은 분명 컨트리, 포크, 재즈, 저그 밴드 블루스 등의 형태를 띠고 있음에 비해 기타 솔로만은 줄기차게 블루지한 하드 록으로만 일관한다. 마치 서로 다른 두 곡에서 보컬 파트와 기타 솔로를 각각 떼어내 인위적으로 붙여놓은 듯한 느낌이다. 첫 곡인 “August”는 이를 가장 잘 예시하는 사례의 하나다. 컨트리 풍의 전반부와 하드 록 풍의 후반부는 서로에게 냉담한 채 나란히 병치되어 있을 뿐이다. 심지어 “Singing Cowboy”를 비롯한 몇몇 곡에서는 단지 기타 솔로만을 위해 곡의 길이를 1-2분 이상 늘이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이런 곡들은 비례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기타 연주 자체에서도 그다지 인상적인 면모를 보여주지 못한다. 비브라토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제이 도넬란(Jay Donnellan)의 기타는 프레이징의 아이디어가 빈곤한 탓에 다소 밋밋하게 들릴 뿐 더러 리듬과 관련해서는 지나치게 머리를 쓴다는 인상을 불러 일으킨다.

이 앨범의 문제는 라이너 노트에 실린 아서 리의 말에 집약되어 나타난다. 그는 [Four Sail] 앨범에서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이 멤버 전원을 고르게 부각시킬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음반을 들어보면 기타 솔로 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드럼 속주가 터져 나오고 베이스의 즉흥 연주가 난무한다. 이런 점에서 아서 리의 의도는 일단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러브는 그레이트풀 데드(The Grateful Dead)가 아니었고 그렇게 될 수도 없었다. 1기 러브와 마찬가지로 2기 러브도 아서 리의 송 라이팅을 음악적 중심으로 하여 작동하는 밴드였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멤버들의 연주가 노래를 향해 수렴되기 보다 각자의 기량 과시를 위해 분산된다면 음악의 구조는 자연히 와해될 수 밖에 없다. 이 앨범에서 발생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멤버들의 연주는 화려하지만 그것은 음악을 꾸미는 데 기능하기 보다는 산만하게 분열시키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Dream” 처럼 비교적 틀이 잡힌 록 발라드도 있지만 이 앨범에 수록된 곡 대부분에서 이들의 연주는 도무지 절제를 모른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세간의 평과 달리 아서 리의 작곡 능력이 이 시기에도 결코 쇠퇴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재즈 터치의 “I’m With You”나 포크 취향의 “Always See Your Face”는 [Forever Changes]에 수록되었어도 손색이 없었을 만한 곡들이고 나머지 곡들도 전성기 아서 리의 음악성과 그리 큰 격차를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점은 앨범을 유심히 들어 봐야 알 수 있을 만큼 다른 요소들에 압도 당한다. 플루트와 하프시코드가 효과적으로 사용되었던 [Da Capo]나 현악 섹션, 마리아치 트럼펫, 플라멩코 기타 등이 현란하게 어우러졌던 [Forever Changes]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아서 리의 음악을 위한 최적의 조건은 섬세하면서도 화려한 색채의 사운드다. 이러한 사운드를 배경으로 할 때 그의 음악은 현세의 범위를 뛰어 넘어 초월적 경지로 날아 오른다. 그러나 힘과 기교에 치중하는 2기 러브의 음악은 아서 리 음악의 이러한 잠재력을 구현하기에는 지나치게 거칠고 둔탁했다. 아서 리의 음악은 여기서 천상으로 날아 오르는 대신 진흙탕으로 추락해 버리고 마는 것이다.

1기 러브가 [Da Capo]나 [Forever Changes] 같은 록 역사상 최고의 앨범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그룹 내에 아서 리에 필적하는 송 라이터 브라이언 맥린(Bryan MacLean)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비록 러브의 앨범들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브라이언 맥린의 기여는 손에 꼽을 만큼 적지만 러브의 음악세계는 사실 브라이언 맥린과 아서 리 사이의 팽팽한 경쟁 관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물론 그룹 내의 권력 관계에서는 아서 리가 절대적인 우위를 점했지만 음악적인 면에서 그는 언제나 브라이언 맥린을 의식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1기 러브와 2기 러브의 결정적인 차이는 2기 러브에 브라이언 맥린에 상응하는 인물이 없었다는 점이다. 아서 리의 재능은 변함이 없었지만 브라이언 맥린 없는 그의 독주는 이들의 음악을 어딘지 모르게 맥 빠지고 긴장감이 결여된 것으로 만들었다. 이런 점에서 2기 러브의 음반 중에는 자신 있게 추천할만한 작품이 거의 없다. 이 앨범 역시 마찬가지다. 이 앨범은 ‘러브의 음악이라면 질적 수준을 따지지 않는’ 열성 팬들을 위한 음반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Da Capo]와 [Forever Changes] 정도로 만족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20030330 | 이기웅 [email protected]

4/10

수록곡
1. August
2. Your Friend and Mine – Neil’s Song
3. I’m With You
4. Good Times
5. Singing Cowboy
6. Dream
7. Robert Montgomery
8. Nothing
9. Talking In My Sleep
10. Always See Your Face
11. Robert Montgomery [Alternate Vocal] 12. Talking In My Sleep [Alternate Mix] 13. Singing Cowboy [Unedited Version]

관련 사이트
Love 공식 사이트
http://www.lovewitharthurlee.com/
Love 비공식 사이트
http://members.ozemail.com.au/~hektor/love/
http://the-m-files.com/m2index.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