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328025054-undertones(0)Undertones – The Undertones – Sire/Castle, 1979/2000

 

 

열일곱살의 비망록

언더톤스(The Undertones)의 데뷔 앨범 [The Undertones]는 매우 흥겹고 유쾌한 작품이다. 브리티쉬 펑크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앨범 중 하나로 거론되지만 분노와 냉소로 점철된 영국 펑크 특유의 분위기는 이 앨범에서 찾아볼 수가 없다. 이 앨범이 표방하는 노선은 오히려 라몬스(Ramones)를 대표로 하는 아메리칸 펑크의 반지성주의에 더 가깝다. 그러나 라몬스의 바보스러움이 고도로 계산된 아이러니였음에 비해 언더톤스의 어벙함은 꾸밈없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다. 이들의 이러한 진솔함은 어리석음을 우악스럽게 과장하는 오프스프링(Offspring)이나 섬41(Sum 41) 등의 후배들과도 스스로를 구별짓는다. 언더톤스의 음악을 값지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이러한 솔직함이다. 동료 브리티쉬 펑크 밴드들이 아나키와 혁명을 이야기할 때 이들은 아무 부끄럼 없이 여자와 초코바와 자위(masturbation)를 노래한다. 그러나 이들이 이러한 소재를 다루는 방식은 너무나 가볍고 자연스러워서 유치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언더톤스의 탈정치적 펑크 팝은 동시대에 활약하던 버즈콕스(Buzzcocks)와도 일맥상통하는 면을 보인다. 그러나 버즈콕스가 이성관계에 깃든 열망과 좌절을 예리한 필체로 묘사한 반면 언더톤스에게 이성은 언제나 막연한 추상성을 넘어서지 못한다. 이들에게 여자는 바라봄과 동경의 대상일 뿐 구체적인 관계의 대상으로는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이 점에서 이들이 섹스가 아닌 자위행위를 노래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존재를 널리 알린 데뷔 싱글 “Teenage Kicks”는 베이포스(The Vapors)의 “Turning Japanese”, 후(The Who)의 “Pictures of Lily”와 함께 록 역사상 3대 자위가(自慰歌)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노래의 공식 버전은 “너를 꼭 안고싶어(I want to hold you want to hold you tight)”라는 후렴구로 이루어져 있지만 원래 이 부분의 가사는 “그것을 꽉 쥐고싶어(I want to hold it want to hold it tight)”였다. 존 오닐(John O’Neill)의 완벽한 멜로디와 피어갈 샤키(Feargal Sharkey)의 파토스 깃든 보컬은 자칫 저속할 수도 있는 이 노래를 한없이 순박하고 귀여운 청춘고백으로 격상시킨다.

언더톤스가 틴에이지 팝과 펑크 록을 절묘하게 결합시킨 낙천적 음악세계를 형성하게 된 것은 이들이 인구 10만도 되지 않는 북아일랜드의 소도시 데리(Derry 또는 Londonderry라고도 불림) 출신이라는 점과도 무관하지 않은 듯 하다. 대도시를 거점으로 생성된 펑크 록이 도회지 특유의 비인간성과 소외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반면 촌동네 출신인 이들의 음악에는 전통적 공동체의 안온한 분위기가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도시의 젊은이들이 세상의 모든 고민을 혼자서 떠안은 듯 괴로움에 몸부림칠 때, 이들은 장난기 많은 철부지 소년들로 구김살 없는 청춘의 나날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이다. 록 스타로 부상하고 난 다음에도 이들의 삶은 전형적인 록 스타의 자기파괴적 쾌락추구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들의 쾌락은 기껏해야 투어버스가 주유소에 정차했을 때 과자와 초콜렛을 잔뜩 사다 먹는 정도였고 이들의 가장 큰 그룹 내 갈등은 투어버스의 맨 앞 자리에 서로 먼저 앉으려는 실랑이였다. 이 앨범을 발표할 당시만 해도 멤버들의 나이가 이미 20대를 넘어서고 있었지만 이들의 정신연령만은 정확히 16-17세에 고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외국의 많은 평론가들은 이 앨범을 ‘완벽한 앨범’으로 평가한다. 존 오닐과 대미언 오닐(Damian O’Neill) 형제의 멜로디는 중독성이 느껴질 정도로 달콤하며, 각종 어린이 노래자랑을 석권한 경력의 피어갈 샤키는 펑크 보컬로서는 드물게 폭 넓은 표현 범위를 자랑한다. 여기에 이들의 위트 넘치는 가사는 노래가 지닌 재미를 더욱 배가시킨다. 비싼 옷을 마음껏 입고 싶어 모델이 되기를 꿈꾸는 소년의 노래 “Male Model”, 새 차를 몰고 나가도 여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해 주말에 TV나 보는 불쌍한 청춘 송가 “Girls Don’t Like It” 그리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천진난만한 초콜렛 찬가 “Mars Bars” 등 이 앨범 수록곡들은 언제나 입가에 가득 미소를 머금게 할 만큼 치기로 가득 차 있다. “Jump Boys”와 “I Know A Girl” 등이 다소 설익은 아이디어를 표출하고 “She’s A Run Around”와 “Get Over You”는 귀여움이 좀 지나친 듯 하지만 이 곡들의 결함을 인식하기에 2분 안팎의 연주시간은 너무 짧다.

이 앨범의 가장 인상적인 면모는 잠시도 쉴 틈 없이 몰아붙이는 속도감과 에너지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내달리는 이들의 기세는 오직 로큰롤에서만 접할 수 있는 꿈틀거리는 생명력을 만끽하게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 앨범은 피 끓는 소년 언더톤스의 처음이자 마지막 마스터피스로 기록된다. 이듬해에 발표된 두번째 앨범 [Hypnotised]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이들의 성장 징후는 1981년작 [Positive Touch]에 가면 드디어 완연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들의 찬란했던 틴에이지 시대도 이와 함께 종말을 고하고 만다. 성장은 이들에게 관악섹션과 발라드와 정치적 각성을 가져다 주었지만 이들은 그 대가로 젊음과 힘과 순박함을 지불해야만 했다. 1983년작 [Sin Of Pride] 이후 이들이 각자의 길로 뿔뿔이 흩어진 것은 이 점에서 어느 정도 정해진 수순이었다고 할 수 있다. 청춘이 영원할 수 없는 것처럼 이들이 청춘을 함께 한 언더톤스도 언제까지나 예전의 그 언더톤스로 머무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20030328025054-undertones-ryko오리지널 LP의 2판을 토대로 한 [The Undertones]의 라이코디스크 버전 표지 그림
지난 10여년간 이 앨범의 결정판으로 군림한 것은 라이코디스크(Rykodisc)의 1994년 버전이었다. 이전에도 몇몇 국지적인 CD 재발매는 있었지만 이 버전의 우수성을 능가할만한 버전은 나타나지 않았다. 가장 최근의 버전인 2000년 캐슬 뮤직(Castle Music) 판도 라이코디스크 판을 대체할 만큼 획기적인 우위를 보여주지는 못한다. 캐슬 뮤직 버전의 원래 의도는 이 앨범의 단명한 초판 LP를 복원하는 것이었다. 1979년 5월에 발매된 이 앨범의 초판 LP는 단 5개월 만에 2판으로 대체된 희귀 음반이다. 2판은 초판의 흑백 디자인을 컬러 디자인으로 바꾸고 초판에서 누락된 “Teenage Kicks”와 “Get Over You”를 수록했으며 “Here Comes The Summer”와 “True Confessions”의 오리지널 버전을 싱글 버전으로 대체했다. 라이코디스크 판이 토대로 한 것도 바로 이 2판이다. 캐슬 뮤직 판은 “Teenage Kicks”와 “Get Over You”를 그대로 남겨 두되 초판의 표지 디자인을 되살리고 “Here Comes The Summer”와 “True Confessions”의 오리지널 버전을 재수록함으로써 최대한 초판의 내용에 근접하려 했다.

만일 이 음반이 캐슬 뮤직의 의도대로만 나왔다면 이것은 1996년에 잠시 모습을 드러냈던 도조(Dojo) 리이슈 이후 최초로 초판을 복원한 매우 중요한 리이슈로 평가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캐슬 뮤직은 라이코디스크 판을 앞지를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를 스스로 날려 버리고 말았다. 곡명 리스트에 적혀 있는 것과 달리 캐슬 뮤직 판에 수록된 “Here Comes The Summer”는 오리지널 버전이 아니라 싱글 버전인 것이다. 이러한 실수는 캐슬 뮤직 판이 갖는 이점을 거의 무화시킬 정도로 치명적이다. 이것 외에 캐슬 뮤직 판이 새로운 버전으로서 내세울 수 있는 효용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비록 외양상으로는 라이코디스크 버전보다 세 개의 보너스 트랙을 더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True Confessions”의 싱글 버전은 단순히 위치를 변경한 것에 불과하고 “You’ve Got My Number (Why Don’t You Use It)”의 싱글 버전과 초콜렛 워치 밴드(The Chocolate Watch Band)의 곡을 커버한 “Let’s Talk About Girls”는 라이코디스크 판 [Hypnotised] 앨범에서도 이미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된 바 있다. 따라서 기존의 라이코디스크 판을 이미 소장한 팬들은 굳이 새로운 버전에 돈을 쓸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 앨범을 처음 구입하려는 사람에게는 다만 몇 개라도 들을 거리를 더 제공한다는 점에서 캐슬 뮤직 버전을 추천할 만하다. 20030310 | 이기웅 [email protected]

10/10

수록곡
1. Family Entertainment
2. Girls Don’t Like It
3. Male Model
4. I Gotta Getta
5. Teenage Kicks
6. Wrong Way
7. Jump Boys
8. Here Comes The Summer
9. Get Over You
10. Billy’s Third
11. Jimmy Jimmy
12. True Confessions
13. She’s A Run Around
14. I Know A Girl
15. Listening In
16. Casbah Rock
17. Smarter Than You [Bonus Track] 18. True Confessions [Bonus Track] 19. Emergency Cases [Bonus Track] 20. Really Really [Bonus Track] 21. She Can Only Say No [Bonus Track] 22. Mars Bars [Bonus Track] 23. One Way Love [Bonus Track] 24. Top Twenty [Bonus Track] 25. You’ve Got My Number (Why Don’t You Use It!) [Bonus Track] 26. Let’s Talk About Girls [Bonus Track]

관련 사이트
The Undertones 공식 사이트
http://www.theundertones.com/
The Undertones 비공식 사이트
http://theundertones.net/
http://home.swipnet.se/~w-11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