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328015319-Cornelius20-20PointCornelius – Point – Trattoria/Matadore, 2002

 

 

Point From Nowhere

고전 SF영화 [혹성탈출](Planet of the Apes)에 나오는 유인원 이름에서 따온 밴드명 코넬리우스는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오야마다 케이고가 운영하는 일인 밴드이다. 어릴 때 혼자서 기타를 연습했다는 그는 10대 때부터 롤리팝 소닉(Lollipop Sonic)이라는 밴드를 통해 음악 생활을 시작한다. 밴드는 곧 플리퍼스 기타(Flipper’s Guitar)란 이름으로 개명한다. 89년 여름부터 91년 가을까지 비교적 짧은 활동기간이었지만 피치카토 파이브(Pizzicato Five)와 함께 시부야 씬 형성에 큰 영향을 준 밴드로 기록되고 있다. 곧 오야마다는 밴드에서 탈퇴하고 자신의 원맨 밴드 코넬리우스를 “조직”하고 1994년 첫 정규 앨범 [The First Question Award]를 발매한다. 1995년에 발표한 [69/96]이 영어권 나라의 대중음악 평단에서 주목을 받고, 1997년 발표한 [Fantasma]부터 마타도어(Matador) 레코드를 통해 유럽과 북미 발매를 하게 된다. 그 후 블러(Blur)의 데이먼 알반(Damon Albarn)이나 U.N.K.L.E. 등이 그의 곡들을 리믹스하고, 영국의 글래스톤베리(Glastonbury) 페스티벌 등에도 참여하는 걸 보면 그는 일본 국적의 아티스트로는 드물게 영국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69/96] 앨범을 통해서 일본의 벡(Beck)이라는 별명이 붙게 된다. 샘플링을 회화의 콜라쥬처럼 사용한 표현기법으로 따지자면 벡과의 공통점이 느껴지지만, 콜라쥬로 표현된 그림의 질감이나 색감 등으로 따져보자면 벡과는 사조가 다르다고 말할 수 있으며, 가장 최근 앨범인 [Point]를 두고 벡의 분위기가 느껴진다고는 말하기 힘들 것이다. 일본에서 성장한 까닭인지 그의 음악들은 영미의 록과 일렉트로니카의 관습에서 자유롭다. 아니, 관습에서 자유롭기보다는 록, 일렉트로니카, 등 영미 음악의 여러 가지 특성을 추출 혼합해서 화음을 강조한 팝으로 외피를 두르는 이종교배 장르인 시부야 케이 장르적 묘미를 잘 살리고 있다는 편이 옳은 표현인 듯.

이번 앨범에서도 콜라쥬의 대가답게 포크, 메탈, 일렉트로니카 등의 장르와 물방울 소리 같은 음향, 심지어는 노래하는 사람의 목소리도 하나의 재료로 새로이 조합한다. 하지만 이 조합이 코넬리우스이기에 특별한 것은 이러한 소리의 재료를 이용하여 무엇을 표현하는 가에 관한 것이다. 그는 다른 아티스트들처럼 감정을 노래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 상심, 절망, 고통, 환희에 대해서 노래하지 않는다. 단지 사물을 ‘정밀 묘사’한다.

땡~하는 피아노 소리로 시작해서 가벼운 어쿠스틱 기타소리와 찌그러지는 노이즈로 표현되는 “벌레(bug)”는 깔끔하게 앨범을 열고, 다음 곡 “Point Of View Point”를 통해 작가 시점의 감상 요점을 해설한다. 음계를 반음씩 올라갔다 내려갔다 반복하는 화음의 목소리는 스테레오랩(Stereolab)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계속해서 매캐한 느낌의 검은 “연기(Smoke)”의 묘사. 이 부분에선 곡의 끝자락, 하늘 높이 올라가다 허공으로 흩어지는 장면의 묘사가 멋지다. 다음 주제어인 “물방울(Drop)”은 경쾌한 어쿠스틱 기타와 보컬로 묘사가 된다. 다음 곡에선 친절하게도 “시점이 바뀝니다(Another View Point)”라고 알려주고 주제어들이 대폭 바뀐다. “해질녘의 하늘색깔(Tone Twilight Zone)”, “깊은 숲 속에서 새 관찰하기(Bird Watching At Inner Forest)” 등 제시어가 좀 더 복잡해진다. “나는 증오를 증오해(I Hate Hate)”를 표현할 때는 갑작스럽게 그라인드 코어풍의 막 달리는 기타 리프와 드럼이 등장하지만, 중간중간에 방해하는 잡음과 전자음향은 가죽의 질감을 가진 인조가죽처럼 록의 기운을 가진 모조 록이라고 우기는 듯 하다.

앨범은 전작 [Fantasma]의 자유로운 느낌을 이어가고 있으나, 전체적으로 구성이 간결해지고 전작의 알록달록한 색채가 많이 퇴색되어, 심심해진 구석이 있다. 모든 샘플링과 장르적 실험은 너무 멀리 가지 않고 듣기에 편안한 주파수의 영역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앨범을 들으면서 새삼 느껴지는 차가운 질감은 듣는 이에 따라서 ‘듣기엔 좋지만 정이 안간다’는 반응도 유도할 수 있을 것 같다. “Brazil” 같은 곡을 들으면 브라질의 따뜻한 정취는 느껴지지만 로보트가 재현해 낸 것처럼 기계적이다. 이는 표현하는 이가 대상물에 감정을 불어넣기 실패했다는 뜻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지문을 도려낸 사람의 흔적 없음처럼 기이함이다. 한참 음악에 빠져있다가 앨범의 끝부분에서 이상함을 느끼고, 그를 향해 묻는다. ‘당신은 도대체 어디서 왔습니까?’ 오야마다 케오코는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마지막 곡에서 대답을 한다. From “Nowhere“ 20030328 | 이정남 [email protected]

7/10

수록곡

1.Bug
2.Point Of View Point
3.Smoke
4.Drop
5.Another View Point
6.Tone Twilight Zone
7.Bird Watching At Inner Forest
8.I Hate Hate
9.Brazil
10.Fly
11.Now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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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코넬리우스의 공식 페이지
http://www.cornelius-sound.com/
코넬리우스의 펜 페이지
http://www.monitorpop.com/cornelius_old/welcome.html
마타도어 레코드 페이지
http://www.matadorrecord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