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328013113-Xiu20Xiu20-20A20PromiseXiu Xiu – A Promise – 5 Rue, 2003

 

 

우리는 분노한다

슈 슈(Xiu Xiu)는 캘리포니아 산 호세에서 결성된 4인조 밴드다. 밴드의 중심은 보컬과 기타, 오르간을 맡고 있는 제이미 스튜어트(Jamie Stewart)이며, 구성원 중에 신시사이저, 트럼펫, 징을 담당하고 있는 중국계 미국인 이본느 첸(Yvonne Chen)의 존재도 눈에 띈다. 2002년 2월에 발표한 데뷔작 [Knife Play]는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를 주도한 조이 디비전(Joy Division), 소닉 유스(Sonic Youth), 큐어(Cure)같은 밴드들과 디트로이트 테크노(Detroit Techno)의 영향을 느낄 수 있는 음반이었다. 같은 해 8월에는 EP인 [Chapel of the Chimes]를 발표했는데, 디트로이트 테크노를 연상시키는 빈티지한 전자 음들의 비중은 줄어들었고, 전자 기타, 드럼과 퍼커션, 만돌린같은 악기들이 대신 자리를 차지했다. 이와 같은 악기의 전면적인 사용은 [Knife Play]에서 신시사이저의 어설픈 사용으로 인해 경박하게 들렸던 음악을 공격적인 박진감과 비장한 음색으로 이뤄진 음의 지층들로 변화시키는 효과를 낳게 된다.

[A Promise]는 2003년에 발표된 슈 슈의 두 번째 정규 음반이다. 내용물을 조감해보면 먼저 전 작과 달라진 세 가지 점이 귀를 잡아챈다. 첫째, 촌티 나던 전자 음들이 세련되어졌다. 1980년대 디트로이트 테크노는 1990년대 앰비언트 비트로 바뀌었다(“Pink City”, “20000 Deaths for Eidelyn Gonzales, 20000 Deaths for Jamie Peterson”, “Sad Redux-O-Grapher”). 둘째, [Knife Play]에선 ‘날선’ 효과음들과 신시사이저 음들이 불협화음을 일으켰고, [Chapel of the Chimes]는 일관적으로 휘몰아치는 느낌은 강했지만 리듬감이 약했던 반면 [A Promise]에 이르러 이러한 난점들이 해소되었다. 다시 말해 전 작들에서 시도되었던 전자 음과 울부짖는 목소리, 종이나 징과 같은 악기들이 형성하는 독특한 효과음을 혼합하여 급박한 박자에 실어 변주하는 이들의 음악 형식이 본 궤도에 이르렀다(“Apistat Commander”, “Blacks”, “Brooklyn Dodgers”). 셋째, 포크에 가까운 곡들이 삽입되었다. “Sad Pony Guerrilla Girl”은 전자 음과 포크의 동거를 시도하고 있으며, 트레이시 채프먼(Tracy Chapman)의 곡을 리메이크한 “Fast Car”는 음반의 독백적인 특질을 강조하는 곡이다.

열거한 바와 같이 변천하거나 발전한 부분도 있지만 전작과 공유하는 특성도 있다. 큐어의 로버트 스미스(Robert Smith)와 조이 디비전(Joy Division)의 이언 커티스(Ian Curtis)를 섞어놓은 것 같은 제이미 스튜어트의 목소리는 여전히 고딕 록(Goth Rock)의 도착적인 매혹을 간직하고 있고, “Walnut House”의 말미에 징을 대폭 연주하는 것처럼 음반에 생생한 불안감을 가져다주는 이채로운 악기의 사용 역시 그러하다.

정리하자면 전자 음의 변화와 포크에 가까운 곡들의 삽입은 전작들의 투박한 질감을 본 작에서 자연스럽게 바꿔놓았으며, 형식적 특성의 안정은 엉성했던 사운드의 틈새를 메워주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본 음반은 전 작의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더 성숙해진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지만, 그래도 대체적으로 소리들이 거칠다는 점은 감추기 어렵다. 또한 목소리의 음조가 대체적으로 과장되어 있으며, 내면의 독백에 초점을 맞추는 ‘의식의 흐름’ 구성을 취하고 있는 까닭에 음반이 산만해 보인다는 지적을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것들을 단점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 전자 음과 억세고 성긴 음향들로 직조된 [A Promise]가 궁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전자 음악과 결합한 록이 잃어버렸던 ‘분노’의 감정이기 때문이다. 섬세하면서 날카로운 효과음들은 ‘격노’의 매개물로써 기능하고 있는 것이며, 제이미 스튜어트의 절규는 그것의 포효로서 ‘가슴’에 와 닿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음반을 즐기느냐, 아니냐는 청자의 심미적 가치관에 좌우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내재된 분노가 있느냐, 없느냐 일 것이다. 심리적으로 동조하지 않고 저항하기엔 이 음반의 광포한 힘은 실로 간단치 않을 것이니까. 20030130 | 배찬재 [email protected]

8/10

수록곡
1. Sad Pony Guerrilla Girl
2. Apistat Commander
3. Walnut House
4. 20000 Deaths for Eidelyn Gonzales, 20000 Deaths for Jamie Peterson
5. Pink City
6. Sad Redux-O-Grapher
7. Blacks
8. Brooklyn Dodgers
9. Fast Car
10. Ian Curtis Wishlist

관련 글
록에서 일렉트로니카로 : Intro – vol.5/no.05 [20030301]
The Postal Service [Give Up] 리뷰 – vol.5/no.05 [20030301]
Out Hud [S.T.R.E.E.T D.A.D] – vol.5/no.05 [20030301]
Radian [Rec.Extern] – vol.5/no.05 [20030301]
Midwest Product [Specifics] – vol.5/no.05 [20030301]
Lali Puna [Scary World Theory] – vol.5/no.05 [20030301]
Add N to (X) [Loud Like Nature] – vol.5/no.05 [20030301]
Notwist [Neon Golden] – vol.5/no.1 [20030101]
Enon [High Society] 리뷰 – vol.5/no.06 [20030316]
Xiu Xiu [A Promise] 리뷰 – vol.5/no.06 [20030316]
Icu [Chotto Matte A Moment!] 리뷰 – vol.5/no.06 [20030316]
Meg Lee Chin [Piece And Love] 리뷰 – vol.5/no.06 [20030316]
Mitchell Akiyama [Temporary Music] 리뷰 – vol.5/no.06 [20030316]
Cornelius [Point] 리뷰 – vol.5/no.06 [20030316]

관련 사이트
Xiu Xiu 공식 사이트
http://www.xiuxiu.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