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신호미와 얼트 바이러스(alt.virus)입니다. 음악 하는 밴드냐고요? 아닙니다. 그러지 말라는 법도 없지만 재능이 비천하다보니 직접 음악을 창작하고 생산하기보다는 남이 만든 음악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 하는데 만족하는 집단입니다. ‘음악비평 동인 모임’이라고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얼트 바이러스라는 이름이 생경하다고요? 대한민국 음악서적의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은 불후의 명저(하하!) [얼트 문화와 록 음악 1, 2](한나래, 1996/7)의 저작 주체라고 설명드리겠습니다. 한때 모 PC 통신에 둥지를 틀고 음악 소모임을 가져 보기도 했습니다만 지금은 유명무실해진 상태라는 점도 밝혀드리겠습니다.

그 동안 얼트 바이러스는 각 멤버들의 솔로 활동과 이런저런 프로젝트로 바빴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힘들었던 일은 1996년부터 1999년까지 매년 개최했던 인디펜던트 록 페스티벌 ‘소란’이었습니다. 1999년의 페스티벌을 계기로 많은 멤버들이 녹초가 되어버렸죠. ‘나름대로 무언가 해 보려고 했지만 잘 안 되더라’라는 패배주의적 정서가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 뒤 실질적 해체 상태에 있었습니다. 재능 있는 멤버들이 일신의 영달을 위해 유학도 가고, 취직도 하고 해서 인력의 빈번한 이동도 많았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습니다. 그게 우리네 삶의 조건이니까요. 전쟁 같은 어이없는 일이나 일어나지 않으면 다행일 뿐이지요.

결론은 얼트 바이러스가 ‘유령단체’라는 말일 텐데 그래도 꾸준히 생산물을 내 왔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weiv]입니다. 물론 [weiv]가 얼트 바이러스의 ‘기관지’는 아닙니다(이렇게 말하면 다른 분들이 기분나빠 할 테니 혹시라도 그렇게 생각지는 말아 주십시오). 얼트 바이러스 출신 몇 명이 [weiv]에서 꾸준히 활동해 왔다는 이야기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혹시나 [weiv]에 난데없이 ‘한국 록의 역사’라는 타이틀의 시리즈물이 나온 것에 대해 의아한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얼트 문화와 록 음악 1]의 초판을 구입하신 분은 거기에 ‘예고편’같은 목차가 실린 것을 보았을 것입니다. 그걸 보신 분들은 한국의 대중음악에 대한 이야기로 ‘3권’을 저술할 것이라는 마스터플랜을 보았을 것입니다. 극소수이지만 ‘그거 왜 쓰지 않고 있느냐’라고 항의하는 독자들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 사람이 듣는 새로운 외국 음악’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간주되는(그렇게 말한 적은 없습니다) [weiv]에 ‘옛날 한국 음악’에 대한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이상한 일은 아니라고 답변드릴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동안 시리즈 메뉴로 연재한 [Go! Go! 한국 록의 고고학]은 1960~70년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시간적으로 너무 ‘멀다’는 느낌을 준 듯합니다. 여기 찾아오는 분들의 평균 연배를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겠죠. 그래서 ‘현재’에 조금 가까워지는 별도의 기획을 준비하고자 합니다. 이름하여 [1970년대, 1980년대, 1990년대를 잇는 거대한 다리들]입니다. [Go! Go! 한국 록의 고고학]에 등장하는 선구적 인물들은 이제는 자연적 나이가 많아지면서 ‘현역’과는 거리가 있는 활동을 하고 계시지만, 새로운 기획에 등장할 분들은 아직은 현역의 이미지가 강한 분들입니다. 아무래도 1980년대가 이들의 전성기였지만 아직도 이런저런 새로운 기획을 하고 계신 분들입니다. 아무래도 열(十)이라는 숫자를 채우는 게 좋을 것 같아서 ’10대 천왕’이라는 이름을 달아 보기도 했는데 영 촌스럽군요.

그렇다고 [Go! Go! 한국 록의 고고학]이 종친 것은 아닙니다. 단지 이제까지 너무 숨가쁘게 달려온 것 같아서 앞으로 이 작업은 숨을 골라 가면서 슬렁슬렁 진행하고자 합니다. 수십 년 동안 방치해 놓은 작업을 한두 달 미룬다고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닐 테니 말입니다. 참고로 현 시점에서 이 시리즈는 1977년이나 1978년쯤 왔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1970년대 이전의 문서자료는 어떤 분의 진심 어린 도움으로 쉽게 이용할 수 있었는데, 1980년대 이후의 문서자료를 확보할 시간을 벌자는 얄팍한 계산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새로운 기획은 몇 년 전 박준흠씨가 잡지 [Sub]에 연재하고 단행본으로도 출판한 작업과 대상이 비슷합니다. 강헌씨라는 분도 몇 번 가볍게 건드렸고 무거운 책도 출판 직전 상태에 와 있습니다(이런 저런 여건으로 공간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니 ‘한 걸 뭘 또 하냐?’라는 핀잔을 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작업이 몇 명이 하고 ‘다 했다’고 끝내버릴 성격의 작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이런 작업이 단지 과거에 대한 재조명으로 끝나고 현재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면 별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사실 그 점이 제일 걱정입니다. [weiv]의 독자들 대다수는 외국 음악의 ‘매니아’이고 ‘가요’는 우습게 보는 분들일 것입니다. 저 역시 소시적에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어쩌면 그건 당연합니다. 음악이 예술이지 도덕이 아닌 이상 민족주의를 발휘할 영역은 아닙니다. 저희로서는 단지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통해 미래를 모색하자’고 소박하게 제안해 볼 뿐입니다.

너무 커다란 바람입니다만 저희 작업이 영향을 미쳐서 젊은 음악인에 의해 국제적이면서도 한국적인 음악 문화가 탄생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없지는 않습니다. 국제적 트렌드를 쫓아다니다가 어느 날 갑자기 ‘그래 국악과의 접목이 필요해’라고 엉뚱한 방향을 취하는 것보다는 이게 낫다고 봅니다. 이건 음악을 생산하는 사람이든, 아니면 음악을 소비하는 사람이든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더 이야기하면 이야기가 훈계조로 흐를 것 같습니다. 역시 나이가 들면 꼰대가 되나 봅니다. 각설하고 앞으로 연재할 주제를 말하겠습니다. 변덕이 심한 제가 언제 또 기획을 수정할지는 모릅니다만 그래도 큰 틀과 전반적 문제의식에는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조금 걱정스러운 것은 이런 기획이 시의성이 있으면 좋은데 그걸 딱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사랑과 평화의 신보가 나오고 [어사 박문수]에 한 곡이 삽입되었을 때 사랑과 평화 스페셜을 하면 좋았을 텐데 그것도 놓쳤고, 엄인호와 신촌 블루스의 오랜만의 공연에 이정선, 엄인호, 한영애, 신촌 블루스 스페셜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이번 주말로 공연이 끝난다고 합니다. 어쩔 수 없죠. 시간이 사람을 기다려 주지는 않으니까요. 다행히도 전인권의 따끈따끈한 신보가 나온답니다. 그 시점에 맞추어서 이 시리즈를 ‘들국화 스페셜’로 시작해볼까 합니다. 20030323 | 신현준 [email protected]

* ‘1970년대, 1980년대, 1990년대를 잇는 열 개의 다리들’ 목차

1. 들국화, 신화와 콤플렉스: 1978~1987

2. 사랑과 평화를 향한 구비구비 머나먼 길

3. 우리 함께 있을 동안에, 우리 모두 여기에
1) 조동진
2) 조동익
3) 장필순

4. 선생님과 룸펜, 신촌에서의 마지막 블루스
1) 이정선
2) 엄인호
3) 한영애

5. 조용필의 로큰롤 오디세이: ~1984

6. 우리가 음악을 하면 아마 놀랄거야. 깜짝 놀랄거야 : 산울림과 그의 꾸러기들

7. ‘캠퍼스 그룹 사운드’ , 슈퍼그룹으로 고공비행하다 : 송골매, 활주로, 블랙 테트라, 4막5장

8. 보헤미안의 멀고 먼 길 : 한대수와 양병집

9. ‘아침이슬’을 맞고 ‘작은 연못’을 지나 ‘봉우리’로: ‘(김)민기형’과 그의 후배들 (예정)

10. 나그네의 옛 이야기, 엽전들의 후일담: 신중현과 뮤직 파워, 세 나그네, 세계일주 (예정)

<참고>
처음 계획은 위와 같이 하나의 그룹 혹은 집단을 독립적인 하나의 다리로 해서 시리즈를 진행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중간에 ‘A vs B’ 형식으로 전환하여, 각 다리 사이에 함께 묶이거나 가로지르는 경우가 잦아졌습니다. 그래서 위의 각 발문들을 클릭해보면, 조동진과 이정선이, 조동익과 엄인호가, 장필순과 한영애가, 그리고 산울림과 송골매가 하나의 발문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시리즈의 모든 글들을 대문(main page)에 거는 것은 공간적 제약이 많아서 각 다리 시리즈의 발문만 링크해 놓았습니다. 각 발문의 하단에 있는 ‘관련 글’ 항목을 참조하세요. 해당 다리 시리즈의 모든 글들(앨범 리뷰, 인터뷰, 에세이 등)이 링크되어 있으니, 링크를 따라 클릭하면서 읽어가면 됩니다. ‘Go Go! 한국 록의 考古學: 미 8군 무대부터 대마초 파동까지’ 시리즈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뭐, 다 아실 테지만, 노파심에 드려본 말씀입니다.

관련 글
들국화, 신화와 콤플렉스: 1978~1987 – vol.5/no.6 [20030316]
테러리스트(?) 전인권 – vol.5/no.6 [20030316]
전인권 공연 리뷰 – vol.5/no.6 [20030316]
들국화의 브레인, 드디어 입을 열다: 최성원과의 인터뷰 – vol.5/no.6 [20030316]
들국화의 고수(鼓手), 40년의 북 치는 인생을 회고하다: 주찬권과의 인터뷰 – vol.5/no.6 [20030316]
전인권 [맴도는 얼굴/꽃분이] 리뷰 – vol.5/no.6 [20030316]
따로 또 같이 [맴도는 얼굴/이 한밤을] 리뷰 – vol.5/no.6 [20030316]
이승희·이영재·최성원 [노래의 날개/그대 떠난 뒤에는/매일 그대와] 리뷰 – vol.5/no.6 [20030316]
따로 또 같이 [그대 미움처럼/별조차 잠든 하늘에] 리뷰 – vol.5/no.6 [20030316]
믿음 소망 사랑 [믿음 소망 사랑 신곡집(화랑/뛰어/만남)] 리뷰 – vol.5/no.6 [20030316]
배리어스 아티스트 [우리 노래 전시회 I] 리뷰 – vol.5/no.6 [20030316]
들국화 [들국화 I(행진/사랑일 뿐이야)] 리뷰 – vol.5/no.6 [20030316]
들국화 [들국화 Live Concert] 리뷰 – vol.5/no.6 [20030316]
들국화 [들국화 II(제발/내가 찾는 아이)] 리뷰 – vol.5/no.6 [20030316]
전인권·허성욱 [1979~1987 추억 들국화] 리뷰 – vol.5/no.6 [20030316]

관련 사이트
그룹 들국화를 사랑하는 팬들의 모임: 전인권, 최성원, 주찬권도 회원으로 있다.
http://cafe.daum.net/march
들국화 팬 사이트
http://my.dreamwiz.com/aproman
http://www.hangji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