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326033536-0506review_ddaro1따로또같이 – 맴도는 얼굴/이 한밤을 – 지구(JLS 1201442), 1979

 

 

지나간 시대를 정리하고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다

이주원, 나동민, 강인원, 전인권으로 구성된 따로또같이에 대한 글이라면 여기저기에서 쉽게 찾을 수 있을 테니 이들에 대한 소개는 대략 ‘1970년대를 마감하며 한국 포크 록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되는 밴드와 그들의 데뷔 음반’이라고만 정리하겠다. 사실 이들에 대한 평가는 이 한 문장으로도 충분하다.

그렇게 정리하면, 음반을 들으며 그 사회/문화적 맥락을 정리할 부담감은 줄어든다. 오히려 이 음반 자체에 대한 감상에 집중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부연하자면, 이 음반의 사운드가 1970년대의 한국 대중음악의 주류였던 ‘통기타 음악’의 정서에 기대고 있지만 그 바탕에는 록과 민요, 뽕짝 등의 스타일이 혼합되어 묘한 느낌을 준다는 말이다. 그리고 각각의 수록곡들을 지배하는 것은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가사로 표현되는 비감(悲感)이다. 주로 이별과 고독, 그리움과 이루어지지 않은 꿈에 대해 노래하는 수록곡들은 대부분 나동민과 이주원의 곡으로 플루트나 바이올린과 같은 ‘진짜’ 악기의 음색을 통해, 안 그래도 심란한 감정을 ‘짠’하게 전달하는 ‘편곡의 묘미’를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음반을 여는 “맴도는 얼굴”은 무척이나 귀에 익다. 민요조로 진행되는 이 곡이 낯익게 느껴지는 까닭이 여전히(?)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들에서 위안과 안정을 찾게 되는 개인적 취향(혹은 감수성) 덕분인지, 아니면 민요 장단이 내 몸 속에 흐르는 피와 반응하는 까닭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그리고 알 수도 없지만), 단조 민요 가락에 전인권의 걸쭉한 목소리가 적절한 조화를 이루는 이 곡에는 실연의 아픔을 견뎌야만 하는 어떤 사내의 쓸쓸한 정서가 구구절절 흘러 가감없이 전달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그것은 대부분 전인권의 목소리 덕분이기도 한데, 이 곡에서 전인권은 특유의 ‘속에서부터 끓어올라 내뱉는 듯한’ 창법을 선보인다. 게다가 ‘내 님 얼굴 유성기판처럼 맴도네’라는 소박하지만 참신한 표현이나 처량한 곡조를 따라 아득히 흐르는 플루트 연주는 이러한 쓸쓸한 정서를 오롯이 드러내 주고 있으니 이 음반에서 가장 인상적인 곡이라는 느낌을 준다. 이 곡은 전인권의 1979/1980년 첫 솔로 음반에 수록되었고 1988년 독집 음반에 “헛사랑”이라는 제목으로 재녹음되어 재수록되었다. .

이어지는 “외기러기”에는 슬로 템포로 진행되는 퍼즈 톤의 전기 기타가 등장하는데 천천히 고조되다가 스르르 가라앉는 감정선이 인상적이다. 그렇게 두 곡을 듣다 보면, ‘보라빛 코스모스가~ 찬바람에 흩날리며~’라는 가사가 ‘캠프송’ 같은 곡조로 진행되는 “초겨울”과, 나른한 일요일 오후 에프엠(FM) 라디오 방송에 어울릴 듯한 “조용히 들어요”가 연달아 등장한다. “초겨울”의 한없이 착한 노랫말은 간주 부분에 등장하는 바이올린의 음색에 힘입어 아련하지만 따뜻한 그리움을 전해주고, “조용히 들어요” 역시 비슷한 인상인데, 이를테면 오후 4시 FM 주파수를 고정시키면 감상할 수 있던 곡이다(하긴 이 점이 어디 이 곡에만 적용될까마는). “언젠가 그 날”에는 무그 신서사이저가 등장하는데, 처량한 주 곡조와 지나간 사랑에 대한 안타까운 감정을 읊는 노랫말이 진행되다가 허밍으로 마무리되는 구성에 다다르면 만가(輓歌)와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뒷면을 들으면 어쿠스틱 기타 아르페지오가 주도하는 가운데 떠나버린 사랑을 그리워하는 가사가 여리고 애뜻한 목소리에 실리는 “이 한밤을”, 포크송 대백과 같은 노래 책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김민기의 곡 “가을 편지”를 지나, 뽕짝 리듬에 기대어 고독의 정서를 노래하는 “긴 밤”, “뜨거운 노래”가 등장한다. 각 곡마다 바이올린이나 플루트가 등장하여 색다른 정서를 전달하고 있는데, 그것은 언뜻 평이한 느낌의 곡들을 고급스럽게 포장해 세련미를 가미한 편곡 덕분일 것이다. 마지막 곡 “외로운 길손”은 듀엣으로 시작하여 솔로가 등장하다가 ‘라라라’하는 코러스로 마무리되는 구성의 곡인데, 다른 수록곡과는 달리 과감하게 곡을 열어놓은 채 코러스로 마무리한다는 점이 신선하게 들린다.

하지만 1970년대를 마무리하며 1980년대의 문을 열 준비를 하는 음반이라고 생각하기에 이 음반의 전체적 분위기는 어둡다. 따로또같이라는 이름마저도 ‘희망적’이라기보다는 어딘지 쓸쓸한 정서를 표현한 말로 들린다(하긴, 1980년대가 어디 희망적이었나 싶기도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것은 1970년대 말의 한국 포크 뮤지션들의 현실 인식에 기반한 까닭 때문이기도 할 듯하다. 정치적 이유로 ‘통기타’ 가수들의 활동이 노골적으로 혹은 암묵적으로 억압되던 시절, 그들은 어떤 전환점에 서 있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어떻게 하느냐’라는 문제만큼, ‘무엇을 하느냐’라는 질문 역시 중요한 순간이었을 듯하다. 더불어 불안한 현실에서 직업적인 음악가로 활동하는 것이 여의치 않았을 것이므로 이들이 ‘임시적으로 연합해’ 활동을 한 까닭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음반에 수록된 음악은 지금 들어도 신선하게 들리는 독창적인 포크 록 사운드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197~80년대 청춘 영화에서 스치듯 등장하던 ‘캠프 파이어’ 장면에 나오는 곡처럼 ‘가볍게’ 들리기도 한다. 이런 묘한 양면적 느낌의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민요를 기반으로 해서 만들어진 작곡 스타일과 어쿠스틱 기타, 무그 신서사이저 같은 악기음들 사이의 부조화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얼핏 들으면 이 음반의 사운드는 ‘향토적’으로 들린다. 결국 이런 양면적인 사운드는 ‘과도적’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달리 말하면 이 음반은 ‘1980년대의 사운드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숙제를 던지는 셈이다.

실제로 따로또같이의 2집을 들으면 악곡 형식과 사운드가 세련되게 개선되었음을 느낄 수 있는데, 따로또같이라는 프로젝트의 가장 큰 의미는 이 점에 있을 것이다. 물론 이주원, 나동민, 강인원이 1980년대 이후에도 대중음악계의 작곡가, 편곡가이자 활발히 활동하게 되는 밑바탕이 되었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따로또같이는 ‘전인권이 있던 그룹’이자 ‘들국화의 토양’이었다는 협소한 의미 외에, 1970년대의 시대정서에 뿌리를 둔 음악인들이 현재의 사운드를 정리하고 미래의 사운드를 위해 고민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 좋은 텍스트이다. 20030325 | 차우진 [email protected]

8/10

수록곡
Side A
1. 맴도는 얼굴
2. 외기러기
3. 초겨울
4. 조용히 들어요
5. 언젠가 그 날
Side B
1. 이 한밤을
2. 가을 편지
3. 긴 밤
4. 뜨거운 노래
5. 외로운 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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