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313021624-peterpan피터팬 컴플렉스 – Radio Star – 예당 엔터테인먼트, 2003

 

 

‘피터팬’과 ‘컴플렉스’의 진검(무)승부

피터팬 컴플렉스의 [1인칭 주인공 시점](2002)은 “고슴도치 Complex”의 3초 짜리 기타 리프만으로 자신의 정체를 죄다 폭로해버리는 음반이었다. 즉 플라시보(Placebo)에게는 들려주고 싶지 않은 음반이었던 것이다. 속지에는 ‘어른이 되면 더 이상 날 수 없다’는 말이 적혀있었지만, 정작 브라이언 몰코(Brian Molko)는 “Pure Morning”의 비디오에서 빌딩 아래 길바닥으로 내려가지 않았던가. 신인다운 패기와 설렘은 3초가 만들어낸 편견과 팽팽하게 맞섰다. 승자는? “Don’t Let Me Down”의 무지막지한 훅, 도저히 따라부르지 않고는 못배기게 하는 ‘Don’t let me doooown’이었다. 해서, 구매자로서는 승리했다는 데 위안을 삼으며 다음 라운드를 기다려왔다. 이번에는 좀 더 괜찮은 녹음 상태로 들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그래서 가장 먼저 들은 곡이 재녹음된 “Don’t Let Me Down”이라는 사실은 나로선 이상한 일이 아니다. (녹음 문제도 있었던 듯한) 지저분한 사운드는 말끔히 정돈되었고 켜켜이 쌓인 기타 소리는 먼지를 턴 장롱처럼 까슬하니 빛난다. 어딘지 모르게 삐걱거렸던 김경인의 드럼도 안정적이다. 무엇보다 그 코러스는 언제 들어도 매력적이다. 역시 재녹음된 “고슴도치 Complex”도 비슷하다. 그러니 이런 곡들을 두고 ‘플라시보 컴플렉스’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하는 것은 불공평하다. 두 곡 다 원곡의 날선 느낌이 다소 깎여나갔다는 점은 맞지만, 이것을 타협이라 부르는 것은 안될 말이다.

이 두 곡에 대해서 한 말이 음반 전체에 적용된다. 플래시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를 내세우며 밀고 있는 “나비보호색”은 거품처럼 울렁이는 신서사이저와 하늘거리는 코러스가 달콤하게 울려퍼지며, “Pavlov의 법칙”은 우울하게 되풀이되는 ‘빠빠빠’ 코러스가 역설적인 효과를 노린다.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걸리는 시간”은 좋은 곡을 좋은 곡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걸리는 시간이 짧은 곡이다. 똑 부러지는 선율과 명민하게 움직이는 노이지한 기타는 분명 이들의 개성이며, 데뷔 EP를 낸 바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이들의 연주는 무척 능숙하다.

하지만 마냥 좋은 음반이라고 하기엔 망설여진다. 일종의 분위기 전환으로 넣었을 “숲(Forest)”은 이 음반이 ‘피터팬’ 컴플렉스의 것이라는 사실을 재차 확인하게 하는 것 이상의 효과가 없으며, 라이브에서 즐겨 연주한다 해도 (엘튼 존이 아니라 뉴 키즈 온 더 블록의) “Tonight”의 어중간한 리메이크는 이해할 수 없다. 다른 평자의 말이 아니더라도 “Neonsign”에서 전지한은 톰 요크를 지나치게 의식한다. 안그랬다면 외려 개성적인 곡이었을 것이다. 더하여 드럼이 강약 조절에 가끔씩 어려움을 겪는 듯 하다는 점 또한 걸린다. 그러나 음반은 이런 문제점들이 조만간 개선될 것이라며 우리를 48분 남짓 설득하고, 듣다 보면 수긍도 간다.

아무래도 이들의 정서는 “나비보호색”이나 (홀연 펌킨스를 불러내는) “We Are The No.1″보다는 젖은 종이처럼 금새라도 찢어질 듯한 “Neonsign”이나 야릇한 파괴력을 지닌 “Rockstar에 대한 새로운 견해”(어떤 견해일까) 쪽인 것 같다. 이를 고집하면 좋겠다는 주문은 건방진 것이며, 또한 메이저 기획사와 계약을 맺고 활동하는 밴드의 생존전략으로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하여, 이번 라운드는 비긴게 되었지만 다음 시합에 대한 기대가 남아있다. 그때까진 네버랜드로 가지 말고 여기, 에버랜드 롤러코스터같은 이 땅에 머물러 주기를. 20030303 | 최민우 [email protected]

5/10

* 사족: 음반 크레딧의 ‘All Songs, Lyrics, Arranged by Peterpan Complex’라는 표기는 유난히 정겹게 보인다. 왜 그럴까.

수록곡
1. Fade In (심한 상실감)
2. 고슴도치 Complex
3. 나비보호색
4. Pavlov의 법칙
5. Neonsign
6.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걸리는 시간
7. 숲(Forest)
8. We Are The No.1
9. Rockstar에 대한 새로운 견해
10. I Love Mom
11. 죽지마
12. 시간
13. Don’t Let Me Down
14. Fade Out (To Be Continued)
15. Tonight (Bonus Track)

관련 사이트
피터팬 콤플렉스 공식 사이트
http://www.peterpancomple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