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306015026-MezzanineMassive Attack – Mezzanine – EMI/Virgin, 1998

 

 

검은 천사, 날개를 접다

‘트립합이 무슨 음악인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할 말이 별로 없다. 브리스톨(Bristol)이란 지명과 몇몇 뮤지션들(포티스헤드(Portishead), 트리키(Tricky), 매시브 어택)의 이름, 힙합, 몽환, 우울, 그렇게 주워섬기다가 DJ 섀도(DJ Shadow)도 한때 트립합 뮤지션이라 불렸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머쓱해할 게 뻔하다. ‘Q: 당신들은 이러이러한 장르의 음악을 하지 않습니까? A: 아니요. 우린 우리만의 음악을 할 뿐입니다.’ 음악 저널리즘과 뮤지션 사이의 이러한 대화는 얼굴만 바뀐 채 영원히 진행되는 진실/생존 게임으로서, 결국 서로에게 필요악인 것이다(그래서 처음부터 ‘우린 힙합과 R&B를 록적인 필로 소화한 음악을 해요’란 말을 하며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게임의 룰을 깬 것 같아 기분이 이상하다). 역으로, ‘무엇이 트립합 음악인가’라는 질문을 받아도 할 말이 없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CD 플레이어에 [Mezzanine]을 걸 수는 있다.

음반의 사운드는 ‘압도적이다(overwhelming).’ 첫곡 “Angel”은 단순하고 주술적인 베이스 라인 위로 둔탁한 비트와 스산한 효과음이 겹치는 와중에 호레이스 앤디(Horace Andy)의 바이브레이션 강한 보컬이 얹힌다. 밤안개 속을 행진하는 군대의 발걸음같은 비트는 점점 무거워지고, 마침내 퍼즈 톤의 휘감아도는(swirling) 기타가 일격을 가하는 순간 사운드는 걷잡을 수 없이 광폭하게 변한다. 숨어있던 온갖 소리들이 튀어나오는 그 아수라장 속을 “love you, love you”라는 울림이 떠돌아다니는데, 나중에는 가청 주파수 너머의 것까지 들린다는 착각마저 든다. 오케이, 이것은 검은 천사가 뭉개놓고 간 어떤 풍경이 내지르는 단말마의 비명일 것이다. 이러한 템포를 유지하면서 긴장감과 공격성을 이정도까지 끌어올리는 곡을 만나기란 어려운 일이다.

“Angel”의 뒤를 잇는 세 곡 “Risingson”, “Teardrop”, “Inertia Creeps” 은 도입부의 음울함과 긴장을 놓치지 않은 채 다양한 방식으로 움직인다. 3D가 특별히 공을 들였을 “Risingson”은 악몽 속에서 방문한 아이맥스 영화관처럼 사방으로 회전하는 입체적인 소리를 들려주고, LP의 지직거리는 노이즈를 배경으로 잿빛 하늘의 정기를 머금은 선율을 흘리는 “Teardrop”은 엘리자베스 프레이저(Elizabeth Fraser)의 청아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곡은 내내 무언가에 짓눌린 듯 흐른다. 아프로 리듬의 퍼커션과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루프가 전체를 지배하는 “Inertia Creeps”는 커버에 나온 대형 딱정벌레의 주제가격인 곡으로서, 중간에 등장하는 청아한 기타 스트로크는 역설적인 섬뜩함을 안겨준다.

일종의 간주곡인 “Exchange”를 지나면서 소리들은 보다 추상적으로 변한다. “Dissolved Girl”의 외양은 전통적인 팝송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그 뒤를 떠받치는 사운드의 텍스처와 질감은 전반부에 비해 좀 더 복잡하고 몽환적이며, 또다시 퍼즈 톤의 록 기타가 표현의 중심에 등장한다. 초기 매시브 어택의 분위기가 어렴풋이 남아 있는 “Man Next Door”를 거쳐 “Group Four”에 이르는 동안은 음반의 집중력이 다시 끌어올려지는 시간이다. 특히 8분 남짓한 시간 동안 서늘한 사운드를 뿜어내는 “Group Four”는 무표정한 랩과 하늘거리는 보컬이 뒤로 밀려난 채 추상적인 소리들이 전신을 압박하듯 몰아붙이는 ‘쌈빡한’ 마무리이다.

시기적으로 보았을 때, 이 음반은 트립합이 유행/운동의 영역에서 스타일의 영토로 옮겨가던 시기에 나온 최후의 걸작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런 만큼 이전에 나왔던 그들의 어떤 음반보다도 알차고 확실한 사운드를 들려준다는 평가도 더하여 할 수 있을듯 하다(물론 이러한 평가는 [Blue Lines]가 열어젖힌 새로운 경지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의 문제이다). 이 음반 이후 매시브 어택은 5년 동안 실질적인 활동을 중단했고 신보는 머쉬룸이 탈퇴한 상황에서 제작되었다. 그러니, 이 음반은 브리스톨의 우울남 삼인조가 만든 최후의 사운드이자 검은 천사의 날개가 접힌 음반이라는 평가 또한 아쉬움 반 그리움 반으로 덧붙여보고 싶다. 20030227 | 최민우 [email protected]

9/10

수록곡
1. Angel
2. Risingson
3. Teardrop
4. Inertia Creeps
5. Exchange
6. Dissolved Girl
7. Man Next Door
8. Black Milk
9. Mezzanine
10. Group Four
11. (Ex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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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sing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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