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222112141-bluedawn푸른새벽 – 푸른새벽(Bluedawn) – 카바레, 2003

 

 

꼬드기지 않는 매력

‘전통의 인디 레이블’ 카바레가 다시금 발굴한 신인은 은희의 노을과 메리 고라운드의 계보를 잇는 ‘안 웃긴’ 밴드이다. 차분한 보컬, 나른하고 뻔한 진행을 단순한 코드라는 무기로 막아보려는 기타, 굴곡없이 흘러가는 멜로디, 그 밴드가 낸 것은 아마추어리즘으로 겸손히 단장한 인디 록/팝 음반이다. 곳곳에서 나타나는 텅 빈 사운드 프로듀싱은 허전하다는 생각을 넘어서 제작비에 대한 걱정까지 유발한다. 37분이라는 길이는 현재의 음반시장 상황과 뮤지션들의 노동강도를 고려해보았을 때 우롱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런 말을 듣고도 음반을 집어든다면, 당신은 모험을 한 것이 아니라 괜찮은 선택을 한 것이다.

홈페이지와 보도자료의 밴드 소개에 따르면 ‘노래하는 dawn과 기타 치는 sorrow가 처음 만난 것은 재작년 겨울 클럽 빵’이다. 본격적으로 녹음을 시작한 것은 작년 7월이고, 넉 달 정도의 작업을 거쳐서 음반이 나왔다. 두 멤버 모두 실질적인 음악 경력은 적은 편이며, 공연 경력도 많지 않다. 그러나 음반에 조급해하는 기색은 느껴지지 않는다. 녹음 시작 전, 하이 파이브 대신 살짝 주고받은 눈짓으로 결의를 다졌을 법한 분위기다.

음반을 이끄는 것은 ‘노래하는 dawn’의 서늘한 목소리와 그를 보조하는 어쿠스틱 기타의 음색이다. 약간의 보컬 변조를 가한 “April”이나 ‘기타 치는 sorrow’가 노래하는 “소년” 같은 곡, 그리고 가끔씩 울렁이는 ‘일렉트로닉’한 효과음이 있지만 대세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숨소리가 들릴만큼 가까이 녹음된 보컬은 음반에 명료함과 현장성을 같이 부여한다(다만 ‘드림 팝 스타일’을 노렸던 탓인지 발음은 다소 불명료하다). 그에 더하여 위에 열거한 것이 음반에 대한 전부이다. 메이지 스타(Mazzy Star) 같은 밴드와의 연관성은 호사가들이 잘 짚어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음반의 매력을 독특함에서, 혹은 독특함을 가장한 트렌드의 추종에서 찾을 수는 없다. 언젠가의 어디에선가 당신은 이와 비슷한 곡을 들어 보았을 것이고, 그때마다 당신은 그것을 귓등으로 흘렸을 것이다. “푸른자살”처럼 은근한 훅을 품은 곡일지라 해도 말이다. 그렇다면 또 하나의 전형적인 인디 밴드가 수줍게 내놓은 데뷔 음반에 특별히 주목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이 음반에는 근래 보기 드문 솔직함이 있다. 겉멋과 자의식, 혹은 ‘예술’에 대한 무모한 강박이 없다. ‘인디’를 지탱하는 태도 중 하나가 이러한 점이라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이들의 담백함은 역설적인 놀라움을 안겨준다. ‘우리 음악을 편안히 들으셨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은 신인 밴드의 흔한 개업인사이지만 정작 메뉴와 똑같은 음식이 나오는 일은 드물다. 음반에서 밴드는 자신들이 가진 것을 모두 내보인 것 같은데, 다 듣고 난 뒤 오는 것은 바닥이 보인다는 우려가 아니라 더 얻을 준비가 되었으리라는 기대이다. 이는 성취에 대한 욕심을 버림으로써 빚은 성취이다. 만약 이들이 여성 보컬의 개인적인 매력에 의존하려 한다는 혐의만 벗을 수 있다면 다음 음반을 기다릴 이유는 충분하다. 설사 몇몇 곡의 가사에서 드러나는 ‘내성적인 젊은이다운 예민한 감수성’이 이들이 숨겨둔 자의식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무엇도 바라지 않는 동시에 모든 것을 받아들일 듯한 넉넉한 사운드가 조용히 묻어버린다. 20030221 | 최민우 [email protected]

7/10

수록곡
1. 집착
2. Boby
3. 스무살
4. Paper Doll
5. 시념
6. April
7. 자위
8. 푸른자살
9. 푸른새벽
10. 소년
11. 잘자

관련 사이트
푸른새벽 공식 홈페이지
www.bluedawn.er.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