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214063305-0504review_jang77장계현 – 골든 앨범 ’77 – 성음(SEL 100 043), 1977

 

 

토속성과 도회성의 그 중간에 놓인, 담담한 회고의 목소리

‘골든 앨범’이라는 제목을 단 이 음반은 장계현의 베스트 음반이 아니라, 그의 솔로 데뷔 앨범이다(솔로로 활동하기는 했지만 지금까지도 템페스트와 함께 활동을 벌이고 있다). 본 음반은 음반에 씌여 있듯 ‘한우 기획’ 작품인데, 한우는 성음제작소의 이한우의 이름이다. 그 외의 정보는 사실 다소 모호하다. 연주자들이 템페스트인지, 세션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장계현 본인의 기억조차 흐릿하다. 이 음반에 들어있는 색소폰 소리는 당시 템페스트 멤버로 보강된 송명석이라는 색서포니스트의 연주로 추정된다(부언하면 장계현의 다음 앨범인 [햇빛 쏟아지는 들판](1978)에는 송명석 외에 브라스 세션을 기용해 브라스 사운드를 강화했다). 작사는 김태완, 편곡은 이성길이라는 이름이 음반의 기록으로 남아 있는데, 장계현의 증언에 의하면 이들은 템페스트를 비롯해 가수 매니지먼트를 했던 이들이다. 어쨌거나 연주를 비롯한 음반 프로듀싱은 타인에 의한 것이었을지언정 그는 ‘자작곡을 부르는 가수’였다.

첫 두 곡만 들어보면 이 음반의 색채를 가늠할 수 있다. 거친 요약이지만, 히트곡 “나의 20년” 같은 미드 템포의 경쾌한 종류의 노래와, “다시 생각나” 같은 12/8 박자 슬로 템포의 노래가 바로 그것이다. 세 번째 트랙 “기다리고 있었어”는 첫 번째 노래 유형에 가까운 곡일 것이다. 여기에 특유의 도레미솔라 5음계를 사용한, 이른바 트로트의 느낌이 입혀진다. 네 번째 트랙 “낙동강” 역시 마찬가지다. 이처럼 나머지 노래들은 이런 유형의 합성물인 셈이다. 그런 연유로, 전체적으로 이 음반의 곡들은 서로 비슷하다는 느낌을 주는데, 이는 한 각도에서 본다면 앨범 전체의 유기적 통일성을, 다른 각도에서 본다면 다소 지루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런데 사실 “나의 20년”이 경쾌하다고 말했지만 이는 다른 노래들에 비해 약간 빠르다는 의미일 뿐이다. 다시 말해 이 노래의 가사는 스무 해를 산 화자의 인생에 대한 관조적 태도를 단조풍에 담았기 때문에 빠른 템포가 주는 발랄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지만 이런 정서는 구슬픈 애환의 정서와도 거리가 떨어져 있다. 다른 곡들 역시 마찬가지다. 트로트의 느낌에 기대는 곡이라 해도 트로트와는 다소 거리감을 준다. 사운드 및 정서의 중도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할까.

이런 분위기는 특유의 3류적(?) 분위기를 내는 신시사이저/키보드 혹은 오르간에 의해 주조된다. 기타는 거칠고 하드한 톤보다는 맑은 톤의 어쿠스틱 기타에 의존한다. “다시 생각나”의 플루트와, “언제 다시”, “그대 보고 파”의 색소폰 역시 그 ‘부루스’적 분위기를 북돋는데 일조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계현의 목소리다. 템페스트 시절은 물론, 차기작 [햇빛 쏟아지는 들판] 등 솔로 시절 장계현의 음악에 작곡이나 음반 기획으로 김영광이 개입한 것은 바로 이러한 그의 목소리를 특이하게 여겼기 때문이라는 후문이 있을 정도다. 때문에 텁텁하면서도 거칠지 않은, 토속성과 도회성의 그 중간에 놓인 목소리, 내지르는 것도, ‘꺾는’ 것도 아닌 담담하게 독백하거나 회고하는 목소리가 이 음반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20030217 | 최지선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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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곡
Side A
1. 나의 20년
2. 다시 생각나
3. 기다리고 있었어
4. 낙동강
5. 언제 다시

Side B
1. 그대 보고파
2. 말좀 해봐요
3. 그사람 기다리네
4. 나밖에 몰라
5. 나의 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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