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214062031-0504review_fourseason사계절 – 사계절 – 서라벌(SLK 1012), 1976

 

 

영혼(Soul), 두뇌를 장착하고 이론으로 무장하다

사계절이란 그룹 사운드의 이름은 모두에게 낯설다. 특별한 히트곡을 남기지 않아서 일 듯 하다. 그러나, 유현상, 윤시내라는 이름이 그 가운데 놓여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새삼 호기심이 새록새록 솟아오르는 것을 느낄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1980년대 메탈 키드의 우상이었던 백두산의 리더를 거쳐 “여자야”라는 트롯 곡을 취입하기까지 유현상을 지켜보았던 이들이라면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룹의 리더 겸 베이스를 맡은 신병하를 비롯해, 유현상(기타), 서정훈(보컬), 윤시내(보컬), 김헌국(트럼펫, 현 KBS악단), 하재승(알토 색소폰, 하청일의 동생), 이정웅(키보드), 박훈(드럼) 등 8명의 대식구들이 사계절을 이루고 있다. 음반의 표지에는 트럼펫과 알토 색소폰을 맡은 김헌국과 하재승의 모습이 빠져 있기는 하나, 이들 역시 사계절의 정식 멤버로 함께 활동했다고 한다.

음반의 모든 곡을 작편곡한 신병하는 1966년 그룹 문 독(Moon Dog)을 시작으로 음악활동을 시작했으며 미 8 군 무대를 거쳐, ‘씨받이’, ‘장군의 아들’, ‘하얀 전쟁’ 등의 영화 음악과 TV 드라마 음악의 작곡가이자 한 대학의 방송음악과 초빙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결성한 사계절은 1976년경 오비스 캐빈을 무대로 활동을 시작해 1980년 해체될 때까지 이 음반과 ‘젊은이를 위한 디스코사운드’라는 부제를 단 캐럴 음반을 남기고 있다.

음반은 전체적으로 빈틈없이 꽉 찬 사운드를 토해내는 듯 하다. 편곡된 악보 집을 볼 수 있다면, 흰 종이를 세밀하게 가르는 오선 위로 빼곡이 내려앉은 검은 음표들의 난무를 지켜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보에, 색소폰, 트럼펫 등의 다양한 관악기며, 앞면의 첫 곡 “정말 바보일까”를 이끄는 하모니카, 파열된 베이스 드럼과 함께 등장해 현악과 오보에의 이중주를 연결하는 고조되는 심벌(cymbal)의 울림(“하얀 꿈”), 좌우로 나뉘어 리듬과 멜로디를 분담하는 키보드(“님 생각”), 까치의 울음을 연상시키는 플루트(“까치소리”) 등 풍성한 사운드를 구사하기 위해 많은 악기들이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치밀한 악곡의 구성은 철저히 음악 이론에 기초해 있는 듯 하다. 보컬 및 개별적인 악기들은 각각 독립적인 선율을 진행하며 전체적으로 화음을 형성하는 대위법적인 구성을 이루고 있다.

음반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리듬과 조성의 변화를 꼽을 수 있겠다. 앞면 두 번째 수록곡 “배”는 김소월의 시를 노랫말로 하고 있는데, 대중가요의 가사로는 그리 적합하다고 느껴지는 않는 어휘들(개여울, 닻준 배, (물)밀고 등)에 멜로디를 얹고 리듬을 구성해 내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특히, “물밀고 바람불어”라는 대목의 변화된 리듬은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민요의 장단을 옮겨 놓은 듯하다. 이러한 리듬의 변화는 현악 합주와 플루트의 청명한 음색을 이끌고 등장하는 “까치소리” 에도 나타나는데, “배”에서와는 달리, 빠르고 경쾌한 리듬을 순간적으로 길게 늘였다 되돌아간다. 또한, “정말 바보일까”의 후반부는 드럼과 키보드의 브리지(bridge)를 지나며 E(장조)에서 F(장조)로 조성이 변화되며 마무리된다.

이러한 사계절의 음악은 대중들로 하여금 일정한 거리감을 갖게 하는 효과를 만들어 낸 듯하다. 드럼 스틱을 맞부딪히며 “하나 둘 셋”으로 시작되는 “정말 바보일까”나 기타와 베이스가 함께 연주하는 리프가 인상적인 “누가”와 같은 곡은 훵키한 그루브가 느껴짐에도 그것이 육체적인 감흥으로 변화되기보다는 지적 분석을 요구하는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러한 효과의 한 가지일 것이다. 특히 “누가”와 같이 선명한 리프가 훅으로 작동하는(혹은 작동해야하는) 곡에서조차, 그것이 다른 선율과 대위법적으로 병치(倂置)됨으로 그루브하다기보다는 표현해내기 힘든 긴장감을 만들어 내고 있다. (15초간의 전주를 들어보라.)

또한, 윤시내와 같은 걸출한 보컬리스트가 노래한 “하얀 꿈”, “님 생각”, “정말 그럴까”와 같은 트랙은 밑바닥부터 올려져 머리를 치고 샤우트(shout)되는 그(녀)의 목소리가 담긴 다른 노래들과는 차별적이다. 좋은 의미에선 음반의 전체적인 구성과 잘 어우려져 있다고 표현되어야 하겠지만, “열애”나 “공연히”, “난 모르겠네”등 그의 히트곡에서의 샤우트를 기대했던 사람들에겐 절제된 보컬에 실망을 금치 못할 듯 하다.

이 음반은 데블스에서 시작해 사랑과 평화로 이어지는 소울과 훵크의 흐름을 연결하고 있는 듯 하다. 데블스의 음악이 원초적이고 거친 사운드를 여과 없이 드러냄으로 소울을 대중적으로 복원했다면, 사계절은 소울에서 훵크로 연결되는 그 흐름을 보다 풍성하게 장식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사랑과 평화에 의해 정착되고 대중적으로 폭발하는 듯 하다. 그러나, 사계절을 이러한 소울-훵크의 계보를 단순히 연계하는 존재로 파악하기엔 그들의 음악은 ‘난해’하다. 데블스와 사랑과 평화에서 느껴지는 흥겨움이 ‘의도적’으로 거세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의도를 읽고 따르려는 무리들이 많지 않았음을 아쉬워해야 하는 걸까? 어쨌든 이들은 그들의 의도를 담은 또 다른 카드를 내미는데는 실패했고, 반복되는 몇 차례의 사계절을 보낸 뒤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 각 자에게 맡겨진 임무를 짊어지고.

P.S. 1. 이 음반에 기타로 참여한 유현상은 1975년경 라스트 챤스, 1980년 템페스트 등 많은 그룹에서 활동했다.
2. “공연히”(최종현 사.곡)는 1979년 윤시내의 데뷔 음반 이전, 서울 국제 가요제(1978년)에 윤시내와 사계절이라는 이름으로 참가해 발표한 곡이다.
3. 이 음반은 킹박으로 알려진 박성배에 의해 기획.제작되었다. 대마초 파동으로 신중현의 엽전들이 활동 금지를 당하자 그 대안으로 선택한 그룹이 바로 사계절이었다고 한다. 특히, “하얀 꿈”, “님 생각”, “정말 그럴까”에서 남김없이 가능성을 내비치는 윤시내는 김추자의 성공을 재현할 재목으로 지목되어 사계절을 떠나, 1979년 데뷔음반을 내게된다. 20030214 | 신효동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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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곡
Side A
1. 정말 바보일까
2. 배
3. 누가
4. 어디에
5. 하얀 꿈

Side B
1. 님 생각
2. 그 말 잊었나
3. 까치소리
4. 정말 그럴까
5. 우울한 여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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