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주: 1964년 애드 훠(Add 4)의 음반이 발표된 것을 시작으로 1975년 대마초 파동에 이르는 시기의 한국 록의 역사에 대해 일단락을 짓습니다. 이번 호에는 그동안 이런저런 사정으로 리뷰의 대상에서 빠진 음반들을 중심으로 살펴보면서 잠시 숨을 고를까 합니다. 그동안 애독해 주셔서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지난 호의 글에서 1975년 12월 대마초 파동으로 인해 ‘한국적 록’이라는 프로젝트가 좌초되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이제까지 여러 차례 지적되었던 사실이라서 다시 한 번 반복하는 것이 지루하다고 느낄 사람도 많을 것이다. 또한 3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 이런 이야기를 들춰내는 것이 모종의 노스탤지어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도 없다.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미래를 지향하는 현재의 시각에서 조명되지 않는다면 의미는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가져야 할 대목에서 ‘우상화’의 함정에 빠질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그때의 음악에 대해서 공적으로 토론하기 위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너무도 적다는 점이다. 그때 ‘라이브’로 연주되었던 음원들이 남아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며,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음원들 가운데 CD로 정식 재발매된 것들도 거의 없다. 그 당시 비닐 LP로 발표된 음반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폐기되어 버렸거나 아니면 방송국의 자료실에 고이 잠들어 있다. 100만원(!) 안팎의 비용을 지불하고 중고 시장에서 음반을 구한 사람은 그나마 행복한 경우에 속한다. 그래서 그때의 음악들은 공적 지식과 담론이 되지 못하고 ‘야화’나 ‘비화’로만 남아 있다.

그런데 그때 음악이 지금 들어도 정말 대단한가. 혹시 애국심(!)과 경로사상(!)을 발휘하여 ‘들어 주는’ 것은 아닐까. 실제로 ‘요즘 귀’에 맞는 사운드를 기대한다면 막상 이 음악을 어렵사리 구해 들었더라도 ‘소문만 무성하지 별 것 아니군’이라고 실망할 것이다. 녹음 기술과 환경이 열악하기 짝이 없고 음악인에 대한 대우가 형편없던 시절이라는 부연 설명도 ‘양해를 구하는 말’ 이상이 아닐지 모른다.

그래서 이번 호에는 ‘정말로 말이 필요 없는’ 음악들을 소개하기로 하겠다. 1972년부터 1974년 사이 한국에서 녹음된 음원들 가운데 이른바 ‘롱 버전’이 들어 있는 음반들이고 대체로 기악곡(instrumental)이 중심이 된 경우다. 경우에 따라서는 창작곡도 있고, 커버곡도 있고, 번안곡도 있다. 최근 CD로 재발매된 음악도 있고, 아직 그렇지 못한 음악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당시 상황에서 가장 극한적이었던 음악적 실험을 전개한 작품들이다. 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이런 음악을 했는지는 듣는 이의 상상에 맏긴다. 단, 이곳을 찾는 독자들의 부모와 비슷한 나이의 인물들이라는 점을 감안해 달라는 바램을 전해 본다.

이 음악을 듣고도 무감하다면 당신이 ‘얼터너티브’하고 ‘모던’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그렇지만 ‘클래식 록’이나 ‘메인스트림 록’이 있어야 ‘얼터너티브 록’이든 ‘포스트록’이든 의미있는 것 아닐까. 그때 사람들이 마치 목숨을 걸고 음악을 했으니 지금도 그래야만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건 ‘고전적 록 이데올로기’일 수 있으니까. 하지만 당신이 진정 ‘대안적’이고 ‘이후적(以後的)’이고 싶다면 이걸 넘어서야 할 것이다.

여기 넘어서기 만만치 않은 도약대 몇 개를 설치해 본다. 탄생부터 대마초 파동까지의 한국 록과 포크의 역사를 마무리짓는 것으로 적절할 것이라는 판단 하에… 20020116 | 신현준 [email protected]

P.S.
1.이번 호에 [He 6와 고고를]에 대한 소중한 리뷰를 기고해 준 전정기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2. “선녀” 등이 수록된 엽전들의 미발표 데모(이른바 ‘선녀 데모’)는 부득이한 이유로 리뷰 대상에서 제외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3. 다음 호부터는 ‘대마초 파동 이후’에 관한 글이 계속됩니다. 한국 록 프로젝트는 한 달 간격으로 한번씩 새로운 주제를 잡아 매달 초부터 본문 -> 인터뷰 -> 리뷰 순으로 순차적으로 업데이트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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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코너 뮤직: 한국 록과 포크 음악 사이트
http://www.conermusic.com
한국 록 음반 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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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드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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