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115024444-SecondToughestintheInfantsUnderworld – Second Toughest In The Infants – Junior Boy’s Own, 1996

 

 

낡은 것과 새로운 것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의 [Autobahn](1974)을 처음 들었던 건 10여년 전쯤 어느 중고판 가게에서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마도 처음 들을 당시 별다른 감흥을 못 느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그걸 들려준 주인장은 “이게 운전할 때 틀어놓고 쫙 밟으면 얼마나 좋은 줄 아냐”고 면박을 준 걸로 기억한다(젠장, (당시) 고딩이 그런 걸 어떻게 아나).

따지고 보면 1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면허가 없다는 것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한심하게 보일 일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일 관계로 조수석에 앉아서 전국유람(?)을 할 일이 많았었는데, 한 밤의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가끔은 시끄럽게 음악을 틀어 놓고 마음껏 밟는것도 괜찮다 싶은 생각이 든다(다만 그때 떠오르는 음악은 크라프트베르크보다는 언더월드(Underworld)같은 쪽이지만).

영화 [Trainspotting](1996)을 통해 소개된 “Born Slippy”는 잘 알다시피 언더월드라는 이름을 국내에 소개한 동시에 좋든 싫든간에 국내에 ‘테크노’라는 용어의 붐을 가져온 결정적인 공로를 세웠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Trainspotting]에 수록된 일렉트로니카 계열의 뮤지션들 대다수가 록음악과 클럽씬의 경계선에서 기묘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언더월드 또한 그러한 절충주의의 중심에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들의 두번째 앨범 [Second Toughest In The Infants](1996)이 같은 해에 발표된 프로디지(The Prodigy), 케미컬 브라더스(The Chemical Brothers) 등의 앨범들과 함께 일으킨 반향 역시도 이러한(특히 록음악과 댄스뮤직의 융합이라는) 절충주의적인 태도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언더월드와 케미컬 브라더스의 최초의 출발점이 록 밴드였고 뉴 오더(New Order)나 맨체스터 사운드에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는 점 또한 이러한 절충주의의 근원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그러나 케미컬 브라더스의, 하나의 시퀀스에 다른 요소들를 점층적으로 끼워넣으며 지속적으로 다른 형태와 리듬으로 변화하는 형식(“Loops Of Fury”)이 어떤 면에서 축조적으로 느껴진다면 언더월드는 길게 이어진 경사로를 미끄러져 내려가는 느낌에 가깝다(“Rowla”). 이는 어쩌면 언더월드가 실제 악기를 연주하는 밴드의 포맷을 유지하고 있다는 데에 기인한 것일 수도 있다. 즉 케미컬 브라더스가 상이한 장르적 특징의 샘플들을 서로 충돌시켜 다른 것으로 전화시킨다면, 언더월드는 다양한 요소들을 기존의 토대에 미묘하게 첨가하는 양태에 가깝다.

물론 이들 음악의 주된 재료는 시퀀서와 비트를 중심으로 반복되는 전자음이며, 기타나 보컬과 같은 ‘밴드’의 특징이 이를 보족적으로 받치고 있는 양태에 가깝다. 상대적으로 ‘노래’의 형태를 지닌 곡이 위주가 되었던 전작 [Dubnobasswithmyheadman](1993)에서도 보컬은 ‘기계적으로 처리되고’, ‘파편화된’, 허공을 부유하는 이미지에 가까운 사운드 샘플들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며, 두 번째 작품에서는 좀더 적극적으로 애시드 하우스를 비롯한 전자음악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런데 앨범을 여는 “Juanita” 3부작과 “Banstyle/Sappys Curry”는 조금은 방만한 구성탓에 그 매력이 상대적으로 반감되는 것이 사실인데, 동일한 긴 연주곡이라고 해도 “Rez”와 같이 반복적/몽환적 흐름의 변주가 명시적인 구조를 가진 곡들보다 덜 지겹게 들린다는 것은 아이러니이다(이는 그 음악적 재료에 어울리지 않는 형식(“Juanita” 3부작의 서사적 혹은 아트록적 구성)에 기인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음반을 대표할 수 있는 것은 “Rowla”나 “Pearl’s Girl”과 같은, 휘몰아치는 비트와 시퀀서로 대표되는 좀더 본격적인 브레이크비트 테크노들의 매력이다. 반면 전작의 “MMM Skyscraper I Love You”와 같은 ‘노래’의 구조를 동반한 테크노 “Air Towel” 정도를 제외하면 “Blueski”와 같은 곡들의 존재는 마치 일렉트로니카의 이질적 요소들을 따로 분리해놓은 느낌마저 주는데, 하지만 이러한 트랙들은 전체적 흐름의 방해요소라기 보다는 매력적인 소품의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하다.

개인적으로 언더월드의 곡들 중 가장 선호하는 부분은 “Rez”와 같은, 뿅뿅거리는 전자음의 무한한 반복 속에서 드러나는 황홀경이라 생각되는데, “MMM Skyscraper I Love You”와 같이 ‘노래’를 수반하는 곡들에서도 동시에 나타나는 이들의 독특한 매력은, 소리를 통하여 듣는 이를 다른 공간으로 ‘몰아넣는’ 듯한 느낌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다만 고속도로를 신나게 질주하면서 보여지는 풍경들이 아니라, 지하철을 타고 창가를 바라볼 때 흩어지는 도시의 파편적인 이미지들에 더 가까운. 20030103 | 김성균 [email protected]

9/10

수록곡
1. Juanita/Kiteless/To Dream Of Love
2. Banstyle/Sappys Curry
3. Confusion The Waitress
4. Rowla
5. Pearl’s Girl
6. Air Towel
7. Blueski
8. Stagger

관련 글
Underworld [A Hundred Days Off] 리뷰 – vol.5/no.2 [20030116]

관련 사이트
Underworld 공식 사이트
http://www.underworld-j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