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115022745-NotwistNotwist – Neon Golden – City Slang, 2002

 

 

창의성이 빠진 매끈함

지금 포스트 록이란 용어는 서서히 죽어 가는 중이다. 기존에 존재했던 실험적인 요소를 참고하거나 현재 트렌드인 전자음악과 록을 적절히 혼합하기만 해도, 그것은 포스트 록으로 분류된다. 여기서 음악적 태도를 일컫는 조어(造語)에서 이미 음악적 형식을 지칭하는 ‘용어’가 되 버린 현실을 개탄할 생각은 없다. 이와 같은 변화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1999년에 발표된 레이첼스(Rachel’s)의 [Selenography]를 마지막으로 (포스트 록이라 지칭된) 음반들을 들을 때면 자꾸 ‘이건 아니다’라는 육감에 가까운 생각이 들곤 한다.

노트위스트(Notwist)는 독일 밴드이며, 흔히 이들의 스타일을 ‘포스트 록’이라 지칭한다. 이들을 이끄는 중심 축은 각각 보컬과 기타, 베이스를 맡고 있는 마르쿠스 아커(Markus Acher) 와 미샤 아커(Micha Acher) 형제다. 이들은 초기작인 셀프타이틀의 데뷔 음반(1990)과 2집인 [nook](1992)에서 하드코어 펑크적인 사운드를 선보였다. 1995년 발표된 중기작인 [12]부터는 이러한 토대 위에 노이즈 록, 전자 음을 첨가해서 노이즈가 함유된 인디 록의 전범(典範)인 다이노서 주니어(Dinosaur Jr.)와 IDM의 토대 안에서 포스트 록적인 시도를 해냈던 오발(Oval)을 섞어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트위스트의 네 번째 음반인 [Shrink](1998)는 하드코어적인 측면이 순화되면서 기타 록(모던 록)적인 특성이 두드러졌고, 효과음의 사용이 많아졌다. [AMG]에서는 효과음들이 극한의 미니멀리즘과 독특한 전자 음의 사용으로 유명한 판 소닉(Pan sonic)을 연상시킨다고 적기도 했다.

[Neon Golden]는 노트위스트의 5번째 정규 음반이다. 음반을 들으면 처음 받는 인상은 먼저 프로듀싱이 ‘매끈’해졌다는 것이다. 첫 곡인 “One Step Inside Doesn’t Mean You’ll Understand”부터 이러한 특징은 쉽게 포착되며, 브라스와 어쿠스틱 기타, 전자 음이 맞물려 음반을 얇고 투명한 인공의 현실로 끌어올린다. 두 번째 느낄 수 있는 점은 전자음악 형식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거다. 예를 들면 “Pilot”에서 앰비언트 브레이크 비트(Ambient Breakbeat)를, “Pick Up the Phone”에는 드릴 앤 베이스(Drill’n’bass)를 기타 록과 접합하는 식이다. 물론 그 비중은 전작과 비교해 보면, 기타 록에서 전자 음악으로 기울고 있다.

음반의 가장 큰 미덕은 곡의 ‘기름진’ 멜로디이다. 전체적으로 곡들의 수준이 고르며, 형식 또한 스트링, 전자 음, 기타 음이 상충하지 않게 잘 조율된다. 이러한 부분은 적절한 사운드의 지층과 기타 록이 시너지효과를 낳는 “One With the Freaks”와 다양한 악기와 형식, 멜로디가 조화를 이뤄 음반의 백미라 할 수 있는 “Off the Rail”에서 잘 드러난다. 하지만 단점 또한 없는 건 아니다. 거친 면을 다듬고 서투른 부분을 덜어낸 만큼 곡의 구조에서 드러난 ‘창의성의 부재’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유려함과 절제의 미덕을 동시에 구축한 음의 지층에 비해 곡의 전개는 너무 단편적으로 느껴진다고 할 수도 있겠다. 또 마르쿠스 아커의 보컬에서 느껴지는 ‘무성의함’을 지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지금 이들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가 열거한 단점 때문만은 아니다. 모종의 ‘정치적인’ 이유라고도 할 수 있지만, 포스트 록이 당면한 문제와 이들의 음반이 무관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포스트 록커들이 처음 등장했을 때, 그들이 우선했던 것은 ‘사고의 창의성’이었다고 할 수 있다. 기존 음악의 틀이 가지던 고정관념을 넘어서는데 그 목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포스트 록은 단지 ‘하이브리드’를 일컫는 또 다른 ‘용어’일 뿐이다. 그래서 당장 좋다는 감정이 먼저 들더라도 일말의 거부감을 떨치기는 힘들어지는 것이다. 20030110 | 배찬재 [email protected]

7/10

수록곡
1. One Step Inside Doesn’t Mean You’ll Understand
2. Pilot
3. Pick Up The Phone
4. Trashing Days
5. This Room
6. Solitaire
7. One With The Freaks
8. Neon Golden
9. Off The Rail
10. Consequence

관련 사이트
Notwist 공식 사이트
http://www.notwist.com
City Slang 레이블에서 제공하는 Notwist 페이지
http://www.cityslang.com/bandseiten/notwist/notwist_frame.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