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Hedwig and the Angry Inch]
미첼(Mitchell)과 트래스크(Trask)의 얼마간은 선험적인 철학과 시적 상상력이 녹아 든 가사, 그리고 데이빗 보위(David Bowie)나 이기 팝(Iggy Pop), 뉴욕 돌즈(New York Dolls) 등의 히트 넘버에 기대지 않고 글램 록의 ‘오리지널리티’를 재현한 사운드는 이 영화에 신세기 [미스 사이공]이라 할 만한 위상을 부여하고 있다.

2. [One Hour Photo (스토커)]
20030107074050-photo독일 출신의 리믹서이자 프로듀서로 전자 음악과 댄스 씬에 정통한 기오르그 클리멕(George Klimek)과 라인홀트 하일(Reinhold Heil)은 치밀한 모더니티의 감각으로 네오 클래식을 리믹싱해 냈다. 제도적 결핍으로 내밀하게 미쳐버렸지만 아무도 봐 주지 않는 싸이(Psy Parrish)의 고독은 싸늘한 테크노 비트와 우아한 클래식 선율로 보좌받는다.

3. [복수는 나의 것]
극악하다 싶을 만큼 계획적이고 무참했던 박찬욱의 내러티브 구조에서 엔딩 타이틀인 “복수는 나의 것”은 하나의 ‘해빙’이었다. 설움의 울혈이 맺힐대로 맺힌 백현진의 보컬은 주인공들의 속내 울음을 ‘비로소’ 터뜨려주고 있었다.

4. [About A Boy]
포스트-브릿팝 씬의 기수 배들리 드론 보이(Badly Drawn Boy)는 본래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을 중요한 맥락이자 지표로 삼았던 원작으로부터 보다 밝아지고 싶었던 영화 [어바웃 어 보이(About A Boy)]를 위해 따뜻하면서도 사변적인 음역을 마련해 주었다.

5. [Ali]
‘컴필레이션’ 형 사운드트랙 [알리(Ali)]는 재수록 된 음악이 주인공의 내면에 대한 감성적인 월 페이퍼 역할을 하는 것 이상으로 알리가 속한 사회적, 정치적 상황에 대한 훌륭한 음악적 ‘고증’이 되어주고 있다. 이 한 장 속의 수록곡들 만으로도 미국 흑인 저항사에 계속되어 있는 195,60년대의 흑인 음악사의 줄기를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은 흔치 않은 수혜다.

6. [The Lord Of The Rings: The Two Towers]
20030107072208-ring2[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제작되기 1년 전부터 톨킨의 원작과 원작 안의 삽화를 연구하는 것은 물론 영화 속 CG 못지 않은 ‘음악적 리얼리티’를 확보하기 위해 18세기 음악을 집중 탐구한 하워드 쇼어(Howard Shore)는 마침내 카를 오르크(Karl Orff) 풍의 장대한 혼성 합창과 네오 클래식을 통해 영화의 서사감을 효과적으로 재현해 냈다. 특히 [반지 원정대]에서 에냐(Enya)의 ‘엘프 패키지송’같았던 엔딩 테마가 [두 개의 탑]에 이르러 에밀리아나 토리니(Emiliana Torrini)의 “Gollum’s Song”으로 바뀐 것도 반갑다.

7. [Road To Perdition]
‘뉴먼 패밀리’의 일원, 토마스 뉴만(Thomas Newman)의 [로드 투 퍼디션]은 ‘클래식 빈티지’인 영화만큼이나 고품격이다. 그는 클래식 피아노와 192,30년대 미국을 풍미했던 렉타임 재즈를 주조로 보우즈키(아일랜드 전통 현악기), 보드란(아일랜드 전통 타악기), 일런 파이프(아일랜드 전통 백파이프)등의 켈트 민속악기를 도입, 미국적이면서도 어딘가 제3세계적 질감을 느낄 수 있는 음악을 들려준다. 그 질감은 아일랜드의 음악적 전통에서 느껴지는 질감이다. 니노 로타(Nino Rota)가 [대부]의 영화 음악을 만들면서 오르가네티(이탈리아 아코디온)나 따란뗄라(이탈리아 무곡형식)를 끌어들여 돈 꼬를리오네 패밀리의 민족적 정체성을 짙게 드러낸 것처럼. 반다이크 브라운 빛 대기 아래 주인공 꼬마애가 자전거를 타는 동안 흘러 나왔던 “Rock Island, 1931″의 청량감이란!

8. [마리 이야기]
관악기, 일렉트로니카, 어쿠스틱 기타가 멋진 조화를 이루었던 이병우의 “우리가 사는 곳”에는 상실감과 회고의 잔향이 가득했다. 그것은 남우가 평범한 한국의 어촌 어딘가에 존재하는 마리의 우주에 입성할 때마다 펼쳐지던 시각적 경이로움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음악이었다. 음악이 영화에 비해 지나치게 앞선다는 인상은 있었지만, 그것은 음악 탓이라기 보다는 미숙한 영화 내러티브의 탓이라고 보아야할 듯.

9. [워터 보이즈]
20030107071756-water삼바의 비트가 야만의 감성으로 스텝을 밟는 동안 수분 함량 백 퍼센트의 마림바가 유영하는 [워터보이즈] 사운드의 주정(主情)은 ‘당연하게도’ 여름이다. 데뷔 앨범 한장으로 뉴욕 타임지가 선정한 ‘유명 작사가가 뽑은 베스트 뮤직’에 뽑힌 마쓰다 가쿠지와 시미즈 히토미는 이외에도 까바끼뉴(브라질 기타), 바떼리아(쌈바에서 쓰이는 드럼 세션)과 같은 남미 악기들을 적극 활용, 축제 무드의 쌈바와 나른한 보사노바를 도처에 깔고 있다. 여기에 일색(日色)이 완연한 래핑, 챈팅(chanting)과 휘파람, 여름의 거리에서 들을 수 있는 다양한 일상음 등을 콜라주하면 얼음을 잘 재운 파란 박하수 같은 음악이 완성된다. 벤처스(Ventures)나 퍼피(Puffy)의 등장도 반갑다. 일본판 ‘얄개’ 시리즈에 이토록 세련된 배경음악이 있을줄이야.

10. [X X X]
[X X X]는 하위문화적 면면을 하드코어, 인더스트리얼 록, 일렉트로니카, 힙합 컴필레이션을 통해 보여준다. 지하 록 클럽의 화염 방사기 밴드 람스타인(Rammstein), 엑스타시의 흐느적거리는 레이브 파티를 제공하는 모비(Moby)와 오비탈(Orbital). 그 순간은 파괴적 무정부주의를 찬양하는 동유럽 지하 클럽 문화가 퇴폐적으로 증발하는 순간이다. 그러한 순간을 미국 어느 곳의 지하 클럽이 아니라 대안적 사회주의를 열망했던 역사와 미자본주의의 황금빛 신기루가 혼란스럽게 교차하고 있는 지금의 프라하에서 만나는 기분은, 묘하다. 20030104 | 최세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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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호 – Bootleg Galore 2: 2002년의 공연 부틀렉 10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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