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ro y Moi | Underneath The Pine | Carpark Records, 2011

 

양날의 검을 사용하는 법

최근 몇 해 동안 칠웨이브(Chillwave)라는 이름의 장르가 자주 언급되기 시작했다. 외국의 여러 매체에서도 ‘거대하고 새로운 음악 트렌드’ 같은 다소 호들갑스런 수사를 앞세워 이 장르의 성공 가능성을 시사하곤 했다. 실제로 칠웨이브의 효시로 평가받고 있는 판다베어(Panda Bear)의 [Person Pitch](2007)를 필두로 메모리 테이프스(Memory Tapes), 네온 인디언(Neon Indian), 워시드 아웃(Washed Out) 등의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칠웨이브 음반들을 내놓은 바 있다. 이러한 그들의 결과물은 평단의 호의적인 평가를 이끌어내며 ‘칠웨이브 무브먼트’라고도 불리는 현상을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채즈윅 번딕(Chazwick Bundick)은 토호 이 모아(Toro y Moi)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뮤지션이다. 그는 (과장을 좀 보태자면) 춘추전국시대와도 같던 몇 년 전 칠웨이브 씬의 독보적 신예로 등장했다. 2009년부터 발매한 몇 장의 EP들과, 대중과 평단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발매된 데뷔앨범 [Causers of This](2010)는 그를 ‘신동(whiz-kid)’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크리에이션 레코드의 설립자 앨런 맥기(Alan McGee)는, 2010년에 주목할 만한 15개의 팁(tip) 중 하나로 그를 꼽으면서,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팝 사운드를 만든다’고 평했다).

토호 이 모아의 두 번째 앨범 [Underneath The Pine](2011)은 칠웨이브의 공통적 특징으로 꼽을 수 있는 요소(신서사이저/샘플러의 사용, 반복적인 멜로디와 리듬, 필터링 된 보컬 등)들이 적절히 어우러져 있다. 여기에 더해 훵크(funk), 포크, 인디록 스타일의 다양한 주류 장르의 성격을 복고적 관점에서 부여했다. 특히 그의 인터뷰 내용들과 데뷔앨범 수록곡 “Blessa”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훵크에 대한 취향은 이번 앨범에서 보다 더 다채롭고 진지하게 반영되어 있다(“New Beat”, “Go With You”, “How I Know”, “Still Sound”). 또한 포크 혹은 인디록에 대한 접근 방식(“Before I’m Done”, “Got Blinded”), 그리고 특유의 복잡하고 기괴한 감정(“Intro/Chi Chi”, “Light Black”, “Good Hold”, “Elise”)도 함께 포진하고 있다.

하지만 위에서 긍정적으로 언급한 요소들에선 동시에 아쉬운 점도 발견된다. 그는 [Causers of This]에서 복고적 스타일과 세련된 일렉트로닉 튠을 둘 다 놓치지 않으면서도 칠웨이브의 외연을 확장한 바 있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꽤 산만하게 느껴지는 여러 시도들 때문에 전작의 매끈함이 반감되고 작품의 일관성이 떨어진다. 다시 말해, 칠웨이브라는 장르보다 거기에 접목시킨 다른 장르의 특성에 초점이 더 몰려 있다는 의미다. 그 원인은 소위 ‘소포모어 징크스’가 일어나는 원인과도 밀접하게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전작의 성공을 증명하려는 데에서 오는 ‘진지함의 과잉’이 아니었나 하는 것이다. 이 과잉된 진지함이 감각적 불균형과 일관성 부족의 결과로 이어졌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언제나 새로운 시도라는 것은 아티스트에게 다루기 힘든 양날의 검이다. 그것은 내 앞을 가로막는 상대를 짚단처럼 베어줄지 모르지만 도리어 자신에게도 상처를 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진지한 음악가들에게 있어 버리기 힘든 무기다. 그래서 그들은 종종 난관을 맞는다. 토호 이 모아 역시 이 앨범에서 양날의 검을 든 채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러니 다루기 힘들지만 버릴 수는 없는, 나쁘지 않지만 썩 좋지도 않은 결과는 늘 다음의 고민을 수반한다. 흐릿한 행보보다는 확실한 선택을 앞으로 기대해보겠다. | 글 이재훈 [email protected]

ratings: 3/5

수록곡
1. Intro/Chi Chi
2. New Beat
3. Go With You
4. Divina
5. Before I’m Done
6. Got Blinded
7. How I Know
8. Light Black
9. Still Sound
10. Good Hold
11. Elise

관련 영상
“New Beat”

관련 사이트
채즈윅 번딕(토호 이 모아)의 블로그
http://poorandlonely.blogsp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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