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2002년의 ‘베스트 10’을 선별하는 계절을 맞이하여, 그동안 말만 꺼내놓고 거의 잊고 있었던 부틀렉 시리즈를 ‘올해의 베스트 10’으로 재개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이제 소개할 열 곡 중 공연에 직접 가서 사운드를 훔쳐온 것은, 객석에서 녹음한 관계로 음질이야 들쭉날쭉 대개 로 파이(lo-fi)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생생한 해설을 덧붙일 수는 있다. 반면 인터넷의 이구석 저구석에 떠도는 걸 주워담은 경우는 물론 현장감은 떨어지지만, 주변까지 친절하게 찾아와 주지 않는 음악인들의 라이브에 대한 간접 경험의 기회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즐길 만하다. 음질이 좋다면야 더더욱. 그럼 군소리는 이만 줄이고, 순위 10번부터 차례로 들어 보자.

10. The Velvet Teen, “Penning The Penultimate”
Live at Catacombs Coffeehouse, Madison, Wisconsin 3/23/02

미 북서부 워싱턴 주에서 찾아온 벨벳 틴은 ‘이모코어'(emocore)라는 장르명에 딱 부합하는 밴드라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주로 주다 네이글러(Judah Nagler)의 애조띤 가성(假聲) 때문이었겠지만, 공연을 둘러싼 스산하고 쓸쓸한 분위기도 일조한 측면이 크다. 학생들이 따뜻한 남쪽을 찾아 뿔뿔이 흩어져간 봄방학 기간에 바로 걸린 데다가, 그 흔한 지역 신문에 변변히 광고조차 하지 않은 결과 관객의 수는 불과 여남은 명, 그나마 개중 몇몇은 오프닝을 선 주변 고등학교 밴드의 친구들이었다. 곡 사이사이마다 ‘지쳐 나가떨어질 지경이다’라거나 ‘감기에 걸려 정신 없다’는 둥 고생스런 투어 길에 오른 무명 밴드의 설움을 토로하던 이들은, 급기야 마지막에는 ‘내일은 미니애폴리스에 가야 하는데 잠자리를 제공해줄 사람 없느냐’는 농담반 진담반의 ‘구걸’을 하기도 했다. 아, 길 위의 삶이여.

9. Lambchop, “The Daily Growl”
Live a la Cigale, Paris, France, 9/23/02

커트 왜그너(Kurt Wagner)가 이끄는 이 떼거리(전현직 멤버 도합 스물 한 명에 이른다)가 왜 ‘얼터너티브 컨트리’로 분류되는지 의아스러운 이들은, 한번쯤 이들의 공연을 보면 해답을 찾게 될 것이다. 나쁘게 말하자면 매우 촌스러워 보이는 이들의 외모에다가, 왜그너가 즐겨 쓰는 ‘XX 협동조합’ 마크 달린 빨간색 모자는 금상첨화를 이룬다. 피아노 주자가 홀로 등장해 솔로를 연주하면 좀 있다 다른 멤버들이 무대 뒤로부터 걸어나와 제 자리를 찾아가면서 공연은 시작되었다. 이번 미국 투어에는 6인 구성의 축소판으로 나섰는데, 시종 일관 차분하게 가라앉은 태도로 밴드는 아름다운 소리를 빚어내었다. 한 가지 흠이라면 램찹의 곡들은 분위기가 대개 어슷비슷해서, 한동안 듣고 있노라면 같은 음악을 되풀이한다는 착각마저 들 정도라는 것이다. (불행히도 공연장에서 녹음기가 말썽을 부린 통에 이들의 사운드를 직접 포획하는 데는 실패했고, 여기 소개하는 것은 그보다 한 달쯤 전 유럽 투어에서 나온 부틀렉이다.)

8. Beth Gibbons, “Mysteries”
Live at Olympia, Paris, France, 11/11/02

포티스헤드(Portishead)의 베쓰 기본즈가 솔로 앨범을 냈다는 소식은 이미 들었건만, 북미에서는 아직 정식 발매가 되지 않아 군침만 흘리고 있던 차에 구한 이 파리 공연 부틀렉은 가뭄에 단비와도 같았다. 러스틴 맨(Rustin Man)이라는 예명을 사용한 폴 웹(Paul Webb)과 같이 만든 새 음악은, 오랜 동안의 기다림이 기대수준을 너무 올려놓지만 않았다면 충분히 음미할 만하다. 무엇보다도 기본즈의 절절한 목소리는 변하지 않았으니. 곧 포티스헤드의 새 앨범이 나온다니까 그때까지의 허기를 메워줄 수는 있을 것이다. 매시브 어택도 신보를 발표할 계획이라는 내년은 과연 트립합이라는 장르가 죽었는가 아닌가를 판가름 할 수 있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7. Nick Cave And The Bad Seeds, “Red Right Hand”
Live at Chicago Theater, Chicago, Illinois, 4/2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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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자체의 질이나 관객들의 열띤 호응으로 따진다면 한참 높게 순위가 매겨져야 마땅하겠지만, 안타깝게도 비싼 돈을 들여가며 좋은 좌석을 구할 여력이 없었던 까닭에 부틀렉의 음질은 수준 이하에 그치고 말았다. 평소 길거리에선 찾아보기 힘들었던 시카고의 힙스터들을 총집결시켜놓은 듯한 관객들도 인상적이었지만, 한 손엔 마이크, 다른 손엔 불 붙은 담배를 꼬나쥔 채 광기어린 손짓 발짓으로 무대를 휘젓는 닉 케이브의 위용은, 어두운 오페라 극장의 무대 뒤에서 스며드는 조명을 받아 그 그림자가 거의 킹콩을 연상시킬 정도로 객석을 압도했다. 케이브도 케이브지만, 바이얼리니스트 워런 엘리스(Warren Ellis)의 춤추는 듯한 제스쳐 또한 빠뜨릴 수 없는 무대 예술이었다고 해야 하겠다.

6. M m, “Smell Memory”
Live at Bottom Of The Hill, San Francisco, California, 8/10/02

‘뭄’이라고 읽어야 할지 ‘멈’이라고 읽어야 할지 아직껏 알쏭달쏭한 이 아이슬랜드 출신 전자음악 밴드를 ‘u’ 자 위에 점찍는 악쌍(accent) 기호가 없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전자음악 듀오 뭄(Mum)과 혼동해서는 안되겠다. 이들의 공연을 보지 못한 것은 2002년에 가장 아쉬웠던 일 중 하나로 꼽힐 텐데, 독일에서 발명되어 역시나 특유의 기계적인 요소를 떨쳐내지 못한 글리치(glitch)라는 하위 장르를 끌어와서 거기에 팝적인 ‘인간미’를 부여한 게 이들의 성공 전략이 아닌가 한다. (이들이 글리치 스펙트럼의 한 끝에 위치한다면 다른 한 끝에는 무지막지한 글리치 펑크, 키드 606이 있다.) 가녀린 여성 보컬이 수놓는 동화적인 소리 풍경은 다른 아이슬랜드 동포들(뷰욕, 시구어 로스)의 음악을 고려한다면 일종의 ‘국민 정서’에서 우러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5. Rachel’s, “A Night Of Long Goodbyes”
Live at All Tomorrow’s Parties, Camber Sands, UK, 4/20/02

벨 앤 세바스천(Belle and Sebastian)이 직접 밴드들을 골라 페스티벌을 조직한 데서 영감을 얻어, 영국으로부터 시작해 미국으로 확산된 올 투마로우즈 파티즈(ATP)는 21세기판 롤라팔루자(Lollapalooza)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모던/인디 록의 신구 스타들이 한데 모이는 합동 공연이다. 당연 이름은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노래 제목에서 따온 것이고, 2002년의 페스티벌은 영국에서는 스티브 앨비니(Steve Albini)의 밴드 쉘락(Shellac)이, 미국에서는 소닉 유스가 각각 공연을 디자인했다. 내년 봄엔 영국에서는 오테커(Autechre), 미국 뉴욕에서는 스티븐 맬크머스(Steven Malkmus), 그리고 LA에서는 ‘심슨가족’으로 유명한 만화가 매트 그레닝(Matt Groening)이 공연 책임을 맡아 화제가 되고 있다. 다음 해에도 아마도 군침만 흘리다가 공연 CD나 나오면 집어들고 말 테지만, 먼 곳에서도 이렇게 녹음을 떠와 주는 동료 해적(?)들이 있는 덕택에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이 자리를 빌어 이름을 모르거나 혹은 밝힐 수 없는 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올해 영국 ATP 무대에 선 레이첼스는 인디 록과 고전 실내악의 본격적인 접목을 시도하는 밴드다. 그런 시도는 이미 1970년대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들이 다 해놓은 게 아니냐고 묻는다면 별로 할 말은 없지만, 적어도 그때 그들보다는 훨씬 다듬어지고 정교해졌다는 점에서 한 걸음 더 ‘진보적인’ 음악을 한다고 할 수는 있겠다.

4. The Flaming Lips, “Fight Test”
Beck, “Nobody’s Fault But My Own”
Live at Mershon Auditorium, Columbus, Ohio

2002년 미국 인디 록계에서 아마도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공연은 플레이밍 립스와 벡의 합동 투어일 것이다. 각자 발표한 신보의 세몰이를 위해 힘을 합친 이들은, 잘 조화가 이루어질까 하는 몇몇의 뜨악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투어를 진행했다. 오프닝 형식으로 진행된 플레이밍 립스의 단독 무대는 비교적 짧게 끝나서, 벡에는 관심 없고 오직 플레이밍 립스를 보려 왔던 골수 인디 록 팬들에게는 실망을 안겨주었다. 게다가 보통 최소한 2-30분씩은 늦어지는 것이 록 음악 공연의 관례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이번 공연은 정시에 시작한 바람에 상당수의 팬들은 아예 플레이밍 립스의 무대를 보지도 못하는 ‘불상사’마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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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밍 립스의 공연은 의외로 ‘볼 거리’가 ‘들을 거리’를 압도하는 한판이었다. 무대 뒤에 걸린 대형 스크린에는 연주가 계속되는 동안 쉴새없이 비디오 클립들이 이어졌는데, 배우 폴 뉴먼(Paul Newman)이 영화 속 권투 시합에서 사정없이 두들겨 맞아 곤죽이 되는 모습이 계속 루프백되는가 하면, “Yoshimi”에서는 세일러복을 입은 일본 여학생들이 서로 맞서 피의 총격전을 벌이는 다소 황당한 영화 장면이 상영되기도 했다. 한편 무대 위에는 TV 어린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토끼, 다람쥐 등의 동물 복장을 한 한 무더기의 공연 보조들이 조그마한 전구를 흔들어대기도 하고, 무대 위와 객석 사이를 뛰어다니기도 하면서 흥을 돋구기도 했다. 그러나 역시 주연은 웨인 코인(Wayne Coyne)이었는데, 불끈 쥔 두 주먹을 하늘로 치켜들고 부르르 떠는 그의 특징적인 제스처는 관객들의 기운이 조금이라도 가라앉을 때마다 분위기를 띄우는 주요한 무기였다. 그 외에도 무대 위에 널린 각종 장난감 같은 도구들(광선총 모양의 조명기구, 드라이 아이스 연막 제조기, 긴 줄 달린 램프)을 적절히 활용한 그의 재치어린 행각은, 다소 쉬어서 고음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자신의 목소리를 커버하기 위한 고도의 전술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어 무대에 등장한 벡은 어쿠스틱 기타만 갖고 몇 곡을 솔로로 연주한 뒤, 플레이밍 립스를 백밴드 삼아 “Loser”나 “Devil’s Haircut” 같은 고전적 히트곡과 신곡들을 골고루 선보였다. 중간 중간에 보여준 어색함을 가장한 능란한 춤 솜씨는 벡이 만능 엔터테이너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고, 웨인 코인이 무대에 드러누워 광선총 조명을 벡에게 쏘아대는 장난기도 흥미로왔지만, 역시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벡이 드물게도 감정의 깊이를 드러내며 구슬프게 노래하는 “Nobody’s Fault But My Own”이다.

3. Moe Tucker, “Last Night I Said Goodbye To My Friend”
Live at the 40 Watt Club, Athens, Georgia, 2/14/02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원래 멤버들 중 루 리드나 존 케일만큼 두드러진 건 아니지만, 모 터커 역시 대중음악계를 떠나지 않고 꾸준한 활동을 벌여왔다. 최근 할머니가 된 사실을 청중들에게 자랑하는 그녀는 올해 초 조나단 리치먼(Jonathan Richman), 빅 체스넛 (Vic Chestnutt)과 함께 투어를 돌았는데, 멀리 가지는 않고 주로 그녀가 살고 있는 남부 조지아나 플로리다 쪽에서 맴돈 모양이다. 홈 페이지의 뉴스란에 가 보면 온통 가족 얘기로 도배가 되어 있으니 영낙없는 할머니이고, 그래서인지 그녀의 노래는 더할 나위 없이 푸근하게 들린다. 그런 그녀의 목소리가 슬픔에 떨리는 건 이 노래에 얽힌 사연 때문이다. 1995년 병마에 시달려온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마지막 원조 멤버 스털링 모리슨(Sterling Morrison)의 임종을 지켜본 나머지 세 동료들이 만든 이 노래는, 이듬해 초 벨벳 언더그라운드가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는 기념 공연에서 처음으로 불려졌다. 어떤 꾸밈이나 미사여구 한 줄 없이 슬픔을 담담히 고백하는 가사를 듣고 있으면, 사랑하는 친구를 잃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는 눈물을 참기 어렵게 만든다.

2. Low, “In The Drugs”
Live at the Pres House, Madison, Wisconsin, 2/22/02

[weiv]에 실린 2001년 작 [Things We Lost In Fire] 리뷰를 보면 로우의 음악이 “밀교적(密敎的)”이고 “납골당에서 울려퍼지는 성가”같다고 표현한 구절들이 나온다. 그런 평에 맞장구라도 쳐주듯, 추운 날 더 추운 곳에서 찾아온 로우가 공연장으로 선택한 것은 대학 내 진보적 기독교 단체 소유의 건물에 딸린 작은 예배당이었고, 그 건물 지하의 커피하우스 이름은 다름아닌 납골당(catacombs)이었다. 우연도 이쯤되면 모골이 송연해지는 법이다.

건축학이나 음향학에 대해서 아는 바는 없지만, 예배당의 건물 구조는 거기서 만들어지는 소리들에 독특한 리버브(reverb)를 줘서 영적인 효과를 북돋는 것 같다. 특히 꽉 차고 촘촘히 짜여진 것보다는 여백을 활용하는 성긴(sparse) 사운드가 그런 효과의 덕을 톡톡히 보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카우보이 정키스(Cowboy Junkies)는 빈 예배당에서 디지털 테이프 녹음기 하나만으로 하룻밤 사이에 끝내버린 [Trinity Session]보다 더 나은 작품을 끝끝내 못 만들어내는지도. 여하간 운좋게 맨 앞자리에서 앨런 스파호크(Alan Sparhawk)의 코빼기를 내내 쳐다볼 수 있었던 이 공연은 별로 시원찮은 녹음 장비에도 불구하고 여태껏 만들어본 것 중 가장 고품질의 자작 부틀렉을 제공해 주었다. 추위에다가 유럽 투어를 막 끝마치고 돌아온 피로함이 겹쳐서인지 앨런과 미미 파커(Mimi Parker) 두 사람이 노래하다 번갈아서 목이 막히는 작은 ‘삑사리’가 있긴 했지만, 그런 게 지난 5년간 매디슨에서 머물면서 본 가장 훌륭한 공연에 먹칠을 할 정도는 아니었다.

1. Caetano Veloso, “Cucuru Cucu Paloma”
Live at Southern Theater, Columbus, Ohio, 11/12/02

20021230105947-velosoCaetano Veloso.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이 훌륭한 음악인들과 공연을 보게 될는지는 알 수 없지만, 까에따누 벨로주의 공연을 직접 보는 건 ‘일생에 한 번’ 올 기회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한 건 그의 나이가 올해로 환갑이기 때문인 탓도 있었다. 대개 그 나이쯤 되면 뭔가 새로운 걸 시도한다기보다는 그동안 쌓아올린 경륜과 업적에 기대어 커리어를 이어 나가는 게 보통이지만, 벨로주나 밥 딜런처럼 한 나라를 넘어서 하나의 대륙을 대표할 만한 음악인들에겐 나이를 이기는 무슨 초능력같은 거라도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밥 딜런이 요즘도 한 두 해 걸러 한번씩 경기장을 가득 채우는 순회 공연을 돈다 해도 왠지 노인네가 되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던 데 반해, 짝 달라붙는 검은 색 반팔 티셔츠를 입고 무대에 오른 벨로주는 솔직히 말해 나보다도 더 젊어 보였다. 앞서 벡의 춤 얘기를 했는데, 벨로주의 솜씨는 벡을 뺨치고도 남을 지경이었다. 희끗희끗한 머리가 세월을 말해주긴 하지만, 그의 목소리나 뿜어내는 에너지는 전혀 그 영향을 받지 않은 것 같았다.

벨로주의 위대함은 탁월한 지성과 지칠 줄 모르는 음악적 탐험심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대중음악에 관해서라면 거의 백과사전적인 지식을 뽐내면서 에이펙스 트윈에서 팀발랜드에 이르기까지 최신 조류에도 훤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단지 듣고 아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자신의 음악 속에 새로운 흐름들을 소화해내는 능력을 공연에서 십분 발휘했다. 기타, 베이스, 드럼의 기본 편성에 중후한 첼로와 세 명의 틴에이저 퍼커션 주자를 보강한 백밴드는 삼바, 칼립소 등의 가벼운 열대 리듬과 무거운 록 비트 사이를 매끄럽게 오가고, 벨로주는 때로는 다정다감하게 때로는 다소 비장하게 노래하다가, 또 좀 있다가는 거의 랩에 가까운 리드미컬한 사설을 풀어놓는 다재다능함을 선보였다.

그래도 역시 청중의 가슴을 촉촉하게 적신 것은 그가 홀로 기타를 치며 부른 발라드들이었는데, ‘A tristeza e senora’라는 낮익은 귀절로 시작되는 “Desde Que O Samba E Samba” 같은 대표곡이 나오면 는 객석 중앙에 주로 포진한 브라질계 여성 청중들은 기다렸다는 듯 이를 나직히 따라 불렀다. 연달아 부른 몇 곡의 발라드 중에서도 가장 귀를 끈 것은 멕시코 작곡가 소사 토마스 멘데즈(Sosa Tomas Mendez)의 곡 “꾸꾸루꾸꾸 팔로마”였다. 아카데미 외국 영화상을 수상한 스페인의 영화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Pedro Almodovar)의 최근작 [Hable Con Ella]에 수록되기도 한 벨로주의 버전은 페리 코모(Perry Como)나 나나 무스쿠리(Nana Mouskouri)가 불러 우리에게 친숙한 북미-유럽계 팝 버전에 비하면 라틴 아메리카의 분위기와 느낌을 훨씬 잘 살려내고 있다.

세자리아 에보라의 내한 공연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 까에따누 벨로주도 한국에 못 갈 이유가 없으리란 생각을 해 보았다. 그가 다시 브라질 바깥으로 투어를 나오기를 기대하는 게 나을지, 아니면 룰라도 대통령이 된 마당에 한번쯤 브라질 여행을 가는 편이 나을지는 좀더 두고 생각해 봐야 하겠다. 20021218 | 김필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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