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227092942-jj72JJ72 – I To Sky – Lakota/Columbia, 2002

 

 

1990년대의 밀랍박물관

JJ72의 두 번째 앨범이다. 데뷔 앨범의 상큼함은 얼마나 성숙하였을까? 두 해 동안, 성년식과 데뷔식을 거치면서 얻은 느낌들은 어떻게 곡으로 드러날까? 라는 궁금함은 세 번째 곡 즈음에서 여지없이 깨어지고 만다.

데뷔 앨범 수록곡인 “Snow”의 성스러운 고백 같은 느낌은 본 앨범의 수록곡 “Nameless”에 연결되며, “October Swimmer”의 경쾌함은 “Formulae”로 이어진다. 상반되는 두 느낌의 곡들은 앨범 전체에 골고루 퍼져있다. 그런데 데뷔 앨범과 비교해서 편곡 스타일은 많이 바뀌었다. U2 특유의 영롱한 기타와 그런지(grunge) 스타일의 둔탁한 느낌의 기타도 있고, 슈게이징(shoegazing) 스타일의 층층 겹쳐진 노이즈 기타도 감지되고, 라이벌 밴드인 뮤즈(Muse) 특유의 건반 선율도 느껴진다. 크레딧을 보면 믹싱을 담당한 이가 지저스 앤 메리 체인(Jesus And Mary Chaine)과 라이드(Ride), 커브(Curve) 등의 슈게이징/노이즈 계열 밴드와 주로 작업을 해왔던 앨런 몰더(Allan Moulder)라고 되어 있는데, 많은 혐의 중에서 하나는 맞은 셈이다. 그러나 이처럼 방향성 없거나 혹은 다양한 편곡을 통해서도 모든 곡들의 기본 진행 구조가 비슷함은 들통난 위장술인가? 의도한 통일성인가?

변성기를 거치면서 점점 더 중성적이 되어가는 마크 그리니(Mark Greany)의 목소리는 플래시보(Placebo)의 브라이언 몰코(Brian Molko)를 닮아간다. 직선적인 기타 중심의 편곡을 통해 드러나는 팝적인 멜로디 감각도 플래시보와 비슷한데, 이중 “Serpant Sky”는 플래시보의 두번째 앨범 [Without You I’m Nothing]앨범에서 나온 보컬과 기타 리프, 멜로디, 리듬 등을 총동원하여 갈아 만든 느낌이다. 하지만 앨범 전반적으로는 플래시보의 세번째 앨범 [Black Market Music]처럼 방향성 없이 갈팡질팡 한다.

최근 콜드플레이(Coldplay)가 평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헤븐(Haven)이란 신인이 등장하였지만, JJ72의 이번 앨범을 들으면 영국의 록 계보에서 멜로디 위주의 기타팝은 벼랑에 끝에 서서 더 이상 전진할 곳이 없는 것만 같다. 90년대 록 음악의 주된 기타 아이템들을 잔뜩 나열해 놓고 회고전이라도 한판 벌이려는 것일까?

복고라고 부르며 발굴하기엔 아직 사람들의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고, 그대로 밀고 나가자니 시대에 뒤떨어진 것만 같은 느낌이 들고… 지금에 있어서 1990년대는 참으로 어중간한 시기이다. 이 앨범은 너바나의 미발표곡 “You Know You’re Right”와 함께 그 사실을 새삼 일깨워 주는 것 같다. 20021209 | 이정남 [email protected]

5/10

수록곡
1. Nameless
2. Formulae
3. I Saw A Prayer
4. Serpent Sky
5. Always and Forever
6. Brother Sleep
7. Sinking
8. 7th Wave
9. Half Three
10. Glimmer
11. City
12. Olche Mha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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