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227090347-f43476amkr7Tara Jane O’Neil And Daniel Littleton – Music For A Meteor Shower – Tiger Style, 2002

 

 

성공도 실패도 아닌 어정쩡함의 예술

대니얼 리틀턴(Daniel Littleton)이라는 이름은 말할 것도 없고, 사진으로 본 외양으로부터 그가 아시아계임을 추측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 데는 한국-중국-일본을 잇는 동아시아를 아시아 전체와 종종 등치시키는 종족중심적(ethnocentric) 선입견 탓도 클 것이다. 필리핀계인 댄 리틀턴은 지난 10년간을 통틀어 뉴욕 출신 인디 밴드들 중 가장 사랑스러운 음악을 만들어 온 아이다(Ida)를 이끌고 있다. 그 기간 동안 밴드의 주축인 엘리자베스 미첼(Elizabeth Mitchell)과 리틀턴 커플은 1990년대 미국 ‘얼터너티브’ 청년 문화를 대변하는 영화 [청춘 스케치](Reality Bites)에 수록된 리사 로브(Lisa Loeb)의 스매쉬 히트 “Stay”에 참여해 간접적으로나마 상업적 성공을 맛보기도 했고, 결혼과 출산이라는 가족적인 성취도 이루어냈다. 그러고 보면 1990년대는 이들에게도 꽤나 호시절이었던 것 같다. 여덟 장의 정규 앨범 외에도 아이다는 때론 밴드 차원에서, 때론 리틀턴 개인적으로 이런 저런 공동작업 및 프로젝트에 활발하게 참여해왔다. 김치 레코드 컴필레이션 [In My Living Room]에 실린 아이다의 “Losing True”가 이미 [웨이브] 리뷰를 통해 소개된 바 있고, 2001년 시카고 아시안 아메리칸 영화제의 솔로 공연을 통해 리틀턴은 나름대로 인종적 자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아이다 및 리틀턴과 이런저런 활동을 같이해 온 태라 제인 오닐은 주요한 협력 파트너라고 할 수 있다.

리즈 페어(Liz Phair)가 [Exile in Guyville](1993)을 통해 미국 인디 록계의 남성중심주의를 비꼰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로도 상황은 그리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게 현실이다. 대개의 인디 록 밴드에서 여성 멤버들의 역할은 종속적인 반면, 여성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경우는 솔로 음악인이거나 싱어송라이터 계열에 속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런 면에서 오닐의 경력은 돋보이는데, 포스트/매쓰 록의 출생지인 켄터키 주 루이빌에서 슬린트(Slint)의 영예를 이은 로단(Rodan)의 베이스를 담당한 것이 그 출발점이다. 로단의 해산 이후에도 오닐은 소노라 파인(The Sonora Pine)을 이끌면서 남성 편향이 강한 미국 포스트 록 씬에서 ‘걸 파워’를 계속 과시하는 한편, 로단의 투어 도중 만난 신씨아 넬슨(Cynthia Nelson)과는 포크·컨트리 듀오 레친(Retsin)을 결성해서 점차 여성화되어가는 추세에 있는 싱어송라이터 전통과도 접촉을 유지했다.

레친은 아이다와 함께 투어를 돌면서 자연스레 가까워졌고, 그 결과 이들은 1998년 ‘아이다 레친 패밀리’란 이름으로 합동 음반을 내기도 한다. 2000년대 들어 뉴욕 시로 이주한 뒤 본격적인 솔로 활동에 나선 오닐은, 2년에 걸쳐 세 장의 음반을 발표했고, 아이다 또한 뒤지지 않고 같은 수의 음반을 냈다. 이 합동 음반까지 치면 양자 공히 네 장이 되니 매우 생산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다작(多作)이 좋게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은 한계 효용 체감이라는 경제 법칙의 교과서적인 예를 바로 대중 음악이 제공하기 때문인데, 이들의 활동에 나름대로 애정어린 관심을 꾸준히 보여온 [피치포크미디어]가 매긴 시장 가격(=평점)의 하락 추세도 이 법칙을 경험적으로 뒷받침한다. 하지만 그토록 부지런하게 이들의 행적을 따라온 게 아니라면 그렇게 짜게 굴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 음반을 통해 이들을 처음 접하는 경우라면 더더구나.

‘유성우(流星雨)를 위한 음악’이라는 꽤나 시적인 제목이 암시하다시피, 음반은 전반적으로 멜로디나 비트보다는 짜임새/질감(texture)에 초점을 맞춘 감상용 음악으로 채워져 있는데, 두 사람은 주요한 표현 수단으로 삼은 악기는 기타다. 짧은 앰비언트 인트로가 지나간 후 나오는 “Talking In The Kitchen”은 뭐랄까 어느 한 군데 특별한 데 없이 차분하게 진행되는 어쿠스틱 기타 두 대의 잼(jam)으로, 앨범 전반의 톤을 설정한다. 반면 이어지는 “Ooh La La”는 가장 ‘튀는’ 곡이라 할 수 있는데, 트라이앵글의 딩딩거리는 소리가 ‘이제 예쁜 음악을 하겠습니다’라고 찡끗 윙크라도 하는 듯 신호를 보내고 나면, 리틀턴의 약간 마른 목소리가 난데없는 프랑스어로 노래를 시작한다. 리틀턴의 발음은 프랑스어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이 듣기에도 어딘가 불편하고, 샹송 가수 프랑스 갈(France Gall)을 흉내내기라도 하려는 듯 소녀같은 목소리를 꾸며대는 오닐의 노래 또한 어색하긴 마찬가지다.

한층 무거워진 음색의 전기 기타와 비브라폰, 그리고 몽롱한 로즈(Rhodes) 피아노 사운드를 들고 나오는 “What Was She Thinking”도 착 가라앉은 분위기를 크게 바꿔놓진 않는데, 이 곡 이후로 주욱 나열되는 비슷비슷한 곡들은 집중해서 듣기에는 좀 지루하다. 그렇다고 음악을 꺼버리고 싶을 정도로 지겨운 것도 아닌데, 이렇듯 이도 저도 아닌 느낌은 아마도 이들의 합주가 즉흥성과 계획성 사이에서 어중간하게 절충한 데서 기인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머릿 속으로야 그게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 보지만 그래도 마음 속엔 찜찜함이 떠나지 않는 건, 이들의 ‘어정쩡함’이 흑과 백을 명확히 가려야만 속이 시원해지는 요즘의 시류에 맞지 않아서일까. 20021210 | 김필호 [email protected]

6/10

수록곡
1. The Ballroom
2. Talking in the Kitchen
3. Ooh La La…
4. What Was She Thinking
5. Feedback Annie
6. Juliette
7. For the Glasses Boys
8. Stringing a Broken Neck
9. The Langorous Girl
10. Tourettes
11. The Disembodied Juliette
12. Sweet Neck
13. Brokeneck
14. Waiting For the Horse to Come Back
15. What Was He Thinking
16. Long Held On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