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224064844-0424oseun3

오세은 – 우리 애인/고아 – 지구(JLS 120845), 19740408

 

 

오세은을 ‘포크 싱어송라이터’로만 알고 있는 사람에게 그가 ‘그룹 사운드 출신’이라는 사실은 다소 뜻밖일 것이다. 그렇지만 성균관대학교 재학 시절인 1967년부터 아이돌스, 플라워스, 영 바이블스, 라이더스, 메가톤스 등 수많은 그룹에서 기타와 보컬을 맡아 미 8군 무대와 이태원의 클럽에 섰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런 경력은 그의 작품에서도 잘 드러난다. 즉, 그는 이정선, 조동진과 더불어 작곡과 노래 뿐만 아니라 편곡도 스스로 담당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물이었고, ‘어쿠스틱’한 면과 ‘일렉트릭’한 면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는 그의 디스코그래피를 들여다 보아도 확인할 수 있다. 1972년의 데뷔 음반이 어쿠스틱한 분위기의 노래 중심의 작품이었다면, 1973년의 2집 음반은 5인조 그룹을 편성해 블루지한 록 음악을 구사한 작품이었다. 그리고 1974년의 이 작품은 두 가지 경향의 ‘종합’을 보는 듯하다.

첫 트랙 “우리 애인”처럼 어쿠스틱 기타의 스트러밍의 전주에 이어 드럼과 베이스의 리듬 파트가 등장하고 일렉트릭 기타의 싱글 노트의 연주가 나오는 경우가 이런 ‘종합’을 가장 잘 보여준다. 물론 트랙별로 편차는 있다. “그 소녀”처럼 어쿠스틱 기타에 베이스(경우에 따라서는 하모니카, 플루트, 오르간) 정도를 추가된 단촐한 편곡이 있는가 하면, “안녕을 하면”이나 “두 그림자”처럼 드럼과 현악이 동반된 화려한 편곡도 있다. 어떤 편곡이든 오세은이 그에 맞추어 여러 종의 기타를 자유자재로 다룬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렵지 않다. 즉, 이 음반은 다양한 주법으로 만들어내는 아지가기한 기타 사운드를 듣는 재미를 안겨주는데, 어쿠스틱 기타와 일렉트릭 기타는 물론 클래식 기타도 사용된다. 특히 “인생을”에서 두 줄을 동시에 튕기면서 슬라이드하는 연주는 특이하다.

이 모든 것은 8분 30초에 이르는 대곡 “당신”에서 집약된다. 벤딩과 하모닉스를 곁들인 클래식 기타의 독주(이 부분은 예스(Yes)의 “Roundabout”을 연상시킨다))로 시작하여 1분 40초가 지나야 노래가 시작되는데, 그 뒤로 일렉트릭 기타와 피아노가 등장하면서 블루스의 무드를 자아낸다. 1절이 끝난 뒤 등장하는 피아노 솔로와 2절이 조금 지나서 등장하는 여성 백킹 보컬 그리고 기타 솔로 등등, 복잡한 구성을 가진 곡에서 감상할 만한 요소들이 모두 들어 있다. 애절한 연정(戀情)을 담은 가사와는 대조적으로 무덤덤하게 부르는 노래는 어떤 절제된 감정을 드러내 준다.

뭐니뭐니해도 이 음반의 히트곡(?)은 A면 마지막에 수록된 “고아”다. 끌로드 제롬(Claude Jerome)의 샹송을 번안한 이 곡은 극히 염세적이다. 따지고 보면 곡이 대단히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바이올린, 피아노, 여성 백킹 보컬이 등장하여 싸늘한 분위기를 조장한다. 물론 이 곡이 ‘지나친 비정, 불신감 조장’이라는 사유로 금지곡으로 지정되면서 이 음반 전체가 불운한 운명을 맞이하게 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우리 애인”같은 명랑한 사랑의 찬가(讚歌)로 시작하여 “헤어질 때”같은 쓸쓸한 이별의 애가(哀歌)로 끝나는 구성도 하나의 일관된 스토리로 들려 온다. 그래서 한 곡 한 곡 들을 때는 무덤덤하다가도 앨범을 다 듣고 나면 잔잔한 쓸쓸함이 밀려온다. 마지막 곡 “이 거리”의 마지막 가사인 “나 지금 살고 있는 이 거리에 영광과 행복의 빛이 있겠지”는 작자와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그저 역설적 표현 이상이 아닌 것 같다.

그 점에서 이 음반은 같은 해 나온 한대수의 [멀고 먼 길], 이정선의 [이리저리]과 느슨한 공통 정서를 가지고 있다. 그걸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 1974년이라는 시점은 청년문화가 대중매체에서 절정을 구가한 시점이었지만 이런 유형의 청년문화로부터 소외(?)된 ‘언더그라운드’의 흐름이 존재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한참 뒤의 일이지만 오세은이 한영애의 [여울목](1985)을 기획·제작한 것은 우연이 아닌 것 같다. 20020128 | 신현준 [email protected]

0/10

수록곡
Side A
1. 우리 애인
2. 두 그림자
3. 그 소녀
4. 안녕을 하면
5. 인생을
Side B
1. 고아
2. 당신
3. 헤어질 때
4. 이 거리

관련 글
‘한국적 록’의 유산(流産)과 유산(遺産): 1974-75 – vol.4/no.24 [20021216]
드래곤스의 보컬 박명길과의 인터뷰 혹은 긴 채팅 – vol.4/no.24 [20021216]
김기표 인터뷰 – vol.4/no.24 [20021216]
프론트맨보다 더 중요한 사이드맨, 이남이와 인터뷰 – vol.4/no.24 [20021216]
이정선 [이리 저리/거리] 리뷰 – vol.4/no.24 [20021216]
양병집 [넋두리] 리뷰 – vol.4/no.24 [20021216]
김의철 [김의철 노래모음] 리뷰 – vol.4/no.24 [20021216]
김인순 [비오는 날에는/초저녁별(안건마 편곡집)] 리뷰 – vol.4/no.24 [20021216]
엽전들 [저 여인/생각해/그 누가 있었나봐/나는 몰라] 리뷰 – vol.4/no.24 [20021216]
히 식스 [당신은 몰라/아름다운 인형] 리뷰 – vol.4/no.24 [20021216]
검은 나비 [Album Vol. 1] 리뷰 – vol.4/no.24 [20021216]
최헌 [세월/오동잎] 리뷰 – vol.4/no.24 [20021216]
김훈과 트리퍼스 [나를 두고 아리랑/사랑의 추억] 리뷰 – vol.4/no.24 [20021216]
양키스 [Yankee’s GoGo 크럽 초대] 리뷰 – vol.4/no.24 [20021216]
신중현 & 더 멘 [거짓말이야/아름다운 강산] 리뷰 – vol.4/no.24 [20021216]
영화음악 [별들의 고향] 리뷰 – vol.4/no.22 [20021116]
배리어스 아티스트 [골든 포크 앨범 Vol. 11: 바보들의 행진] 리뷰 – vol.4/no.22 [20021116]

관련 사이트
코너 뮤직: 한국 록과 포크 음악 사이트
http://www.conermusic.com
한국 록 음반 연구회
http://cafe.daum.net/add4
윈드버드
http://www.windbird.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