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123060650-0422songchangsik송창식 – 송창식 1 – 유니버어살(K Apple 807), 19750830

 

 

‘아티스트’가 되기 이전 ‘보컬리스트’였던 시절의 기록

송창식의 음악을 꽤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트윈 폴리오의 해산(1970년 경) 이후 “피리부는 사나이”(1974)로 파란을 일으키기까지 송창식의 음악에 대해서는 그다지 대중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았다. 그 결과 이 시기에 송창식이 발표한 정규 음반들은 생각보다 희귀하다. 달리 말해서 이후의 음반들처럼 많이 팔리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그런 연유에서인지 이 음반은 송창식의 솔로 데뷔 음반이라고 잘못 알려진 경우가 많다. 이는 아마도 제목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 음반들에 수록된 곡들 대부분은 1971년부터 1973년 사이 그의 이름으로 발표된 음반들에서 발췌된 것들이다. 정확히 말한다면 [송창식 애창곡 모음: 별밤에 부치는 노래 씨리즈](유니버어살, K-Apple 36, 1971), [송창식 애창곡 모음 2집: 나는 너 / 내 나라 내 겨레(김희갑 작편곡집)](K-Apple 56, 1972), [송창식 Brand New Song(안건마 편곡집)](K-Apple 786, 1973) 세 종의 음반들(편의상 1집, 2집, 3집으로 부르도록 하자) 가운데 뒤의 두 음반으로부터 10곡이 발췌되었다. 그렇다면 총 12곡들 중 나머지 2곡은? 이 두 곡은 송창식의 정규 음반에는 수록되지 않았다. “딩동댕 지난 여름”은 ‘옴니버스 음반’인 [Young Festival vol. 2](K-Apple 778, 1972.12.12)에 수록되어 있고(이 음반에는 이장희의 곡인 “비의 나그네”도 수록되어 있다), “애인”은 [Oasis Folk Festival vol.3](OL 1234, 1972)에 수록되어 있지만 편곡이 다르다(이 음반에는 이장희의 곡인 “그애와 나랑은”도 수록되어 있다).

여기서 두 가지 사실을 확인해 두고 넘어가자. 하나의 사실은 이 음반의 발매시점이 1975년 8월 30일이라는 점이다. 이 시점은 송창식이 이미 ‘포크 가수’를 넘어 ‘대중 가수’로 등극한 다음이다. 청바지와 티셔츠를 연미복으로 갈아 입고, 의자에 앉아서 통기타를 치는 대신 손에 마이크를 들고 서서 노래부르던 때이다. 또 하나의 사실은 1874년 군(방위)에서 제대한 이후 이후 송창식은 오리엔트 프로덕션(음반사는 대도와 신세계)에서 새 음반을 발매했지만 이 음반은 애플 프로덕션(음반사는 유니버어살)에서 발매되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대략 이 음반이 나오게 된 배경은 이해할 수 있다. 송창식이 이른바 ‘국민가수급’의 성공을 거두자 이전 소속사에서 그의 대중성을 이용하여 그동안 묵혀 있던 음원들을 모아서 재발매한 것이다.

이렇게 동기는 그리 순수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음반에 수록된 음악들은 숨겨진 보석같다. 물론 추리고 추린 것들이기 때문일 것이니, 대략의 분류가 필요할 것이다. 먼저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왜 울어”, “나는 너”, “비와 나”, “내 나라 내 겨레”, “밤비(Let It Rain)”는 2집에 수록된 곡들이고, 이 가운데 앞의 세 곡은 김희갑이 작곡한 곡들이고 마지막 곡은 번안곡이다. 한편 “꽃 새 눈물”, “밤눈”, “좋아요”, “둘일 때는 좋았지”는 네 곡은 송창식이 작곡하고 안건마가 편곡한 곡들이다. 그리고 LP 의 앞면과 뒷면의 첫 트랙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송창식 작곡·편곡’으로 표기되어 있는 “딩동댕 지난 여름”과 “애인”이다.

김희갑이 편곡을 맡은 곡들의 특징은 10명 남짓한 오케스트라의 ‘클래식’한 사운드다. 마림바(marimba)처럼 ‘포크송’은 물론 일반 대중가요에서도 잘 사용하지 않는 악기음을 들을 수 있고 송창식이 아니라 김희갑이 연주하는 기타를 들을 수 있다(송창식은 이 음반을 레코딩할 때 “미리 녹음된 반주에 맞추어 노래만 불렀다”고 말한 바 있다. 참고로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의 전주의 기타 연주도 김희갑의 것이다). 말하자면 ‘싱어송라이터의 자율성’이 발휘된 녹음이라고 보기는 힘들고,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편곡자를 잘 만나지 못했다’고 평하는 음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케스트라의 ‘경음악’ 스타일의 연주가 송창식의 목소리와 잘 어울린다는 점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굵은 톤이면서도 고음의 처리에 능한 송창식의 가창 스타일은 ‘기타 연주인이 작곡하고 편곡한 사운드’를 잘 소화해 낸다. 이 곡들이 처음 발표될 무렵 송창식이 “자니 마티스(Johny Mathis) 스타일의 밸러디어(balladeer)”([주간경향], 1971. 9. 22.)라는 평을 받았던 사실을 고려한다면 ‘포크답지 않다’는 말은 사후적 평가일 뿐이다.

한편 안건마의 편곡은 보다 단촐하고 응집력이 있다. “꽃 새 눈물”같은 곡은 화성 감각을 잘 살린 어쿠스틱 기타가 ‘상투적인 아르페지오’를 넘어서고 있고, “밤눈”은 세박자의 어쿠스틱 기타의 아르페지오를 피아노와 베이스 기타가 슬며시 받쳐준다. “좋아요”와 “둘일 때는 좋았지”는 ‘안건마 편곡’의 전형이라고 할만한 곡이다. 거칠게 요약한다면 현악과 피아노가 전면에서 클래식한 향취를 자아내고 드럼과 베이스는 배후에서 낮고 두터운 음을 깔아주다가 후렴부에서는 총주가 이루어지는 구성이다. 소박하고 정갈한 소품들이다.

그렇지만 이 음반 최고의 곡은 ‘송창식 작곡·편곡’으로 되어 있는 “딩동댕 지난 여름”과 “애인”이다. “딩동댕 지난 여름”(작사: 임진수)은 1절에서는 리듬이 절제된 채 짜증스러운 무드의 노래와 연주가 전개된다. 그러다가 순간적으로 장조로 조성이 바뀐 뒤 드럼 필인(fill-in)이 나오면서 세박자의 리듬의 향연이 전개된다. 왼쪽 스피커에서는 워킹 베이스(walking bass)와 전기 기타의 솔로가, 오른쪽에서는 플루트와 오르간이 서로 경쟁하듯 자신들의 음색을 뽐낸다. “애인”의 경우 이렇게 무드가 급변하지는 않는다. 어쿠스틱 기타의 아르페지오를 기초로 왼쪽에서는 클린 톤의 전기 기타의 백킹 연주가, 오른쪽에서는 플루트, 색서폰, 피아노의 연주가 긴장된 앙상블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왼쪽은 기타와 현악, 오른쪽은 관악과 건반’ 식으로 패닝이 이루어진 것에 불만스럽다면 당시 레코딩에는 ‘믹싱’ 개념이 없었다는 말을 듣고 균형있게 판단 내려야 할 것이다. 이런 이야기보다는 두 곡 모두 ‘불만과 권태’를 표현한 곡이고, 이런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적절한 편곡이다(그 점에서 이 두 곡은 이 음반에 실린 다른 곡들보다 한 시기 뒤의 것이다. 이런 불만과 권태는 “고래사냥”이나 “왜 불러”에서 토해내면서 해소된다고 할 수 있을까….). 이런 연주를 누가 맡았는지는 당시 포크 음반에 참여한 연주인들에 대해 5분 정도만 상상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송창식을 ‘포크 가수’, ‘통기타 가수’로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불만스러울지 몰라도 그가 클래식으로 출발하여 스탠더드 팝과 포크(및 포크 록)를 거쳐 한국 대중음악의 새로운 영토를 개척하는 과정을 유심히 관찰하려는 사람에게는 소중한 음반이다. 스스로 작곡을 하고 스스로 음반을 제작하는 아티스트가 되기 전까지 어떤 경험을 했고 그 경험으로부터 무엇을 배웠는가를 판단할 수 있는 작품집이다. 그리고 그의 주위에서 그가 아티스트가 되도록 도와준 인물들의 그림자를 볼 수 있는 작품집이기도 하다.

* 이 음반과 더불어 [송창식 2](K-Apple 808)가 발매되었다. 한편 이 두 음반의 합본(물론 불완전한 합본)은 1983년 서울음반에서 [송창식 16]이라는 타이틀로 LP(SAP-7006)와 CD(SRCD-3118)로 발매되었고, CD의 경우 1991년에 한 차례 더 재발매되었다. ‘송창식 16’이라는 타이틀은 ‘송창식 16집’이라는 뜻이 아니라 ‘애플/유니버어살 시기의 송창식의 곡 16개 모음’ 정도의 뜻이다. 음반사가 바뀐 것은 애플(대표: 고재동)이 서울음반에 판권을 양도했다는 사정에 기인한다. 20021115 | 신현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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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곡
Side A
1. 딩동댕 지난 여름
2. 꽃, 새, 눈물
3. 밤눈
4.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5. 왜 울어
6. 밤비(Let It Rain)

Side B
1. 애인
2. 비와 나
3. 좋아요
4. 나는 너
5. 둘일 때는 좋았지
6. 내나라 내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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