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111044025-0422interpolInterpol – Turn On The Bright Lights – Matador, 2002

 

 

살아난 검은 환영들의 밤

화이트 스트라이프스(White Stripes), 하이브스(Hives) 등이 구사하는 카랑카랑하고 록킹한 기타 스트로크는 록 음악의 원초성과 진정성(authenticity)의 회복이라는 찬사와 함께 철 지난 골동품도 시대의 유행 코드로 재생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기타 중심의 록 음악에서 더 이상 파격적인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제할 때, 이러한 복고 경향은 일견 필연적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의 리바이벌 붐은 옛 것으로의 단순한 퇴행이 아니라 신구의 조합을 통해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으로 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것이다. 그리고 이들 중에는 하이브스처럼 잘 놀지는 못하지만, 시대의 우울을 대변하던 선배들을 따라 어둡고 무감정한 노이즈를 풀어놓는 밴드들도 있다.

음울하면서도 어두운 소리들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는 진앙지는 뉴욕을 중심으로 한 미국 동부 인디 씬이다. 뉴욕은 스트록스(The Strokes), 예예예스(Yeah Yeah Yeahs) 등을 배출한 미국 언더그라운드 록의 메카이며, 최근 인터폴(Interpol), 프렌치 킥스(French Kicks), 라디오 4(Radio 4), 워크멘(Walkmen) 등의 인디 밴드들이 또 다른 흐름을 형성해가고 있는 곳이다. 거라지 록 리바이벌로 칭해지는 일군의 복고 사운드가 박제화되어 가던 1970년대 초반 하드 록과 원조 펑크(proto-punk)를 다시 창고 밖으로 끌어낸 것이라면, 이들의 음악은 ‘포스트펑크(post-punk) 리바이벌’이라는 비평적인 수사를 조심스레 제기하도록 한다. 그리고 이러한 스타일의 전형을 보여주는 밴드가 인터폴이다. 인터폴의 리더는 뉴욕대학교를 다니던 다니엘 케슬러(Daniel Kessler, 기타)이며, 카를로스 덴즐러(Carlos Dengler, 베이스 및 키보드), 폴 뱅크스(Paul Banks, 보컬), 샘 포가리노(Sam Fogarino, 드럼)의 4인조 라인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편, 인터폴이라는 다소 위압적인 밴드명의 유래는 의외로 썰렁하다. 보컬 폴의 옛 친구가 그를 “폴, 폴, 인터폴”이라 부르며 놀리곤 했다는데 여기서 인터폴이라는 이름이 나왔다고 하니 말이다.

인터폴의 정규 데뷔 앨범은 어둡고 우울한 사운드를 담고 있지만 ‘Turn On The Bright Lights’라는 역설적인 제목이 붙어 있다. 전반적으로 미국 인디 록의 껄렁껄렁하면서도 구성진 연주 방식보다는 영국식 기타 록에 가까우며, 명문대생들이 속해 있어서 그런지 먹물 냄새도 조금 풍기는 듯하다. 다소 넘겨짚자면 큐어(The Cure), 스미쓰(The Smiths), 데드 캔 댄스(Dead Can Dance), 카멜레온스(Chameleons UK) 등의 영향이 감지되지만, 뭐니뭐니 해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밴드는 역시 조이 디비전(Joy Division)일 것이다. 대부분의 곡이 다 그렇지만, 특히 “Obstacle 1″과 마지막 곡 “Lief Erikson”에서 폴의 목소리는 죽은 사람의 환청을 듣는 듯한 섬뜩한 느낌이 들 정도로 이언 커티스(Ian Curtis)의 음색과 닮아 있다. 감정을 배제하는 모노 톤의 차가운 저음은 짐 모리슨, 이언 커티스, 닉 케이브 등 낮고 음울한 보컬의 계보를 잇고 있다고 평할 만하다. 한편, 디스토션을 별로 먹이지 않은 징글쟁글한 기타는 스톤 로지스(Stone Roses)나 샬라탄스(Charlatans UK) 등 담백한 매드체스터(Madchester) 스타일과의 접점이다.

이렇게 언급되는 밴드가 많다는 것 때문에 인터폴의 음악을 자신들만의 창조적인 기여분이 없는 잡탕으로 쉽게 평가절하 할 수도 있을 테지만, 평단이나 록 팬들의 반응은 이러한 혹평과는 거리가 있는 듯하다. 실제로 수록곡들은 완성도가 매우 높으며, 단순한 프레이즈와 멜로디를 지루할 정도로 반복하여 긴장감을 조성하거나 마이너 코드를 빈번히 사용하여 우울한 무드를 증폭시킨다는 점에서 위의 선배들과는 차별화 된다. 세 번째 트랙인 “NYC”는 차분한 기타 연주와 드로닉(dronic)한 전자음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슈게이징(shoegazing) 넘버이며, “Say Hello To The Angels”는 스미쓰의 경쾌한 리듬라인을 연상케 하는 쟁글거리는 기타팝이다. 한편, “Hands Away”는 자극적인 기타소리가 규칙적인 베이스 드럼 소리와 함께 증폭되면서 전자음과 묘한 불협화음을 조성하는 점층 구조를 띠고 있다. 마지막으로, “Roland”는 앨범 중 가장 빠르고 드라이빙감이 살아있는 트랙으로 조이 디비전의 대표곡 중 하나인 “Transmission”의 긴장감을 재현하고 있는 음울한 펑크 록이다.

인터폴의 음악에 대해 어둡고 음울하다는 인상을 더욱 강조하게 하는 것은 수록곡들의 가사에 등장하는 괴상하고 일탈적인 인물들이다. “Roland”에서는 ‘열 여섯 자루의 칼을 들고 마을을 어슬렁거리다 붙잡힌 도살자’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고, “Stella Was A Diver And She Was Always Down”에서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맨홀로 다이빙한 여자’에 대한 사랑을 고백한다.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모르겠고 해괴하긴 하지만 왠지 마음에 드는 캐릭터들이라는 생각도 든다.

인터폴의 음악은 록의 일차원적인 기능 중 하나인 쾌락작용과는 거리가 멀 뿐 아니라, 청자들의 내면에 도사린 어둡고 뒤틀린 구석을 집요하게 자극하고 있다. 굳이 표현하자면 잠깐의 낮잠 동안 들었던 기분 나쁜 환청 같다. 그런데, 기분을 나쁘게 한다는 것은 매력적인 면이 있다는 말도 되지 않겠는가? 20021027 | 장육 [email protected]

8/10

수록곡
1. Untitled
2. Obstacle 1
3. NYC
4. PDA
5. Say Hello To The Angels
6. Hands Away
7. Obstacle 2
8. Stella Was A Diver And She Was Always Down
9. Roland
10. The New
11. Leif Erikson

관련 사이트
Interpol 공식 사이트
http://www.interpolny.com
Interpol 팬 사이트
http://theinterpol.free.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