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104075714-0421us_mysticMystic – Cuts For Luck And Scars For Freedom – JCOR/Good Vibe, 2001

 

 

여성 힙합의 미래를 가늠케 하는 ‘베이 에리어의 로린 힐’ 미스틱의 데뷔작

최근 주류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젊은 여성 힙합 뮤지션들의 ‘이력서’를 뒤져보면 눈을 의심할 경우가 많다. 믿기 어려울 정도로 일천한 음악적 훈련과 경력을 안고 ‘판’에 뛰어드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의 숨어있는 잠재력을 불신할 생각은 없지만, 적어도 메이저 레이블의 마케팅과 후견인을 자처하는 힙합 모굴들의 ‘빽’이 그들의 미래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들 젊은 여성 래퍼들은 본인들의 의도와 무관하게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 즉, 적당한 외모와 최소한의 음악적 소양만 있으면 젊은 흑인 여성 누구나 주류 시장에 직행하려 한다는 편견을 지울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도처의 지역 언더그라운드 씬을 뒤져보면 의외로 전도 유망한 젊은 여성 힙합 뮤지션들이 적잖이 발견된다. 지금 소개하는 미스틱(Mystic)은 그 중에서도 베이 에리어 오클랜드 출신의 엠씨다. 로컬 언더그라운드 씬에서 빼어난 외모에 출충한 엠씨잉으로 소문이 날 무렵 슬럼 빌리지(Slum Village)를 간판으로 하는 굿 바이브(Good-Vibe) 레이블이 그녀와 접촉해 계약을 맺었다. 이미 바하마디아(Bahamadia)의 [BB Queen]을 발매해 성과를 거둔 터라 굿 바이브는 또 다른 언더그라운드 여성 엠씨를 거두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었던 모양이다.

데뷔 앨범인 [Cuts For Luck And Scars For Freedom]이 발매되기 직전인 2001년 여름, 슬럼 빌리지, 바하마디아와 함께 한 미 전국 투어에서 미스틱은 일찌감치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랩과 노래에 모두 능수 능란한 미스틱이 흑인 여성의 삶을 다룬 진지한 곡들을 부르는 모습을 본 청중들은 그녀를 로린 힐(Lauryn Hill)과 곧잘 비교하였는데, 결국 여성 힙합의 새로운 구세주가 될 거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데뷔 앨범을 내놓게 되었다. 물론 주류 시장에서 나온 로린 힐의 [The Miseducation Of Lauryn Hill]과 미스틱의 데뷔 앨범을 동등한 기준에서 비교하는 것은 애초부터 큰 의미가 없다. 별다른 마케팅 없이 발매된 인디 음반 [Cuts For Luck And Scars For Freedom]이 상업적으로 성공할 리는 만무했는데, 실제로 전체적인 사운드나 미스틱의 메시지도 불특정 다수 대중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미스틱의 데뷔 앨범은 무려 11팀의 내노라하는 언더그라운드 프로듀서들이 제작에 참여했다. 쇼크 지(Shock G), 에이 플러스(A-Plus) 챱스(Choops), 도트릭스(the Dotrix), 앰프 라이브(Amp Live) 등이 18개의 트랙들을 고루 나누어 프로듀스를 담당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이 앨범의 사운드는 일관성이 없다기보다 다채롭다고 하는 게 적절할 듯하다. 다양한 프로듀서들의 관여가 간혹 초래하는 불상사는 피한 셈이다. 비트 메이킹이나 샘플 사용은 특별히 새로운 건 없는데, 대부분 트랙에서 프로듀서들은 각기 자신의 장점을 반영하되 튀지 않는 든든한 리듬으로 미스틱의 목소리를 뒷받침하는데 주력한다.

다양한 사운드의 트랙들을 규합하여 앨범을 하나의 컨셉트로 조율하는 것은 역시 엠씨인 미스틱의 몫이다. 그녀의 가사에는 젊은 열정과 나이를 의심케 하는 지혜가 공존한다. 아프로 아메리칸 여성으로서 그리고 힙합 뮤지션으로서 겪는 다양한 경험들과 미국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가사는 의외로 편안하게 와 닿는다. 페미니스트 래퍼들이 흔히 보이는 강요와 설교를 지양하고, 심각한 주제들도 대화처럼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재주를 지녔기 때문이다. 그녀가 이제서야 본격적으로 가사를 쓰기 시작한 젊은 여성임을 감안하면, 간혹 귀에 거슬리는 짜 맞추기 라임도 그다지 짜증스럽지는 않다. 더욱이 랩 뿐 아니라 훌륭한 보컬 솜씨까지 지녔기에, ‘베이 에리어의 로린 힐’이라는 별칭이 과장만은 아닌 듯하다.

반복적인 드럼 머신 비트 위로 랩과 보컬을 오가며 부정의 늪에 빠져드는 동료 남성들을 자신만만하게 경고하는 “Neptune’s Jewels”, 경쾌한 코러스와 함께 게토의 삶을 낙관적, 희망적으로 바라보기를 요구하는 “The Life”는 이 앨범에서 가장 ‘대중친화적인’ 트랙들이다. 고향 캘리포니아의 삶을 자화자찬하는 “W”는 유일하게 게스트 엠씨의 랩을 들을 수 있는 곡인데, 동향의 실력파 플래닛 아시아(Planet Asia)가 미스틱과 주거니 받거니 하는 래핑이 무척 여유롭게 들린다.

물론 미스틱은 삶에 대한 낙관적 태도를 견지하면서도, 그녀와 동료 흑인 여성들이 겪는 일상의 고민과 고통을 결코 놓치지 않는다. 가령 “Girlfriend Sistagirl”에서는 젊은 시스타들에게 스스로를 존경하라고 독려하고, “Fallen Angels”에서는 거리에서 가족과 동료를 잃은 게토의 10대를 따스하게 감싸안는 포용력을 과시한다. 특히, 편안한 신쓰 연주 위로 마약 중독을 극복하지 못하고 사망한 아버지에 대한 질책과 동경을 담담하게 얘기하는 “Fatherless Child”는 미스틱 자신의 아픈 경험이 생생하게 묘사된 곡으로, 비장미마저 감도는 이 앨범의 또 다른 수작이다.

미스틱은 로린 힐의 휴식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언더그라운드가 제시한 여성 힙합의 새로운 대안이라 할 수 있다. 폭시 브라운(Foxy Brown)이나 릴 킴(Lil’ Kim)과 같은 갱스타 우먼들이 노골적인 상업적 욕심과 성적 욕구에 집착하며 때론 흑인 여성의 모습을 왜곡하고 있음을 상기하면, 젊고 매력적인 미스틱이 음악을 통해 게토 여성의 삶을 솔직하게 묘사하고 사회 문제들을 성토하는 모습은 예사롭지 않다. 비록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진 못 했지만 이 앨범을 기폭제로, 보다 많은 언더그라운드의 젊은 여성 힙합 뮤지션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021001 | 양재영 [email protected]

9/10

수록곡
1. Intro
2. Ghetto Birds
3. Neptune’s Jewels
4. The Gottas
5. The Life
6. Once A Week
7. Dave Ghetto
8. Forever And A Day
9. D Boy
10. You Say, I Say
11. A Dream
12. W (feat. Planet Asia)
13. Fallen Angels
14. Girlfriend Sistagirl
15. Fatherless Child
16. OK…Alright
17. Spoken Peace
18. Destiny Compl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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