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016040212-0420us_queenlatifahQueen Latifah – All Hail The Queen – Tommy Boy, 1989

 

 

블랙 페미니즘을 선구적이고 성공적으로 실천한 힙합 걸작

엠씨 라이트(MC Lyte)와 솔트앤페파(Salt-N-Pepa)가 여성 힙합 뮤지션을 위한 터전을 마련한 1980년대 후반, 수많은 흑인 여성 래퍼들이 음반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그 중에서도 퀸 라티파(Queen Latifah)는 단연 독보적인 존재였다. 이 뉴저지 출신 여걸의 대중적 인기와 사회적 영향력은 당시 다른 여성 엠씨들과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였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탁월한 연예인적 끼를 자랑하던 퀸 라티파가 힙합 음악에 눈을 뜬것은 프로듀서 포티파이브 킹(The 45 King)을 만나면서부터이다. 오늘날 말리 말(Marley Marl)과 함께 샘플링 혁명을 이뤄낸 것으로 평가받는 포티파이브 킹의 도움으로 퀸 라티파는 토미 보이(Tommy Boy) 레이블과 계약을 맺었고, 결국 1989년에 기념비적 데뷔 앨범 [All Hail The Queen]을 세상에 내놓았다.

포티파이브 킹의 프로듀싱이 돋보이는 이 앨범은 전형적인 올드 스쿨 힙합 사운드부터 레게, 소울에 이르는 다양한 음악적 요소들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 물론 다채로운 사운드스케이프는 이 앨범의 주인공 퀸 라티파를 돋보이게 하는 양념 구실 그 이상은 아니다. 당당한 풍채와 특유의 아프리카중심주의를 표현하는 의상, 호쾌한 라임으로 무장한 그녀의 카리스마는 아예 사운드를 압도한다. 더욱이 엠씨 라이트(MC Lyte)나 록산느 샨테(Roxanne Shante)와는 비교할 수 없는 지적인 라임 속에는 명백한 블랙 페미니즘과 정치적 실천을 위한 의지가 담겨 있다.

“Ladies First”는 그녀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압도적인 트랙이다. 흑인 여성의 구체적 정치 의식과 블랙 다이아스포라(black diaspora)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 “Ladies First”는 명백한 페미니즘을 표현한 최초의 힙합 음악으로 꼽힌다. 흥겨운 관악 샘플 위로 퀸 라티파와 마니 러브(Monie Love)의 불을 뿜듯 빠르고 강력한 랩 대결이 이어지는 이 곡은 흑인 여성의 단합된 힘을 요구하며, 동시에 여성 입장에서 아프리카 남부의 식민지적 상황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고 있다. 또 하나의 예사롭지 않은 트랙은 “Evil That Men Do”이다. KRS-1과 당당한 라임 맞대결을 펼치며, 퀸 라티파는 흑인에 의한 흑인에 대한 범죄를 비판하고 게토 거리에 만연한 다양한 사회적 악을 경계한다.

한편으로, 다양한 사운드를 압도하는 그녀의 카리스마는 레게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지는 “Princess Of The Posse”, “The Pros”, 중독적인 하우스 스타일의 “Come Into My House” 같은 곡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하지만 “A King And Queen Creation”이나 “Queen Of Royal Badness” 같은 곡은 별 의미 없는 장황한 래핑이 진부할 수도 있고, 드 라 소울(De La Soul)과의 듀엣 곡인 “Mama Gave Birth To The Soul Children”은 참신한 의도와 달리 정작 청자들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어리둥절해 할 지도 모르겠다.

[All Hail The Queen]은 상업적으로는 생각만큼 큰 성공을 거두지 못 했지만, 페미니즘을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앨범이라는 평가와 함께 평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물론 퀸 라티파의 래퍼로서의 탁월한 역량을 감안하면 이 음반의 전체적인 주제가 다소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점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Ladies First”에서 드러난 정치적 의식은 그 당시 그녀를 제외한 어느 누구도 표현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All Hail The Queen]은 당대에 블랙 페미니즘을 가장 성공적으로 표현한 힙합 앨범으로 평가해도 무방할 것이다.

데뷔 앨범 이후 그녀의 음반들은 [Black Reign](1993)을 제외하면 아쉽게도 대부분 집중력을 잃은 것처럼 들린다. 사운드 면에서 R&B와 힙합 사이를 갈팡질팡하고 랩 또한 보다 일상적이고 사적인 주제들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나마 [Order In The Court](1998) 이후 간헐적인 음반 활동조차 완전히 접은 상태다. 사실 [All Hail The Queen] 이후 팔방미인 퀸 라티파는 음악보다는 다른 쇼 비즈니스에 훨씬 많은 에너지를 투자해 왔다. 공중파 시트콤 [Living Single]로 스타덤에 오른 이후 그녀는 영화배우로 그리고 TV 토크쇼 진행자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아마 무대를 휘저으며 랩을 내뿜는 그녀의 모습은 더 이상 보기 힘들지도 모른다. 엔터테이너로서 타고난 그녀의 다양한 재주가 오히려 퀸 라티파 자신의 음악적 행보를 틀어막고 있다고 생각하면 참으로 아쉽다. 한편으로, 음악 활동이 단지 쇼 비즈니스 우먼으로서의 성공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한 것뿐이라고 가정하면 섭섭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20021001 | 양재영 [email protected]

9/10

수록곡
1. Dance For Me
2. Mama Gave Birth To The Soul Children (feat. De La Soul)
3. Come Into My House
4. Latifah’s Law
5. Wrath Of My Madness
6. The Pros (feat. Daddy-O)
7. Ladies First (feat. Monie Love)
8. A King And Queen Creation (feat. DJ Mark The 45 King)
9. Queen Of Royal Badness
10. Evil That Men Do
11. Princess Of The Posse
12. Inside Out
13. Dance For Me [Ultimatum Remix] 14. Wrath Of My Madness [Soulshock Remix] 15. Princess Of The Posse [DJ Mark The 45 King Rem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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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Artist Direct의 Queen Latifah 페이지
http://www.artistdirect.com/showcase//urban/qlatifah.html
Hip Online의 Queen Latifah 페이지
http://www.hiponline.com/artist/music/q/queen_latifa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