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028113520-0419idol아이들 – 아이들과 함께 춤을 – 대지/성음(DG 가 30), 1971

 

 

훵키 사운드의 대가 최이철의 견습 시절

아이들의 멤버들. 윗줄 왼쪽부터 김영호(색서폰), 김태흥(드럼), 허경(베이스), 아랫줄 왼쪽부터 최이철(보컬, 기타), 박병무(키보드), 이인호(기타)

비지스(The Bee Gees), 닐 다이아먼드(Neil Diamond), (후기) 비틀스(The Beatles)의 팝, 템테이션스(The Temptations)과 에드윈 스타(Edwin Starr)의 (모타운) 소울, 그리고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와 게스 후(The Guess Who)의 ‘하드’하고 ‘헤비’한 록이 하나의 음반에 담길 수 있을까. 게다가 ‘가요’와 ‘가곡’까지…. 여기 그런 음반이 있다. 한글로 아이들, 알파벳으로 ‘Idol’이라는 이름의 6인조 그룹이 그 주인공이다. 좋게 말해서 다채로운, 나쁘게 말해서 중구난방같은 이런 특징은 ‘미 8군 패키지 쇼’와 연관된 1960-70년대 한국 그룹 사운드의 일반적 특징이라고 말해도 지나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중견 그룹의 음반이 아니라 신인 그룹의 음반이라고 한다면 평가는 달라질 필요가 있다. 음반을 녹음할 당시 멤버들의 나이가 만 20세가 채 안 된 ‘법률적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말이다. 게다가 보컬의 목소리가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리같다’는 생각을 했다면, 그리고 이런 추측 끝에 ‘최이철’과 ‘사랑과 평화’라는 이름까지 떠올렸다면 이 음반은 한 아티스트와 그가 이끈 밴드의 기나긴 디스코그래피의 시작으로 평가해야 할 것이다.

앞에서 미리 언급했지만 수록곡의 스타일은 대략 세 범주로 대별할 수 있다. “Feeling So Good”, “Sweet Carolina”, “I Started a Joke” 등 상큼하고 멜로딕한 팝송이 하나고, “These Eyes”, “War”, “Purple Haze”같은 거칠고 무겁고 리듬이 강한 록과 소울이 다른 하나고, 나머지는 “그 사람 떠나 가고”, “꿈을 꾸리”, “바람아!”같은 창작곡이다. 이중 첫 번째 범주는 나름대로 잘 소화하고는 있지만 그루브가 있는 “Feeling So Good”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신명이 나서 연주한다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참고로 “Feeling So Good”은 히 식스도 레코딩을 남긴 바 있다). 즉, 연주하면서 스스로 심심해 하는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 세 번째 범주인 창작곡의 경우는 어떨까. “꿈을 꾸리”의 경우 나른한 분위기와 소울풀(soulful)한 창법이 특이하고, “그 사람 떠나 가고”와 “바람아!”(보컬은 베이스주자인 허경)같은 곡은 그룹 사운드의 자작곡의 하나의 전형을 선구적으로 시도했다는 의미를 찾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전기(轉機)’라면 모를까 ‘획기(劃期)’라는 평가에는 다소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활기찬 드러밍과 로큰롤 리프를 도입한 “보리밭”의 경우도 ‘그때는 저런 것도 했구나’라는 것 이상의 성과를 낳은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이런 레퍼토리의 구성을 보면서 1960년대 내내 그룹 사운드들의 레퍼토리에서 주종을 이루었던 로큰롤과 트위스트가 사라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는 있겠다.

결국 가장 주목되는 스타은 모타운 소울과 싸이키델릭 록/하드 록을 번안·커버한 트랙들이다. “Purple Haze”의 경우 지미 헨드릭스의 영향을 받은 기타 연주자가 많았다는 증언에도 불구하고 정작 레코딩된 결과물은 찾기 힘든 상황에서 헤비한 기타 사운드는 당시 기타 연주자들이 물론 원곡에 비한다면 사운드가 빈약하고 때로는 연주상의 실수도 보이지만 ‘하루만에 녹음을 해치웠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연주력에 중대한 결함을 발견하기는 힘들다. 그렇지만 이 곡보다 더 놀라운 트랙은 모타운 소울을 번안·커버한 “War”다. 엇박을 포함한 변칙적 패턴의 리듬은 선천적 감각이 없으면 소화하기 힘들고 나아가 합주하기는 더더욱 어려운 곡이다. 라이브 무대에서 스텝을 밟고 몸을 움직이는 모습이 상상되는 곡이다. 원곡의 가사가 ‘반전’의 선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은 아이들이 뒤에 ‘사랑과 평화’로 이어진다는 점을 암시한다고 해석하면 좀 ‘오버’일까. 어쨌든 이런 곡을 들으면 아이들이 ‘최이철과 아이들’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기타와 보컬을 맡은 최이철의 비중이 큰 것이 사실이지만, 베이스(허경)와 드럼(고(故) 김태흥)이 만들어내는 리듬 파트의 탄탄함 역시 여느 밴드에서 보기 힘든 면이다. 이렇게 ‘딱딱 들어맞는’ 리듬이 밑받침되지 않고 기타쟁이(이 말은 ‘기타리스트’의 한국판이다)만 설쳐대는 음악이 아니라는 뜻이다.

따라서 이 음반은 ‘단지 희귀하다는 이유만으로 소중한 음반’은 아니다. 이 음반에서 시도된 연주는 소울, 훵크, 퓨전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흐름의 하나의 기원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 비하면 ‘소울&싸이키델릭’이라는 당시 한국의 ‘언더그라운드에서의 유행’을 체현하고 있다는 점은 오히려 사소해 보인다. 그렇지만 사운드가 너무 낡았고 따라서 당대적 가치는 인정할 수 있어도 현재적 가치는 의문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렇다면 당신은 비틀스와 지미 헨드릭스의 음반은 여러 장 구입했어도 1960년대 (영미의) 거라지 록 음반은 한 장도 구매하지 않은 사람일 확률이 높다. 오히려 특유의 공간감(앰비언스)이 있는 이런 사운드가 레코딩의 본령이라고 생각하는 취향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아쉬운 것은 당시에는 대부분의 레코딩이 너무 황급하게 졸속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일 것이다. 즉흥성과 원시성이라는 것도 ‘정도껏’이어야 할텐데 말이다. 20021001 | 신현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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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최이철과 아이들의 바이오그래피에 관한 몇 가지 지적

1. 아이들의 전신은 미 8군 패키지 쇼인 ‘데니스 쇼’, ‘박활란 쇼’의 백 밴드였다. 10세 무렵의 소년이나 소녀를 앞세운 패키지 쇼였다. 시기 상으로 보아 아이들은 미 8군에서 잔뼈가 굵은 음악인들 중 막내에 속한다. 최이철은 아이들 이후 조용필, 김대환과 함께 김 트리오를, 오승근(보컬) 등과 함께 영 에이스를, 김명곤 등과 함께 서울 나그네를 거쳤다.

2. 아이들을 결성하여 음반 취입으로 이끈 인물은 김대환인데, 그는 애드 훠와 퀘션스 등 신중현의 밴드에서 드럼을 연주했고, 뒤에는 재즈 드러머이자 타악기 연주자, 그리고 서예가(!)로 특유의 경력을 이어간 예인이다. 이 시기 김대환이 관여한 작품은 이 음반과 더불어 이듬해 발표된 조용필의 첫 독집 음반이다(여기에는 이남이가 참여했다). 두 음반은 작사가가 동일하고 “꿈을 꾸리”는 두 음반 모두에 수록되어 있다. 다.

3. 1975년의 ‘그 사건’ 이후 3년간의 공백 끝에 1978년 사랑과 평화라는 이름으로 음반산업계에 복귀했다. 사랑과 평화의 1집과 2집에는 ‘포크’ 가수인 이장희와 송창식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는데, 이장희는 곡을 주었고(“한동안 뜸했었지”, “뭐라고 딱 꼬집어 이야기할 수 없어요, “장미”, “어머님의 자장가”), 송창식은 연주인(자신이 고용하고 있던 이탈리아인 베이스주자)를 사랑과 평화에 양도(?)해 주었다.

4. 김태흥(드럼), 허경(베이스)은 최이철과 동고동락한 대표적인 연주인인데, 김태흥은 1983년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허경은 지금도 함께 연주하고 있다. 김태흥은 연주인들의 세계에서는 최고의 드러머로 인정받았던 인물이다. 한편 최이철과 최고의 음악적 파트너십을 형성한 김명곤은 사랑과 평화를 탈퇴한 뒤 작곡가이자 편곡자로 1980년대를 화려하게 수놓았는데 몇 년 전 사망했다.

수록곡
Side A
1. 아이들과 함께 춤을(Feeling So Good)
2. 그 사람 떠나가고
3. 잊혔던 소녀(These Eyes)
4. 진(Jean)
5. 전쟁(War)
6. 정말 농담이었어요(I Started a Joke)

Side B
1. 꿈을 꾸리
2. 바람아!
3. 보리밭
4. 내버려두오(Let It Be)
5. 배신당한 내 가슴(Purple Haze)
6. 아름다운 캐롤라인(Sweet Caro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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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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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conermusic.com
한국 록 음반 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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