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007124917-inmylivingroom_weivV.A. – In My Living Room – Kimchee Records, 1999

 

 

거실에서 만들어진, 거실에서 듣는 음악

‘김치 레코드’에서 만들어진 [거실에서(In My Living Room)]라… 이 흥미로운 이름 두 가지가 바로 이 음반에 접속하는 두 가지 코드다.

그렇다. 이 음반은 글자 그대로 ‘거실에서’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이 음반이 ‘거실용’ 음악이란 뜻일까? 흔히 ‘홈레코딩’이나 ‘침실용’ 음악이라는 말은 많이 사용하지만 거실용 음악이란 말은 잘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 거실의 과도적 성격 때문일까. 거실이나 침실은 둘 다 개인의 사적 공간이지만 거실은 침실보다는 은밀하지 않다. 외부인(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이 종종 드나드는 곳이며 집안에서도 가장 활동적인 공간이므로.

자신의 거실에 여러 뮤지션들을 불러모은 이는 누구인가. 보스턴 캠브리지 소재의 MIT 대학에는 ‘WMBR(Walker Memorial Building Radio의 약자일 것으로 추정된다)’이란 라디오 방송국이 있다. 이 방송국의 로컬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인 ‘파이브라인(Pipeline!)’의 엔지니어 앤디 홍(Andy Hong)과 호스트인 밥 더브로(Bob Dubrow)가 바로 김치 레코드를 경영하는 주인공이다. 특히 홍이란 성이나 ‘김치 레코드’란 레이블명을 보니 코리안 혹은 아시안이 아닐까 의심이 간다(김치 레코드의 시작은 이 방송에 출연한 40밴드의 40트랙을 담은 더블 음반 [Pipeline!: Live Boston Rock on WMBR](1996년)를 발매하면서부터다. 1989부터 1996년까지 보스톤 인디 록의 역사를 간략히 살펴볼 수 있는 참고서쯤 되지 않을까 싶다). 앤디 홍은 이 음반을 만들기 전부터 많은 음악들을 들으며 홈레코딩에 대해 구상했다고 하는데, 구체적인 화두는 제프 버클리와의 식사에서 비롯되었다. 앤디 홍의 구상을 들은 제프 버클리가 ‘네 거실에서 해봐라’라는 추천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고, 이에 고무된 그는 친구들을 자신의 거실로 불러모아 작업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 음반에는 밴드 음악과, 밴드 출신의 솔로 뮤지션의 음악이 대략 반반 섞여있다. 물론 익숙한 이름과 그렇지 않은 이름도 섞여 있다. 텔레비전 셋(The Television Set)이나 27은 데뷔 음반을 김치 레코드에서 낸, 일명 ‘김치 레코드 밴드’로 낯선 편에 속한다. 미국 인디 씬에 조예가 깊은 이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목록도 발견되는데, 헬륨(Helium) 출신의 메리 티모니(Mary Timony), 버팔로 탐(Buffalo Tom) 출신의 크리스 콜번(Chris Colbourn)은 나름대로 인디 씬에서 유명한 밴드 출신의 솔로들이다. 아이다(Ida), 가라데(Karate) 등을 비롯해, 전설적인 카디널(Cardinal)의 리차드 데이비스(Richard Davies)(와 그의 밴드)도 눈에 띈다. 어쿠스틱한 기타 사운드 속에 “Eventually”를 부른 제프 패리나(Geoff Farina)는 이 앨범에 참여한 (포스트 록적인?) 가라데의 일원이자, 역시 이 앨범에 참여한 조디(Jodi Buonanno)와의 듀오인 (포크적인) 시크릿 스타스(the Secret Stars)의 멤버로 왕성한 활동을 하는 인물이다.

음반은 집안에서 만드는(혹은 듣는) 음악인만큼 어쿠스틱하고 고요한 사운드가 지배적이다. 리차드 데이비스의 “Cars for Kings Cross”가 아름다운 화성과 우울한 서정성을 담은 고요한 파문으로 이 음반의 시작을 알리더니, 뉴욕 인디 포크 록 밴드 아이다(Ida)의 “Losing True”(원곡은 the Roches)에서는 고즈넉하고 찰랑거리는 기타 사운드 속에 리즈 미첼의 평화롭고 아름다운 여성 보컬 하모니가 거실을 에워싼다. 가라데의 “Empty There”는 느리면서도 방점을 찍는 듯한 사운드가 고요 속으로 침잠하지 않게 도와줄지도 모르겠다.

전반적으로, 이 음반의 제작 방식 때문인지 사운드는 직접적이고 친화적으로 들린다. “Losing True”에서 포함된 앤디 홍의 고양이 울음소리도 사랑스럽게 들린다. “Empty There”에서는 이웃 주민이 화난 듯 누르는 벨소리(아무리 조용한 사운드라 해도 주변은 시끄러웠을 것이다)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아이오(Io: 코델리아스 대드(Cordelia’s Dad)는 얼터에고)가 부르는 음반의 마지막 곡 “Hammer”에서 냉장고가 마루바닥과 부딪히며 울리는(것 같은) 소리가 다소 시끄럽게 들리지만 그 또한 친밀하게 다가온다.

이 친근한 사운드는 거칠고 조야한 사운드와는 거리가 멀다. 되도록 로 파이의 날(raw) 사운드나 잡음을 배제하고 정제된 사운드를 선호했다. 거실에서 만든/듣는 음악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인디 록에 대한 태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거실이라는 환경을 이용한 홈 스튜디오와 하이파이 사운드를 조합’한 이 음반의 시도는 낮은 비용에 높은 질을 담지하려는 인디 에토스의 다른 이름임은 분명하지만(물론 이런 태도가 새롭다는 말은 아니다). 록에 전적인 것이 아닌, 클래식 음악에서 배운 마이크 테크닉을 사용했다는 것도 이런 연유가 아닐까.

김치 레코드의 목표는 ‘한국 식탁에서 항시 필수적으로 놓이는 김치’처럼 ‘자신들의 음반이 모든 레코드 샵에 놓이는 것’, 다시 말해 되도록 많은 뮤지션들의 음악을 보다 많은 청중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대개의 (인디) 레이블이 지향하는, 소박하면서도 실현하기 어려운 소망이다. 이런 소망을 품을 수 있는 것도 컬리지/로컬 방송국과 레이블이 연결되어 있는 이들의 시스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어쨌든 홈레코딩의 특별한 거처를 거실에 둔 것에 대한 평가가 무엇이든지, 편안한 거실에서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혹은 지친 하루를 보내는 밤에 홀로 앉아 이 음악을 틀어놓아도 좋지 않겠는가. 20020927 | 최지선 [email protected]

7/10

수록곡
1. Cars for Kings Cross – Richard Davies
2. Great Brook Valley – Twenty Seven
3. Eventually – Geoff Farina
4. Losing True – Ida
5. The Congress – Jodi
6. Black Sweater – Black Sweater
7. California – Mary Timony
8. The Wicked Girl – Chris Colbourn
9. Tune Me in, Turn Me Off – Valerie
10. Crystallized Your World – Seana Carmody
11. Empty There – Karate
12. Hammer [live] – Io
13. Answering Machine Message – Seana Carmody

관련 사이트
김치 레코드 공식 사이트
http://www.kimcheerecords.com
WMBR Radio’s Live Local Music Program Pipeline! 홈페이지
http://wmbr.mit.edu/shows/pipeline.html
앤디 홍 인터뷰
http://home.hetnet.nl/~unsolved/interviews/andy_hong/andy_hong.htm
보스톤 피닉스(The Boston Phoenix)에 실린 [In My Living Room] 리뷰
http://12.11.184.13/archive/music/99/02/18/in%5Fmy%5Fliving%5Froom.html
[Pipeline!: Live Boston Rock on WMBR] 컴필레이션 음반에 대한 정보 및 음원
http://wmbr.mit.edu/cd/song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