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929020208-coldplayColdplay – A Rush Of Blood To The Head – EMI, 2002

 

 

궁상은 궁상을 부른다.

일단, 위의 ‘별점 없음’이 콜드플레이(Coldplay)의 정규 2집 [A Rush Of Blood To The Head](2002)가 형편없는 음반이란 의미는 결코 아니다. 단지, 어떤 종류의 평가를 단정적으로 내리기에는 너무나 부담스런 음반이라는 설명 정도로 변명을 끝내야 하겠다.

그러니까 지난 넉 달간의 잠적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끝내고 [weiv]에 복귀하면서(물론 내 개인 신상에 관한 얘기가 아무 흥미 없을 거란 건 잘 알고 있다) 내 손에 쥐어진 음반이 바로 콜드플레이의 [A Rush Of Blood To The Head]였다. 사실 오랜 기간의 잠수 후, 복귀 리뷰로 택하기엔 약간 꺼림직 한, ‘잘 써도 욕먹고 잘 못써도 욕먹을’ 그런 음반이란 사실을 알고 있다. 현재 영국에서 가장 화제를 뿌리고 있는 음반, 각종 음악 관련지로부터의 평가도 심상치가 않은 음반이다. 미국 빌보드(Billboard) 앨범 차트 5위 데뷔라는(라디오헤드(Radiohead) 이후 최고의 성적) 놀라운 순위도 마음에 걸린다. 무언가 ‘대단한’ 것이 다시 한 번 터진 것이다. 그리고 (자의로 선택했지만)이건 분명히 꽤나 부담스런 음반 리뷰가 될 것이 분명했다.

이런 부담감을 안고 앨범을 듣기 시작한다. 첫 트랙 “Politik”부터가 이미 심상치 않다. 솔직히 콜드플레이가 이 정도로 성숙하고 풍부한 질감의 사운드(층층이 쌓이는 사운드 텍스처와 함께 감정의 고조를 이뤄내는)를 만들어 낼 수 있으리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약간은 뻔한 전략으로 보이는 첫 싱글 “In My Place”도 괜찮다. 좀 심하게 “Yellow” 냄새가 나긴 해도, 이들이 안개 마시고 사는 신선(이 뻔한 비유만은 쓰지 말자고 그렇게 다짐했건만!)이 아닌 다음에야 이걸 갖고 뭐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비록 앨범이 뒤로 갈수록 약간 힘이 딸리는 듯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또 한번의 관건 앨범이 등장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의 유력 음악지 [NME]의 “콜드플레이는 이번 앨범으로 글로벌 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리스너를 위한 것도 아니고, 밴드를 위한 것도 아니며, 오직 마케팅부를 위한 것일 뿐이다”(웹진 [가슴]의 [A Rush Of Blood To The Head] 리뷰에서 인용)라는 평가가 그리 요란해 보이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묘하게 콜드플레이의 새 앨범을 놓고 ‘이건 어떻다’라는 말을 하는 게 꺼림직 하다. 뭐가 잘못된 걸까? 무엇이 다른 것일까?

결국 이런저런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단 하나, ‘이런 앨범은 리뷰를 쓸 수가 없다(혹은 써서는 안 된다)’이다. 좀 더 솔직하게 얘기하기로 하겠다. 이런 음반은 이제 지겹다. 한 해에도 ‘주목할 만한 음반’난에 올라오는 앨범들의 상당수가 이런 궁상맞은 음반들로 채워져 있다. 나 자신의 인생문제 만으로도 살기 벅차다. 이런 ‘돈과 명예를 한 손에 거머쥔 스타들의 징징대는 소리,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도대체 9.11 테러를 바라보며 받은 충격을 표현했다는 “Politik”에 9.11과 관련된 구절 하나라도 발견할 수 있는가? 제목이 ‘정책상의'(politic)라서?)가 표면적인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그게 다일까? 잠시 고민을 해본다. 내가 언제부터 그렇게 ‘성공한 인간들은 아무 걱정도 없고, 또 있어도 그걸 얘기해선 안 된다’는 우스꽝스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된 걸까?(록 스타보다 더 ‘rocking’한 인물, 알란 맥기(Allen McGee)가 콜드플레이의 음악을 갖고 ‘오줌싸개 음악’이라고 했다지?) 대답을 찾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 찾아낸 변명이 더욱 가관이다. 그들은 궁상맞은 소리에 귀기울여 줄 대상이 있다. 그리고 그 궁상맞은 얘기를 궁상맞지 않게 풀어나갈 재능도 있다. 이건 정말로 축복 받은 일이다. 그런데 나는 여기 좁은 방 한구석, 컴퓨터 화면 앞에서 이들의 음악이 어떻게 궁상맞은지, 또 그것이 ‘비록 궁상맞을 지라도’ 어떻게 사람들의 심금을 울려놓는지에 대해 떠들어야 한다. 이건 저주받을 일이다.

분명 [A Rush Of Blood To The Head]는 ‘성숙’과 ‘답보’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음반이다(그것도 형식이 아닌 정서상의 의미에서). 그리고 이 둘 사이의 위치 선정은 이미 (소위 객관적이라 말하는)평론과는 상당한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일이다. 개인적인 감상을 말하라면, 이 앨범을 듣고 누군가 ‘정말 훌륭한 음반이다, 내 생애 다시는 못 만날지 모를’이라고 해도 수긍할 수 있고, ‘듣다듣다 이런 쓰레기는 첨 들어본다’란 말을 하더라도 부정할 맘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정말로 이런 음악에 대해 무언가 말을 한다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 음반은 정말 쓰레기야’라고 할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 한 마디 정도는 있다.

삶은 우리의 인생에 너무나 많은 문제들을 던져 놓는다. 그리고 우리 각자의 삶이 떠 안은 문제들을 마주하며, 그것을 온전한 자기 혼자만의 힘으로 헤쳐나갈 만큼 강한 인간은 흔치 않다. 그러나 결국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든, 혼자 벽을 보며 훌쩍이든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으리란 사실 역시 알고 있다. 하지만 개인의 문제가 결코 개인만의 것은 아님을 또한 알고 있다(여기다가 알지도 못하는 사회학적 분석을 내리자는 의도는 결코 아니다). 어떤 해결책도 얻을 수 없음을 알면서 떠벌리는 이런 쓸데없는 궁상 속엔 ‘나의 문제’가 ‘너의 문제’도 될 수 있음을 깨달을 때 느끼는, 그 이해할 수 없는 안도와 위안이 있다. 그리고 [A Rush Of Blood To The Head]는 그런 위안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늦은 밤, 온갖 잡생각에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다 문득 걸려온 전화 한 통에 유난스레 반가워하는 그 정서가 가감 없이 그대로 실려 있는 ‘웃지도, 그렇다고 울지도 못할’ 음악을 듣는 그 순간만큼은, ‘더 이상 네 궁상 따위 듣고 싶지 않아’란 말을 차마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A Rush Of Blood To The Head]에 무작정 좋은 말을 하기엔 한 점 의혹을 떨칠 수가 없다. 다시 앞 얘기로 돌아가 보자. 그리고 조금은 치사해져 보기로 하자. ‘왜 하필 당신들인가? 어째서 난 당신들과 같은 기회도, 재능도 받지 못했는가?’ … 이건 정말 쓸데없고, 우스꽝스럽고, 볼품없는 푸념이다. 나 역시 이들의 음악에 받은 지극히 사소하고 개인적인 감상들을 여기 써 내려가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니까. 하기야 굳이 변명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리고 위에서 얘기하지 않았는가, “궁상은 궁상을 부른다”고. 나 역시 콜드플레이 음악의 ‘피해자’인 동시에,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해야겠다. 여기 ‘내가 있는 곳(In My Place)’에서. 20020923 | 김태서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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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곡
1. Politik
2. In My Place
3. God Put A Smile Upon Your Face
4. The Scientist
5. Clocks
6. Daylight
7. Green Eyes
8. Warning Sign
9. A Wisper
10. A Rush Of Blood To The Head
11. Amsterd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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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coldpl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