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920115818-0418he5_junsisters히 화이브/쥰 시스터즈 – Hey Jude/Come Back(김인배 편곡집) – 지구(JLS 120377), 1970

 

 

직업적 작곡가, 걸 그룹, 그룹 사운드의 만남

키 보이스라는 이름이 전기 키 보이스 멤버들간의 불화로 불거질 만큼, 키 보이스라는 이름이 갖는 파급력은 큰 것이었다. 그에 힘입은 후기 키 보이스의 인기 가도에 경쟁(?)이라도 하듯 히 화이브는 이들과는 물론 자신들의 전신인 전기 키 보이스와도 차별적인 꼬리표를 부여하고 싶어했다. “초기 키 보이스는 다양한 음악을 시도하던 밴드”였지만 “오리지널을 하기 위해” 키 보이스를 떠난 것이며 음악적으로 “초기 키 보이스가 스탠더드 록이었다면, 히 화이브는 하드 록에 초점을 두었다”는 김홍탁의 증언처럼.

이들의 바램은 이 음반에서는 어떻게 구현되었을까. 그러나 ‘스플릿’ 음반이나 컴필레이션 형태의, 번안곡을 수록한 음반이라는 사실은 앞선 진술과는 어긋난다. 커버 앞면에는 ‘예쁜 언니들’인 쥰 시스터즈가 웃고 있다. 게이트폴드 음반의 커버를 열고 안을 보면 당시 어김없이 동그란 원 안에는 어김없이 편곡자가 찍혀있다. ‘김인배 악단’ 반주란 글귀와 함께. 본인들도 원하지 않았다지만 당연한 관행 때문이었을까. 음악 산업 시스템을 장악하고 있던 작(편)곡가 이름이 들어가는 건 원했든 원치 않았든 흥행과 연관이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김인배와 쥰 시스터즈, 그리고 히 화이브가 만난 것? ‘감’이 오지 않는다면 요즘으로 치면 핑클과 델리 스파이스에 유영진 프로듀서가 대동한 것이라 할 수 있을까. 물론 이런 조합이 가능했던 것도 다른 이들 못지 않게 히 화이브의 지명도가 높았기 때문일 것이다. 킹박과 펄 시스터즈의 성공에 고무된 김인배의 야심(?)이 서린 것일까(김인배가 관여한 음반 중에는 일전에 펄 시스터즈와 트윈 폴리오가 함께 만나게 한 이상한 조합도 있었다). 이 음반의 커버에는 멤버 다섯 명을 균등하게 강조하기라도 하듯, 그들의 얼굴이 클로우즈 업된 사진(물론 덧칠해서 그림 같은)이 걸려있다.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홍탁(리드 기타), 한웅(세컨드 기타/보컬), 조용남(베이스, 보컬), 유영춘(보컬), 김용호(드럼).

20020920115818-0418he5_junsisters2음반 커버: 쥰 시스터즈

히 화이브는 과연 자신들의 음악적 지향점을 이 음반에서 잘 구현해 냈을까. 관악이나 현악이 어우러지곤 하는데 특히 보컬의 톤이 특히 더 강조되었다. 얼핏 들으면 ‘악단’과 함께 한 사운드가 강하게 지배하는 듯하다. 게다가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달콤한 팝 음악의 커버가 많다. 뮤지컬 음악, 칸쵸네의 번안곡도 들을 수 있다. 특히 쥰 시스터즈의 경우에 더 그런 경향이 짙은데, 맑고 청아한 목소리에 화음이 강조되어 있다. 이런 스펙트럼에는 깐쪼네 “La Ragazza Con La Valigia”의 번안곡 “가방을 든 여인”이나, “Come Back”이라고 표기되어 있는, 바비 비(Bobby Vee)의 히트곡 “Come Back When You Grow Up” 등이 포함되어 있다.

히 화이브가 노래까지 맡은 곡들도 감미로운 편이지만 브릴 빌딩 팝, (브리티시) 비트 팝과 더불어 소울 스타일이 추가되는 등 다채로움을 보여준다. 이런 다채로움은 유영춘, 한웅, 조용남의 색깔이 다른 세 명의 보컬의 ‘가창력’으로 뒷받침된다. 유영춘은 진폭이 강한 바이브레이션을 자랑하듯 타이틀 곡 “Hey Jude”를 부르는데 다른 보컬들이 참여하여 화음을 넣어주고, 오르간과 기타의 배킹이 어우러지면서 비틀스의 곡보다 ‘진한’ 느낌을 안겨준다. 그 이외에 비틀스의 커버곡으로는 미드 템포의 “I Will Follow the Sun”이 실려있다. 한편 소울 곡은 신중현과 죠커스 출신이었던 조용남의 스타일이 반영된 것이다. 소울 신봉자였다는 그는 히 식스 시절까지 그의 영향력을 보여주었다. 라이처스 브라더스(Righteous Brothers) 등이 부른 “(You’re My) Soul and Inspiration”(음반 정보에는 “Soul and Insperation”으로 잘못 기록되어 있다)이나, 글렌 캠벨(Glen Campbell)을 필두로, 서던 소울의 중요 인물인 퍼시 슬레지(Percy Sledge) 등이 불렀던 “Turn Around, Look At Me”(음반 정보에는 ‘At Me’가 빠져있다)의 번안곡 “뒤돌아 보세요”가 수록되어 있다. 두 곡 다 부드럽고 서정적인 느낌이 강조되어 있다.

뭐니뭐니 해도 이 앨범에서 절정의 곡은 강렬한 사운드를 맛볼 수 있는 “You Keep Me Hanging On”이다. 수프림스의 중기 히트곡이자 바닐라 퍼지(Vanilla Fudge)가 다시 레코딩한 이 곡은 이 앨범을 통틀어 가장 하드하고 강렬하고 거칠며 현란한 기타의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당시로서는 극히 이례적인 2분 40초의 전주는 그들이 진짜 하고 싶었던 연주가 무엇이었는지를 보여주는 단초다.

한편 번안된 가사는 이상향에의 갈망이 두드러져 보인다. 그 어딘가를 갈구하며 당시의 ‘그때 그곳’을 떠나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곳이 ‘메사추세츠(“꿈 속에 그린 메사추세츠 언제 다시 돌아가려나/../어서 이 곳을 떠나야지(“Massachusetts”)”)’든, ‘태양을 따라 나서’는 것(“그대 떠난 쓸쓸한 곳/나도 이곳 등지고 / Will Follow the Sun”(“I Will Follow the Sun”))이든… 때때로 이러한 욕망은 “초원” 시리즈에서 보여준 것처럼 ‘전원주의’로도 대변된다(“언덕 위의 나의 집(“My House”)”).

쥰 시스터즈의 노래를 논외로 한다 해도, 비트 팝부터, 모타운 소울, 하드 록까지 아우르는 히 화이브의 다양한 음악적 스타일은 밴드의 지향과 음반의 정체성 사이의 불일치를 보여준다. (초기) 키 보이스 시절 번안곡을 연주하는 것에 질려서 “번안가요는 무대에서만 하고 앨범에는 오리지널만 하자”고 했다는 결심에도 불구하고 전 곡을 번안곡으로 수록한 음반이 나왔다는 사실은 밴드의 자율성이 제한적이었던 당시의 관행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결국 다양한 음악 작업에 대한 욕망은 히 식스(He 6)로 이월된다. 20020916 | 최지선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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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1. 이 앨범은 ‘가십’을 제공한 앨범으로 알려져 있다. 다름 아니라 청춘 남녀가 함께 작업하다 보니 생긴 ‘염문’이다.
2. 히 화이브 최고 음반은 [메리 크리스마스 사이키데릭 사운드](1969)가 아닐까. 김인배가 관여한 히 화이브의 경음악집이 한 장 더 있다고 한다.

수록곡
Side A
1. Hey Jude – He 5
2. Massachusetts – 쥰 시스터즈
3. To Night – 쎈디 한
4. 태양을 따르리 – He 5 (원곡: I Will Follow The Sun -The Beatles)
5. 가방을 든 女人 – 쥰 시스터즈
Side B
1. Come Back – 쥰 시스터즈
2. You Keep Me Hanging On – He 5
3. Soul And Insperation – He 5
4. 뒤돌아 보세요 – He 5 (원곡: Turn Around Look At Me- Percy Sledge)
5. My House – 쥰 시스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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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코너 뮤직: 한국 록과 포크 음악 사이트
http://www.conermusic.com
한국 록 음반 연구회
http://cafe.daum.net/add4
[주간한국] 최규성 기자의 HE 5·HE 6 바이오그래피(上)
http://www.hankooki.com/whan/200107/w2001071213091761510.htm
[주간한국] 최규성 기자의 HE 5·HE 6 바이오그래피(下)
http://www.hankooki.com/whan/200107/w2001071920190461510.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