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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어느날, 어린이도 아닌, 그렇다고 청소년도 아닌 어느 남자애가 TV에서 허름한 흑백영상으로 흘러나오는 한 곡의 팝송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 곡은 친척 형의 이야기로는 비틀스라는 밴드의 “Yesterday”라는 곡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막 가요를 듣기 시작하던 그 남자애는 멜로디의 아름다움과 흑백영상이 전해주는 아른한 추억 같은 느낌에 사로잡혔습니다…

그렇습니다. 나와 비틀스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외국 메이저 음반사들의 직배정책으로 그 유명했던 오아시스, 지구레코드 등등 많은 한국회사들이 거의 망해갈 때 쯤이었죠. 하지만 지금와 생각해보면 개인적으로는 행운이었던 것 같습니다. EMI/계몽사라는 이름으로 비틀스의 앨범들이 서서히 발매되기 시작했으니까요. 그때 중2… 처음 산 LP는 바로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였습니다. 그 난해함은 들으면 들을수록 더해졌지만 난 수록곡을 거의 다 외울 정도로 듣고 또 들었습니다. 당시 수학여행 때 난 장기자랑으로 부를 노래가 없었을 정도였으니까요. 녀석들은 히트가요를 불러 제끼지만 난 엉터리 발음으로 녀석들이 모르는 비틀스 노래를 부를 용기가 없었습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나만의 음악세계(?)로 전 서서히 빠져들었습니다. 비틀스의 음반이 하나씩 재발매될 때마다 그 기쁨과 구입시의 희열은 지금도 생생하군요. 고2가 되어서야 마지막으로 발매된 [A Hard Day’s Night]을 구입하고서 전 앨범들을 방에 쭉 펼쳐놓고 흐뭇해했었습니다.

당시 제 친구녀석들은 너바나 류의 얼터너티브와 메탈리카 류의 메틀파, 그리고 서태지라는 국내파, 이렇게 나누어져 있었는데, 전 비틀스를 위시한 60-70년대 정통록(브리티쉬 록이라고 당시에 주장했던 기억이…)이 최고라고 녀석들과 설전을 벌이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당시 녀석들의 한결된 주장은 비틀스는 팝밴드다, 오래된 별 볼일없는 밴드다, 여자들이 좋아하는 밴드다… 이런 주장을 해 댔습니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비틀스의 음악은 메탈리카나 너바나의 포효와 노이즈의 매력에 비할 수 없는 조용한 심심함이었겠지요. 이제 더 이상 메탈리카나 너바나를 듣지 않는 녀석들이 얼마전 나왔던 비틀스의 [1]에 대해서 좋다고 칭찬하던 모습에 비틀스라는 밴드의 위대함을 간접적으로 느껴보기도 하였습니다.

비틀스의 13장 정규앨범을 LP로 다 모으고 난 후 알 듯 말듯한 허전함에 빠져 비틀스의 음악을 마약처럼 듣고 있던 고3때부터 EMI는 나의 마음을 알기라도 한 듯이 [Live At The BBC]를 발매해주더군요. 그리고 입대 바로 직전부터 발매된 [Anthology] 시리즈까지… 나의 10대는 비틀스 앨범의 재발매와 그와 동시의 앨범구입으로 점철되었고 그 10대의 마지막은 [Anthology] 시리즈의 구입으로 끝났습니다. 나는 정말 행운아입니다. 60년대에 청춘을 보내 비틀스와 동시대를 산 세대의 사람들에게 비하겠습니까만 비틀스라는 명밴드의 재조명시기에, 그것도 그들의 모든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시기에 10대를 보낸 것은 정말 행운입니다.

얼마전 다시 비틀스의 음악을 처음부터 다시 들어보았습니다. [Please Please Me]의 그 젊음과 열정들은 10대의 풋풋함을 느끼게 하더군요. [Rubber Soul]부터 [Sgt. Pepper’s…]까지는 뭐라 그럴까 젊음의 고뇌가 만들어낸 비틀스 나름대로의 젊은시절의 철학서라고나 할까요? 그 이후 [Abbey Road]와 [Let It Be]는 모든 것을 경험한 성숙한 인간의 자아성찰같이 느껴집니다. 대표적으로 “No Reply”의 애절하지만 중심을 잃지 않는 연주와 보컬의 느낌은 초기 비틀스를 잘 표현하고 있는 거 같고, “Strawberry Fields Forever”와 “Penny Lane”은 비틀스의 음악적 승리의 결과라고 보여집니다. 극히 상반된 느낌의 두 곡이지만 존 레논의 비틀스와 폴 매카트니의 비틀스를 동시에 비교하며 느껴보세요. 물론 “Tape Looping”은 폴의 것이라고 하지만요. 그리고 마지막 “Two Of Us”… 이 곡은 존과 폴의 마지막 만남 같은 느낌의 곡이었습니다. 하지만 [Let It Be] 앨범에서 느껴지듯 초심으로 돌아간 듯한 최고의 프로페셔널들의 철저한 아마츄어적 작품이기에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애착이 가는 작품입니다.

비틀스를 듣는다는 것… 그것도 한국에서… 2가지의 반응이 나옵니다. 우선 첫째로 팝송을 처음 듣기 시작한 사람이구나… 둘째 비틀매니아구나… 이 두가지 반응에게 우리가 비틀스를 어떻게 느끼지는 알 수가 있습니다. 비틀스는 국적, 나이를 배제하고 세상 모든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코스모폴리탄적인 매력과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난해하고 어려운 음악세계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한국에서는 비틀스만의 음악세계는 배제되어버리고 친숙함만이 남아버린 것 같아 아쉽습니다. 이제 그 이름만 남아 쓰레기 같은 밴드들도 다 비틀스를 지향한다고 떠벌여 대니 말입니다. 뭐… 그래서 한국 아니겠습니까? 90년대 영국에 휘몰아쳤던 비틀스 따라하기를 봐도 그네 동네에선 비틀스는 하나의 전설이기 앞서 트렌드였습니다. 우리도 친숙함과 난해함을 동시에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요?

어찌되었던 간에 괜찮습니다. 비틀스를 들으면서 보낸 나의 10대는 메탈리카, 너바나를 몰라도 행복했고, 서태지 노래를 못 불러도 행복했습니다. 비틀스의 음악을 다시 듣는 지금, 과거의 회상과 비틀스의 재발견에 행복합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듣을 비틀스의 노래들을 생각해보면 남아있는 나의 인생, 행복할 것 같습니다. | 정주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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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비틀스 공식 사이트 http://www.beatl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