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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eatles | Please Please Me | EMI, 1963

 

태초에 비트(beat)가 있었다

한때 쿼리멘(The Quarrymen), 문독스(The Moondogs) 혹은 실버 비틀스(The Silver Beatles)라고 불리던 밴드가 있었다. 리버풀의 카번 클럽(Cavern Club)에서 노래하던 이 젊은이들이 1960년대를 횡단하여 세기말에 이르러 20세기에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고. [Please Please Me]는 1963년 3월에 발표된 비틀스의 데뷔 음반이다. 음반 커버에는 주름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얼굴을 한, 기껏해야 갓 스무 살에 다다른 청년들의 얼굴이 있고, 채 3분이 안되는 14곡의 수록 곡들에는 넘치는 에너지가 가득하다. 물론 음반을 아무리 들어보아도 이 음악들이 예술적이라거나 심오하다는 것은 느낄 수 없다. 왜냐하면 이 음반은 순수한 (당시 유행어로) 비트음악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신나고 열정적인 사운드와 매력적인 보컬 하모니로 이루어진 이 노래들에서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오직 피 끓는(!) 에너지와 그 에너지를 한 곳에 모아 발산하는 젊음이다. 오죽하면 이 음반을 듣고 ‘정제되지 않은’이라는 수식어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을까.

하루 만에 모든 녹음을 끝내고 완성한 이 음반을 시작으로 비틀스가 비로소 영국과 전 유럽을 ‘점령’했다는 전설은 다시 얘기할 필요도 없을 만큼 유명하고 그래서 식상한 얘기고, 이들과 계약을 거절한 데카(Decca) 레코드가 이후에 얼마나 억울해 했을까, 더불어 EMI가 비틀스 (울궈먹기) 덕분에 이 불황의 시대에도 여전히 건재한 (거만한) 것이 아닐까, 라는 짐작은 그저 재미삼아 주절거리면 충분할 얘기지만, 이 음반에 실린 거친 음질의 노래들을 통해 가감 없이 나타나는 멤버들의 유쾌한 모습만은 상당히 인상적이어서 이런 얘기들을 모두 잊어버리게 만든다. “I Saw Her Standing There”로 시작하여 최초의 넘버 원 히트 싱글 “Please Please Me”, 두왑 풍의 하모니가 인상적인 “Anna(Go To Him)”, “Baby It’s You”, “Do You Want To Know A Secret” 등을 지나 존 레논이 잔뜩 지친 듯한 목소리로 절규하는 “Twist And Shout”으로 끝맺는 이 40여분의 음반에서 기쁘게 발견하는 것은 이십대 청년들의 성공에 대한 욕망과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대한 열정이다. 이를테면, ‘록은 폭발하는 젊음’이라는 이데올로기가, 비록 그것이 허구의 ‘신화’일지이라도, 이 음반을 설명하는 가장 적절하고 유일한 말이라는 얘기다. 한편, 40년 전의 음반을 들으며 당시 유럽의 젊은이들을 사로잡았던 ‘광기’의 정체를 발견하고 거기에 자신도 모르게 스며드는 것도 신기할 따름이고.

하지만 사실, 개인적으로 비틀스의 음반을 자세히 들어본 적이 없음을 고백하자(물론 이것은 1970년대 중반(이후) 쯤에 태어난 세대들에게는 일견 당연한 일이라고도 생각한다). 내게 비틀스는 오후 두시에 시작하던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매 주말마다 한 주간의 신청곡을 집계 발표하던 시간에 몇 년째 1위를 하던 “Yesterday”로 기억될 뿐이다(지금 생각하면 엽기적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만큼 비틀스는 지겨운 밴드였다. 이후 내게 비틀스는 언제나 취향의 간접적인 결과물일 뿐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선두로, 김영하(단편 [총]), 전경린(장편 [어디에도 없는 남자])을 통해서 혹은, 수많은 광고들과 단편 드라마와 영화와 라디오 방송국의 레퍼토리를 통해서 옛날 비트 음악을 감상할 기회가 있었을 뿐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이제 이들의 40주년이다. 이들이 세상에 처음 얼굴을 내민 지 거의 반세기가 지나고 있다는 얘기고, 이들의 데뷔 음반을 2002년에 다시 듣는 나로서는 이들의 음반에 대해 어떻게 얘기할까 많이 고민스러워지기도 하는 것이다. 몇 년 동안 준비된 탄탄한 실력이 밑받침되어야 비로소 이 험한 세상에서 부와 명성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사회진화론적인 경쟁 이데올로기를 설파할 것인지, 아니면 예술가란 이미 만들어진 존재(천재?)가 아니라 끊임없는 자기성찰과 자기혁명을 바탕으로 ‘어딘가’로 나아가는 과정에 있는 존재라는 신화적인 허구를 반복해야 할 것인지, 혹은 차라리 초기 비틀스의 대중적인 성공은 2차대전 이후 태어난 세대들의, 이른바 정체성의 위기를 겪지 않은 세대들의 자기만족적이고 낭만적인 ‘시대의 감수성’에 발맞춘 치밀한 상업주의적 전략의 결과물이라는 얘기를 해야 할 것인지 솔직히 나는 잘 모른다.

하지만, 이 모든 얘기들이 지금 여기의 감수성과는 동떨어진 얘기들인 것만은 분명하다. 오로지 내가 궁금한 것은 2002년에 이들의 나이와 비슷한 시간을 살아내는 한국의 청(소)년들이 어떤 감수성으로 이들을 ‘즐기느냐’는 것이다. 물론 즐기지 않을 수도 있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바로 그 현장에 있는 이들의 입을 통해 발화되어질 얘기이고 나는 단지 주변적인 감수성으로 그것을 짐작할 뿐이다. 그렇다면 그래, 어떨 것인가, 과연 어떤 얘기들이 더 나올까, 라고 기대해도 좋을까. 이제 겨우 40년이 지났으니 조금 더 기다려 봐도 손해 볼일이 없는 것일까? 뭐 이도저도 다 귀찮다면, 먼저 존의 하모니카 연주에 맞추어 폴의 목소리를 따라가 볼까, 이 노래들 모두가 내가 그토록 갈구하던 비트의 향연이라는 사실에 만족하며 말이다. “please, please me, me love me do~” | 차우진 [email protected]

 

Rating: 8/10

 

수록곡
1. I Saw Her Standing There
2. Misery
3. Anna (Go To Him)
4. Chains
5. Boys
6. Ask Me Why
7. Please Please Me
8. Love Me Do
9. P.S. I Love You
10. Baby It’s You
11. Do You Want To Know A Secret
12. A Taste Of Honey
13. There’s A Place
14. Twist And Sh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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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비틀스 공식 사이트 http://www.beatl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