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atles |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 EMI, 1967

The Beatles |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 EMI, 1967

 

페퍼 상사의 금박 클럽 밴드

#1. Here Comes The Sun: 1967년 6월 1일, 비틀스의 여덟 번째 음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가 발매되었다. <뉴욕 타임즈(New York Times)> 같은 언론에서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하고 루 리드(Lou Reed)는 “역겹다”는 소감을 밝혔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음반을 걸작으로 받들 준비가 이미 되어 있었다.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은 비틀스의 선율이 슈만에 비견할 만한 것이라는 축전을 하사함으로써 ‘고급 음악’의 광휘를 둘러주었다. 게임 오버. 그 이후 어떤 비평도 이 음반이 만든 신화를 깨지 못했다. 그것을 깨려고 시도하는 작업 자체가 음반의 위대함을 끊임없이 일깨워주는 쪽으로 나아갔기 때문이다. 모든 신화가 그렇듯이.

#2. I Am The Walrus: 이 공인된 걸작 앞에서 어린 리뷰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리 많지 않다. 이 음반이 후대에 미친 영향을 구구절절이 다시 옮겨 적는 것은 민망한 일이다. ‘사랑과 평화와 혁명과 약물(에 대한 희망)’이 록과 만났던 시대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 음반이 갖는 시대적 의의를 말하는 것도, 동시대는커녕 그 끄트머리에서조차 태어나지 않은 사람이 하기엔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그러니 주문을 외워 보자. 거울아, 거울아, 너는 이 음반이 어떠니?

#3. Magical Mystery Tour: 커버의 ‘집단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음반은 지극히 개인적이며 초월적이다. 집을 떠난 소녀는 64세가 되면 행복한 가정 속에서 늙어갈 것이고, 친구의 도움을 받아 하늘에 있는 루시와 하나가 된 남자는 자신이 그녀의 안과 밖에 동시에 존재하는 듯한 몽상에 빠져들 것이다. 그게 한나절의 삶이라는 걸 모른 채. 존의 냉소와 폴의 낙관이 묘하게 대립하고 충돌하는 영역에서 인공적이고 환각적인 세계가 펼쳐진다. 그것을 엡스타인 사망 이후 본격화한 존과 폴의 헤게모니 쟁탈전이 음악적으로 드러난 것이라 보건, 둘의 경쟁이 시너지 효과를 낳은 것이라 보건간에 그것을 통해 탄생한 것은 유례없이 복잡하고 화려하며 정교한 사이키델릭 록 음반이다(더불어 그들이 ‘밴드’로서의 음악적 성숙을 위해 도입한 혁신적인 레코딩 테크놀로지가 역으로 ‘밴드’로서의 결속력을 약화시켰다는 것 역시 비틀스에 관심있는 이들에게는 중요한 사실일 것이다. 이제 더 이상 ‘함께 모여’ 음반을 작업할 필요성이 사라진 것이다).

#4. Carry That Weight: 그러나 솔직히 말해 이 음반은 부담스럽다. 이 음반에는 [Rubber Soul]의 단아한 공허(空虛)도, [Revolver]의 홀린 듯한 정념도, [White Album]의 자유로운 화사함도 없다. 위압적인 울림과 혁신적인 실험이 흠결없는 멜로디에 실려 주위를 에워싼다. ‘예술’에 대한 강력한 자의식이 소절마다 고개를 쳐들고 청자를 바라본다. 그 결과 탁월하고 매혹적인 음률조차도 그 뒤에 있는 각종 음향효과와 사이키델릭한 사운드에 묻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비틀즈의 음반 중에서 멜로디가 사운드에 굴복한 음반은 이것밖에 없을 것이다. [Abbey Road]에서 들리는 멜로디와 사운드의 기적적인 조화를 떠올린다면, 이것이 결과론적인 감상이라고 해도 그게 후대의 사람들이 갖는 이점이라고 변명할 수 있을 것이다.

#5. Please Please Me: 이런 음반을 아무 데서나 꺼내 들을 수는 없다. 옷깃을 여미고 정신을 집중하며 듣는 음악을 ‘대중음악’이라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활동 영역은 대중음악의 영역, 콘서트에서 코러스를 따라 부르고 스타의 사진을 모으며 음악을 튼 채 섹스를 하는 사람들이 사는 영역, 열광과 냉대가 교차하고 애증이 들끓는 영역이다. 그래서 결국 대중음악이다. 대중음악이면서도 대중음악이 아닌 것, 그 사이를 메운 것은 ‘예술가로서의 자의식’이었고 이는 록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내겐 이 음반이 그 ‘예술가로서의 자의식’의 정점에 오르고자 하였으나 그 정점에 이르지 못한 음반처럼 보인다. 그들의 야심과 의욕이 청자를 짓누른다는 의미에서이다. 감탄하고 존경하되 사랑은 못한다. 이 음반에 언제나 붙을 별 다섯 개는 언제나 붙을 것인 만큼 그 의미 또한 언제까지나 없다. 그래서 나는 이 음반을 좋아하지 않는다. 루 리드가 역겹다는 말을 한 것도 알 듯 말 듯 공감이 간다. 아주 두껍게 금박을 입힌 음반, 다 벗겨냈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그 자체가 금박인 음반. 누군가는 이것을 섬길지도 모르지만 그게 나는 아니다. | 최민우 [email protected]

* 첫 문단의 비틀스에 대한 평가는 임진모, [시대를 빛낸 정상의 음반](창공사)에서 인용한 것임을 밝힙니다.

 

Rating: 10/10

 

수록곡
1.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2. With A Little Help From My Friends
3.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4. Getting Better
5. Fixing A Hole
6. She’s Leaving Home
7. Being For The Benefit Of Mr. Kite
8. Within You, Without You
9. When I’m Sixty-Four
10. Lovely Rita
11. Good Morning, Good Morning
12.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Reprise)
13. A Day In The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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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비틀스 공식 사이트 http://www.beatl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