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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eatles | Abbey Road | EMI, 1969

 

비틀스 전설의 완벽한 끝맺음

1996년 1월 어느 겨울날의 감동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친구와 만나기로 한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나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여느 때와 다름없이 시내의 음반 가게에 들러 음반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 음반 저 음반을 뒤척이던 중 우연히 눈에 들어온 것이 비틀스의 음반들이었다. 비틀스의 명성이야 비틀스의 해산 당시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던 나도 익히 알고 있을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지만, 집안에 굴러다니던 출처불명의 베스트 앨범 이외에 그들의 정규 앨범을 접한 적이 없던 나에게 그들의 정규앨범은 대단히 생소한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래도 당시 또래에 비해 이런 저런 음악을 많이 찾아 듣는다고 자부했던 내 눈에도 정규 앨범 수록 곡 중 절반 이상이 낯설었다. 자존심이 상한 나는 그 자리에서 한 장의 앨범을 집어들었는데, 그것이 비틀스의 사실상의 마지막 앨범 [Abbey Road]였다(이 후에 발매된 [Let It Be]는 [Abbey Road] 이전에 녹음되었으나 늦게 발매되었다). 13장의 앨범 중 이 앨범을 굳이 고른 이유는 그 유명한 “Come Together”, “Something”이 A면 첫 부분을 장식하고 있다는 일종의 보험 심리와 잡지에선가 본 듯한 낯익은 자켓 사진 때문이었다.

그 날 집에 돌아와서 별 생각 없이 [Abbey Road]를 듣기 시작했지만, 그 후 40여분은 내 평생 들었던 어떤 음반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희열을 느꼈던 순간이었다. A면에는 당시 차트를 정복했던 존 레논의 “Come Together”, 조지 해리슨의 대표 곡인 “Something”, 폴 매카트니의 “Oh! Darling”, 링고 스타의 “Octopus’s Garden”이 나란히 실려있다. 좋게 말하면, 그룹의 네 멤버 각자의 음악적 역량이 충분히 발휘되던 시기의 앨범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속내를 알아보면, 1970년 4월 폴이 탈퇴 선언을 했고, 이 앨범의 녹음기간이 1969년 여름이니 이미 녹음 당시 멤버들은 그룹의 해체를 예감하고 있었고, 실제로 멤버 4명이 한 스튜디오에 모두 모여 녹음을 한 적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이 명반으로 지금까지 추앙 받는 이유는 팝 역사상 최고의 메들리라 불리는 B면에 있다. LP 시절이던 당시 뒷면에 수록된 17여분 가량의 메들리는 이들 각자의 개성과 역량이 충분히 발휘된 동시에, 비틀스의 음악적 통일성을 잃지 않은 완벽한 작품이다.

“Something”에 이은 조지의 명곡 “Here Comes The Sun”으로 상큼하게 시작한 B면은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의 화음을 이용해서 만든, 화음이 유난히 아름다운, 존의 “Because”로 그 메들리의 서막을 알리며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메들리의 전반부는 “You Never Give Me Your Money” – “Sun King” – “Mean Mr. Mustard” – “Polythene Pam” – “She Came In Through The Bathroom Window” 이렇게 5곡으로 구성된다. 이국적인 발라드 “Sun King”부터 흥겨운 로큰롤 “Mean Mr. Mustard”에 이르기까지 장르의 구애 없이, 모든 곡이 뛰어난 멜로디, 완벽한 연주를 바탕으로 팝이 들려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다. 누구나 B면을 메들리로 듣는다면, “Polythene Pam”과의 극적인 반전으로 시작하는 “She Came In Through The Bathroom Window”를 들을 때쯤이면, 가슴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으리라 확신하는 바이다. 이 감동은 이들의 해체와 오버랩되어 더욱 감동적으로 들리는 메들리의 후반부로 이어진다. 폴의 열창과 현악기가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Golden Slumbers”, 드물게 비틀즈 멤버 모두의 합창을 들을 수 있는 “Carry That Weight”, 링고의 드럼솔로와 나머지 세 멤버가 함께 기타를 연주하는 “The End”는 완벽한 구성을 바탕으로 이뤄진 비틀스 음악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And in the end, the love you take is equal to the love you make’라는 가사를 남기고 그들의 그룹 활동을 가장 완벽한 음악으로 끝맺음하는 그들의 모습이 얼마나 감동적인가? 아마 데뷔 음반부터 마지막 음반까지 팬들과 평론가 모두로부터 최고의 찬사를 받으며 단 한번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던 아티스트는 비틀스가 유일하지 않은가 싶다. 이 앨범을 들은 후 비틀스에 미쳐 한 달 용돈을 모두 이들의 정규 앨범 13장을 구입하는데 사용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내가 요즘 가지고 다니는 CD들을 살펴보면, 비틀스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동시대의 밴드들에 손이 쉽게 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내가 지금 즐겨 듣는 앨범 중 5-6년이 지나서도 찾아 듣게 되는 음반이 과연 얼마나 될까? 30년이 훌쩍 지나서도 찾아 듣게 되고, 들을 때마다 새로우며, 감동을 느낄 수 있고, 음악적으로 새로 배울 만한 점이 가득한 비틀스의 앨범은 이미 클래식의 지위를 차지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비틀스는 중반기 이후로는 싱글 위주가 아닌 앨범 위주의 활동을 했다. 이들의 음악을 제대로 접하고 싶다면, 히트곡만이 수록된 베스트 앨범이 아닌 정규 앨범을 들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멜로딕한 본 작을 그 입문작으로 강력히 추천한다. | 이성식 [email protected]

* 비틀스의 앨범은 앨범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계속 강조하고, 추천곡을 고르려니 민망하긴 하지만, 정말로 음악을 들을 시간이 10분밖에 없다면, “You Never Give Me Your Money” – “Sun King” – “Mean Mr. Mustard” – “Polythene Pam” – “She Came In Through The Bathroom Window” 이렇게 첫번째 메들리를 추천하겠다. 그 이유? 말이 필요한가? 직접 들어봐라. 완벽하다. (편집자 주: 기술 문제상(^^) 메들리를 모두 실을 수가 없어서 다른 곡으로 대체하였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Rating: 10/10

 

수록곡
1. Come Together
2. Something
3. Maxwell’s Silver Hammer
4. Oh! Darling
5. Octopus’s Garden
6. I Want You (She’s So Heavy)
7. Here Comes The Sun
8. Because
9. You Never Give Me Your Money
10. Sun King
11. Mean Mr. Mustard
12. Polythene Pam
13. She Came In Through The Bathroom Window
14. Golden Slumbers
15. Carry That Weight
16. The End
17. Her Majes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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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비틀스 공식 사이트 http://www.beatl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