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atles | Let It Be | Apple/Capitol, 1970

The Beatles | Let It Be | Apple/Capitol, 1970

 

Get Back (To Where Nothing’s Gonna Be Changed)

1970년 발매된 비틀스의 마지막 스튜디오 앨범(사실 녹음이 완료된 시기만으로 따진다면 [Abbey Road](1969)가 되겠지만) [Let It Be]는, 이미 해체해 버린 밴드의 마지막 선물로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의 솔로 데뷔작 [McCartney](1970)와 함께 레코드점에 진열되었다. 당시 이 모습을 바라봐야(혹은 받아들여야)만 했던 비틀스의 팬들이 어떤 심정이었던 간에, 이 광경을 끝으로 비틀스는 ‘현실’에서 ‘전설’의 영역으로 그 자리를 옮기게 되었던 것이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가버린 네 멤버간의 갈등에 가장 먼저 염증을 느낀 ‘제 5의 멤버’ 조지 마틴(George Martin, 비틀스의 중/후기 걸작들이 과연 이 사람의 도움 없이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은 앨범의 마무리를 끝내지 않은 채, ‘더 이상은 비틀스의 활동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남기며 떠났고, 밴드는 황급히 당대의 최고인기 프로듀서 필 스펙터(Phil Spector)에게 앨범의 작업 지휘권을 넘겼다. 그리고 이런 결단은 결국 필 스펙터의 과도한 음악적 포장으로 인해 멤버간의(이에 찬성하는 존 레논(John Lennon)과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던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의) 갈등만을 더욱 부채질한 결과를 가져왔다(피아노 한 대 만으로 녹음됐던 “The Long And Winding Road”가 오케스트레이션과 여성 코러스에 의해 자신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음악이 되어 버릴 즈음, 폴 매카트니는 스튜디오를 이탈한다).

폴 매카트니는 “Get Back”의 리허설 기간 중 종종 ‘네가 속한 곳으로 돌아오라(get back to where you once belonged)’ 구절을 부르며 존 레논과 오노 요코(Ono Yoko)를 번갈아 바라보았다고 한다(이에 대해 존 레논은 곡의 의도 자체가 자신에 대한 일종의 ‘선전포고’라는 ‘음모론’을 제기하기까지 이른다). 이런 폴 매카트니(와 나머지 멤버들)의 압력 속에서 존 레논은 점점 더 지쳐갔고 마침내 비틀스를 탈퇴하기로 마음먹기에 이른다(폴 매카트니의 설득에 의해 곧 마음을 돌리게 되지만). 이렇듯 [Let It Be] 제작 당시의 비틀스는 이미 ‘회복 불능’의 상태까지 치달아 있었고, 이런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없었던(사실 어찌 그럴 수 있겠는가만은) 폴 매카트니의 무모한 추진력만이 남아있을 때였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Let It Be]의 제작과정만을 놓고 보았을 때, 과연 어떻게 정상적인 사운드로 앨범을 채울 수 있었던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앨범의 모든 방향이(혹은 기획 자체가) 거의 폴 매카트니 개인에 의해 주도된 [Let It Be]는 나머지 멤버들의 심드렁한 반응 속에서 고군분투했던 그의 방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러한 ‘한 개인에 의해’ 주도된 제작 방식이 [Let It Be]의 높은 완성도를 가능케 했다. 전후상황을 판단할 수조차 없었던 폴 매카트니의 밴드(의 존속)에 대한 강한 집착은 ‘독불장군’이란 불명예를 감당케 할 정도로 그를 몰아붙였고, 앨범은 이러한 폴 매카트니의 ‘절박함’과 다른 멤버들의 (상대적으로)’느슨한’ 작업들 사이로 효과적인 완급조절을 이루고 있다. 같은 슬로우 템포의 곡일지라도 “The Long And Winding Road”의 절실함과 “Across The Universe”의 여유로움이 주는 정서적 차이가 바로 [Let It Be]의 진정한 매력일 것이다(“Across The Universe”는 “Get Back”의 ‘돌아오라’는 폴 매카트니에 대한 존 레논의 ‘화답가’이다, ‘nothing’s gonna change my world’).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Across The Universe”에 대한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의 상이한 시각이다. 비틀스 해체 후 가진 각각의 인터뷰에서 존 레논은 “이 곡은 훨씬 더 훌륭하게 완성될 수 있었지만 폴 매카트니로 인해 그 기회를 놓쳤다. 그는 자신의 곡에선 아무런 실험도 없이 잘 다듬어진 음악을 만들었던 반면, 나의 곡을 작업할 때는 이것저것 무리한 음향실험을 반복했다. 이것은 분명 무의식적인 ‘방해공작’이었다”라고 한 반면, 폴 매카트니는 “사람들은 흔히 존 레논이 실험적인 음악가고, 나는 안정성을 추구하는 장사꾼이라 한다. 하지만 존 레논의 음악에 들어간 실험적 사운드는 모두 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는 나의 실험을 ‘도둑질’했다”라는, 같은 사실에 대한 판이한 의견차이를 드러냈다(이 점이 이미 개선 불가능한 지경에 이른 둘의 관계를 보여준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Let It Be]에서 주목할 부분이, 이런 멤버들(정확히는 폴 매카트니와 존 레논) 간의 팽팽한 긴장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I’ve Got A Feeling” 같은,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가 (다분히 장난끼 어린 목소리로)주거니 받거니 부르는 노래는, 아직 그 종말이 완전히 결정되지 않았을 무렵, 부담 없는 밴드의 모습을 보여준다(이들 사이의 굴곡을 아는 사람이 이 곡을 들었을 때, 바로 비틀스에서 둘의 관계가 어떤 것이었는가를 극명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은 “Two Of Us”나 “Dig A Pony”에서도 왜곡되지 않은 ‘자연스러움’으로 드러난다.

[Let It Be]는 이렇듯 완전한 결말 직전의 평화로운 한 때의 모습과, 이후 필연적으로 다가올 ‘마지막’으로의 예감을 동시에 담아낸 앨범이다. 아무리 “I’ve Got A Feeling”의 그 모습이 보기 좋았을지라도 그 종착지는 “The Long And Winding Road”와 “Let It Be”에서 드러나는 ‘고통’과 ‘체념’의 정서, 그리고 “Across The Universe”의 ‘무관심’으로 결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것이 피할 수 없었던 결과라 할지라도, 애플(Apple)사 옥상에서 촬영된 이들의 마지막 ‘기습’공연 영상에서 보여지는, 그 일그러지지 않은 멤버들의 화목한 모습은 절대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사실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 것도 바꿀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단지 그것이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둬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 김태서 [email protected]

* 사족 : 최근 영국에서 실시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명의 영국인’ 설문 조사에서 비틀스 멤버 중 유일하게 그 이름이 오르지 못했던 링고 스타(Ringo Starr)는 제외하더라도, [Let It Be]에 수록된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의 사려 깊고 감상적인 블루스 곡들에 대한 설명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사실 미안한 일이다(게다가 얼마 전에 작고한 이에게 절대로 경우 바른 처신도 아니고). 하지만 어쩌겠는가? ‘드라마’는 ‘드라마틱’한 인생들에 의해 쓰여지는 것인데…

 

Rating: 9/10

 

수록곡
1. Two Of Us
2. Dig A Pony
3. Across The Universe
4. I Me Mine
5. Dig It
6. Let It Be
7. Maggie Mae
8. I’ve Got A Feeling
9. One After 909
10. The Long And Winding Road
11. For You Blue
12. Get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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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비틀스 공식 사이트 http://www.beatl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