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이글스(Eagles)나 플릿우드 맥(Fleetwood Mac) 등을 들으며 자라난 세대는 이들의 음반을 또다시 새롭게 구매해야할지 고민에 직면할 판이다. 워너비전은 올 가을 이글스의 [Hotel California]와 플릿우드 맥의 [Rumours]를 비롯한 60종의 앨범을 DVD-A(DVD audio)포맷으로 새롭게 출시할 계획이다. CD보다도 월등하게 탁월한 음질을 자랑하는 DVD-A는 지금까지 나온 음반포맷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풍부하고 깨끗한 소리를 들려준다고 한다.

그러나 이 새로운 포맷은 음반사들의 보다 공격적인 복제방지 계획의 일환으로도 추진되고 있다. 음반산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메이저 음반사들은 새로운 포맷을 통해 향후 10년 안에 CD를 완전히 대체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음반산업 내부에서는 현재 이 산업이 겪고 있는 전세계적 불황을 불법 복제의 광범위한 유포 탓으로 돌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은 일반 CD에서와 같은 손쉬운 복제가 불가능한 새로운 포맷을 미래의 불법 복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으로 여기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음반사들은 새로운 포맷의 채용을 통해 1990년대 초와 같은 음반시장의 붐이 재현하기를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당시 소비자들은 이미 비닐음반으로 소장하고 있던 음반들을 앞다퉈 CD로 대체함으로써 음반산업에 유례 없는 호황을 가져다 준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미 빛 꿈에는 선결되어야 할 한가지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그것은 음반업계가 호환 불가능한 두 개의 포맷으로 나뉘어 서로 대립하고 있다는 점이다. 편가름은 DVD-A를 지지하는 워너와 SACD(Super Audio Compact Disc)를 지지하는 소니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의 대립에서는 최근 유니버설을 우군으로 끌어들인 소니가 조금 더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의 아이러니는 이러한 ’21세기 포맷’의 내용이 (적어도 아직까지는) 전적으로 ’20세기 음악’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1976년에 나온 [Hotel California]와 1977년에 발매된 [Rumours] 외에도 새롭게 발매될 타이틀에는 앨리스 쿠퍼(Alice Cooper)의 [Billion Dollar Babies] (1973), 도어스(the Doors)의 [LA Woman] (1971) 그리고 포리너(Foreigner), 그레이트풀 데드(the Grateful Dead), 조니 미첼(Joni Mitchell) 등의 앨범이 포함되어 있다.

영국 워너비디오 총지배인인 사이먼 헬러(Simon Heller)는 이에 대해 “DVD-A를 재생하기 위해서는 (스피커 다섯 개가 딸린) DVD 시스템이 필요한데, 이런 시스템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35-44세 연령층의 남성들입니다. 이런 타이틀로 출시목록을 작성한 것은 바로 이런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때문이죠”라고 말한다. 동일한 앨범을 새로운 포맷으로 출시하는 것이 소비자를 착취하는 것이 아니냐고 질문하자 그는 “어떤 앨범을 좋아하고 그것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다면 새로운 포맷에 돈을 지불하는 것이 별로 아깝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궁극적인 선택은 어디까지나 소비자의 몫이 아닙니까?”라고 반문한다. 가격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현재 DVD-A의 가격은 CD와 동일하게 책정되어 있다. 그러나 DVD-A가 CD를 대체할 의도로 나타난 게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자 그는 대답을 회피했다.

이 질문에 대해서는 소니의 SACD사업부장인 데이비드 월스트라(David Walstra)에게서 보다 솔직한 답변을 들을 수 있다. “DVD-A와 SACD에는 모두 암호가 새겨져 있어요. SACD에는 비침무늬(Watermark)도 있구요.. 이게 바로 복제방지 장치들이죠. 유니버설이 SACD를 출반하기로 합의한 것도 바로 이런 것들 때문이구요…”. 그에 따르면 SACD의 디지털 복사판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며, DVD-A에서 MP3를 추출하는 것 역시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다. 혹시 성공한다 하더라도 DVD-A가 지닌 음질까지 재현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가 밝힌 바에 따르면 SACD의 시장진출은 2단계 전략에 의거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우선 SACD플레이어와 기존의 CD플레이어에서 모두 재생이 가능한 음반을 출시한다. 여기에는 음성신호가 두 층으로 기록됨으로써, 일반 CD플레이어에서도 재생 자체는 가능하지만, 고음질은 오직 SACD플레이어에서만 들을 수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일반 CD플레이어가 읽을 수 있는 층이 완전 제거된 SACD플레이어 전용 음반으로 나아갈 것이다. 소니 측의 전망으로는 기존의 CD를 완전히 대체하는데 5-10년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포맷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새 포맷을 구입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것이다. 또한 업계 내부의 의견을 조율하는 일도 시급한 선결과제다. 소니와 유니버설 그리고 워너가 각축을 벌이는 동안 EMI는 두 가지 포맷 모두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고 BMG는 아직 결정을 유보하고 있다. 20020819 | 이기웅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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