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812021900-cloudsFlaming Lips – Clouds Taste Metallic – Warner Brothers, 1995

 

 

크리스마스 캐럴 같은 음반

앨버트: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습니다. ‘금속 맛이 나는 구름’이라… 마치 “해부용 탁자 위에서 재봉틀과 우산이 만나는 것”으로 아름다움을 정의한 프랑스 시인 로트레아몽 같네요.
버블: 뭐 그렇게 심오한 의미가 있을려구요. 원래부터 이들은 이상한 제목을 즐겨 사용했으니까요. 하긴 이번 앨범이 좀 심하긴 하죠. 아래의 수록곡을 한번 보십시오. 바늘로 태아를 정신과 검진하기, 두통을 얻다 우연히 세계를 구하게 된 녀석, 번개가 우체부를 내리치다 등. 마치 정신병원에서 쓴 것 같지 않습니까?
앨버트: 그러고 보니 밴드 이름 역시 정상은 아니군요. ‘불타는 입술들’이라.
버블: 포르노 영화 제목에서 가져왔다죠, 아마.
앨버트: 음악으로 넘어가면 아무래도 지난 앨범 [Transmissions from the Satellite Heart]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데요. 노이즈나 캐치한 선율은 줄어든 반면 스튜디오 작업에 다시 비중을 둔 것 같아요. 악기 사용도 다양해지고 오버더빙이나 스테레오 사운드가 눈에 띄던데.
버블: 재미있는 것이 있는데, 플레이밍 립스의 디스코그래피를 따라가다 보면 앨범 두 장씩 반복된 패턴을 재현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 앨범이 스타일상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면 이어지는 앨범은 이를 정교하게 다듬고 가꾸는 것이죠. 가령 [In a Priest Driven Ambulance], [Transmissions from the Satellite Heart], [The Soft Bulletin]이 놀라운 스타일상의 도약을 보여준 앨범이라면, [Hit to Death in the Future Head], [Clouds Taste Metallic], 그리고 최근작인 [Yoshimi Battles the Pink Robots]는 각각 앞선 앨범의 스타일을 이어받아 멋지게 다듬어내죠. 그리고 팬들이나 비평가의 호응은 아무래도 앞쪽의 시도에 좀더 무게를 실어주는 것 같습니다.
앨버트: 그러면 이번 앨범은 이들이 최초로 스튜디오 작업에 눈을 떴다고 하는 [In a Priest Driven Ambulance]와 비교해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버블: 언젠가 앞의 앨범을 가리켜 놀이동산에 온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Clouds Taste Metallic]은 크리스마스 파티 초대장에 비유하고 싶습니다.
앨버트: 크리스마스 파티라…
버블: 일단 사용된 악기들을 보면 아날로그 신서사이저나 하몬드오르간을 통해 부드러운 느낌을 강조했고, 또 종소리나 장난감 같은 퍼커션 등으로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는 기타가 주도하는 록 음악이긴 합니다만. 한 인터뷰에서 웨인 코인(Wayne Coyne)은 자신들이 항상 크리스마스 음반을 만드는 밴드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들의 공연 또한 크리스마스 조명과 풍선으로 무대를 장식하고 연기와 거품을 피우는 등 환상적인 연출로 유명하죠.
앨버트: 공교롭게도 수록곡 중 “Christmas at the Zoo”라는 제목이 있네요.
버블: 앨범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곡입니다. 곡도 좋지만 가사도 정말 재밌습니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을 풀어주려는데, 정작 동물들은 우리 밖으로 나오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그런 내용입니다. 참, 뮤직비디오도 꼭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앨버트: 어디선가 이 앨범을 비치 보이스(The Beach Boys)의 [Pet Sounds]에 비유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버블: 프로듀서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찬사인 셈이죠. 이 앨범으로 플레이밍 립스는 브라이언 윌슨(Brian Wilson)에 비교되는 영광을 누렸으니. 아울러 인디 록 밴드들 중 이들처럼 낙관적인 밴드도 드물죠.
앨버트: 그런데 이렇게 멋진 앨범이 왜 그렇게 상업적으로 망했나요?
버블: 대중의 기호를 누가 감히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어쨌든 명색이 메이저 소속 밴드인데 참으로 민망할 정도로 망했다고 하죠. 하지만 아무렴 [Zaireeka]만 하겠습니까.
앨버트: [Zaireeka]는 들어보셨나요?
버블: 아직. 가난한 관계로 CD 플레이어 4개를 마련할 여유가 없네요.
앨버트: 글을 마치기 전에 각자 좋아하는 곡을 소개하기로 하죠. 저는 누군가 시드 배럿(Syd Barrett) 풍이라 불렀던 “This Here Giraffe”와 “Brainville”의 독특한 스타일이 마음에 듭니다.
버블: 저는 앞서 거론한 “Christmas at the Zoo”와 비슷한 분위기의 곡을 추천할까 합니다. 먼저 “Guy Who Got a Headache and Accidentally Saves the World”는 스타일이나 가사나 플레이밍 립스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곡입니다. 뭔가 나사가 하나 빠진 듯 바보 같으면서도 사랑스러운 사이키델릭 넘버지요. 곡 중간에 들어간 라디오방송 샘플 탓인지 비틀즈(The Beatles)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분위기를 물씬 풍깁니다. 아무래도 웨인 코인은 비틀즈를 무척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또 하나, “Bad Days”는 [Batman Forever]에도 소개된 곡입니다. 이 곡 또한 관악기와 페달 스틸 기타, 종소리, 보컬 하모니 등 크리스마스에 무척이나 잘 어울립니다. 무엇보다 캐치한 선율과 편곡 스타일이 1960년대 팝을 듣는 기분이죠. 그런데 이 곡을 듣다보면 왠지 버블검(bubblegum) 사운드의 대명사격인 아치스(The Archies)의 “Sugar Sugar”가 떠오르지 않습니까. 20020727 | 장호연 [email protected]

8/10

수록곡
1. The Abandoned Hospital Ship
2. Psychiatric Explorations of the Fetus With Needles
3. Placebo Headwound
4. This Here Giraffe
5. Brainville
6. Guy Who Got a Headache and Accidentally Saves the World
7. When You Smile
8. Kim’s Watermelon Gun
9. They Punctured My Yolk
10. Lightning Strikes the Postman
11. Christmas at the Zoo
12. Evil Will Prevail
13. Bad Days [Aurally Excited Version]

관련 글
Flaming Lips [In a Priest Driven Ambulance] 리뷰 – vol.4/no.16 [20020816]
Flaming Lips [Hit to Death in the Future Head] 리뷰 – vol.4/no.16 [20020816]
Flaming Lips [Transmissions from the Satellite Heart] 리뷰 – vol.4/no.16 [20020816]
Flaming Lips [The Soft Bulletin] 리뷰 – vol.1/no.8 [19991201]
Flaming Lips [Yoshimi Battles the Pink Robots] 리뷰 – vol.4/no.16 [20020816]

관련 사이트
플레이밍 립스 공식 사이트
http://www.flaminglips.com
플레이밍 립스 팬 사이트
http://www.geocities.com/SoHo/Lofts/4533/flips/
http://janecek.com/flaminglips1.html
Mr Kite’s Lips Page
http://members.tripod.com/~Mrkite1967/
플레이밍 립스의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는 곳
http://launch.yahoo.com/artist/videos.html?artistID=1009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