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811101302-0415caetanoveloso68Caetano Veloso – Caetano Veloso – Philips, 1968

 

 

기쁨이 들리지 않는 거리에 남긴 뜨로삐까이아 음악의 기쁨, 기쁨

“11월의 태양 아래 / 손수건도 서류도 없이 / 바람을 맞고 걸으면서 / 나는 가네 / 태양이 범죄로 / 게릴라 우주선이 마릴린 먼로로 갈라지네 / 나는 가네 / 대통령들의 얼굴로 / 커다란 사랑의 키스로 / 이빨, 다리, 깃발 / 폭탄 또는 브리짓 바르도 / 신문 속에 떠있는 태양이 / 그토록 많은 뉴스를 읽는 나에게 / 기쁨과 게으름을 채워주네 / 나는 가네 / 사진과 이름들 중에서 색깔로 가득찬 내 두 눈 / 사랑으로 가득찬 내 가슴 / 헛수고 / 나는 가네 / 왜 안되겠는가 왜 안되겠는가” – “Alegria, Alegria”(Joy, Joy) 전반부

“Alegria, Alegria”는 1968년 카니발 기간 중에 브라질의 거리에 넘실댔다. 그렇지만 이 노래가 처음부터 환영받은 것은 아니다. 1967년 10월 ‘TV 레코드’ 방송국에서 주최한 제3회 ‘Brazilian Popular Music’ 페스티벌에서 까에따누 벨로주(Caetano Veloso)가 이 곡을 노래할 때 청중들은 야유를 퍼부었다. 노래 가사에 나오는 비리짓 바르도, 코카콜라 등이, 그리고 아르헨티나 팝 그룹 비트 보이스(Beat Boys)가 반주한 일렉트릭 록 사운드가 청중들의 민족주의적, 전통주의적 정서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이는 밥 딜런이 처음 전기 기타를 들고 무대에 섰을 때 겪은 야유, 수모와 비슷한 맥락이었다. 그렇지만 이 곡은 4위로 뽑혔고, 11월에 싱글로, 이듬해 초에 앨범 [Caetano Veloso] 수록곡으로 소개되었다. 처음에 비평가들은 이 곡을 비판했지만, 이에 아랑곳없이 이 곡은 오히려 브라질 전역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뜨로삐까이아(Tropicalia)의 송가가 되었다(역시 대표적인 뜨로삐까이아 노래인 질베르뚜 질(Gilberto Gil)의 “Domingo No Parque”(Sunday In The Park)도 그 페스티벌에서 출품되어 2위를 차지한 것이다).

1968년작 [Caetano Veloso]가 뜨로삐까이아 음악문화/운동, 나아가 브라질 대중음악의 기념비적 걸작인 이유가 비단 “Alegria, Alegria” 한 곡 때문만은 아니다. 이 앨범은 그 외에도 “Tropicalia”, “Soy Loco por Ti, America”(I Am Crazy For You, America), “Superbacana” 등 대표적인 뜨로삐까이아 클래식들을 다수 담았을 뿐만 아니라, 시적이고 사회비판적인 지적인 가사, 영미 록 음악을 브라질 음악에 결합시켜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어낸 뜨로삐까이아의 특징들을 선구적으로 구현했기 때문이다.

앨범의 문을 여는 “Tropicalia”는 제목 그대로 뜨로삐까이아의 시작을 알리는 선언문이다. 신경증적인 바이올린, 혼돈스런 퍼커션, 연극 대사 같은 스포큰 워드가 뒤엉키는 도입부는 전위적인 느낌을 주는데 이런 분위기는 당대의 어두운 시대상황과 무관치 않다. 도입부 이후, 각운을 맞추는 정도가 아니라 특정 어미(‘-a’)를 반복하면서 운율을 돋구는 리듬은 흥겹지만 몸을 내맡기고 마냥 춤추기엔 주저하게 만드는 미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처럼 원초적인 동시에 차갑고 계산적인 특성은 까에따누 벨로주가 영미 음악과 브라질 음악을 단순히 물리적으로 결합한 게 아니라는 점을 드러낸다. 뜨로삐까이아가 보싸 노바 이후 답보 상태에 있던 브라질 대중음악을 혁신하는 조류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브라질 민족주의의 배타적 고수나, 영미 음악의 단순한 추종을 거부하고 그 둘을 화학적으로 결합함으로써 가능했다.

갈 꼬스따(Gal Costa)와 함께 만든 데뷔작 [Domingo](1967)만큼은 아니지만, 이 앨범에도 보싸 노바의 그림자가 적잖게 드리워져 있다. “Clarice”, “Onde Andaras”, “Anunciacao”, “Paisagem Util”, “Clara” 등은 주앙 질베르뚜(Joao Gilberto)의 보싸 노바는 물론 브라질, 나아가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의 풍부한 음악 유산을 좀더 강하게 드러내는 트랙들이다. 그런데 이런 ‘조용하고 무드 있지만 리듬이 끊임없이 꿈틀대는’ 곡들이 은근히 몽환적인 분위기를 띄고 있음은 우연이 아니다. 도발적인 느낌을 주는 음반 커버부터 싸이키델릭의 영향이 노골적이다. 달걀 모양의 원 안에서 정면을 매섭게 노려보는 까에따누 벨로주를 감싸고 있는 붉은 톤의 이브, 뱀, 용의 그림과 노란 색의 ‘Caetano Veloso’란 글자의 타이포그래피는 전형적이라는 느낌마저 준다. “Alegria, Alegria” 역시 그 시절 싸이키델릭 리프로 수미상관을 장식하고 있고, 무딴치스(Os Mutantes)가 반주를 맡아준 마지막 트랙 “Eles”는 약물여행이라도 다녀오면서 녹음한 곡 같은 느낌을 준다.

그래서 까에따누 벨로주가 이 앨범을 만들면서 비틀즈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를 목표이자 극복 대상으로 삼았다는 얘기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훌리오 메다글리아(Julio Medaglia), 다미아노 코젤라(Damiano Cozzella), 산디뇨 호하겐(Sandino Hohagen) 등 전위적인 인물들이 어레인지를 맡아주었고, 무딴치스, 비트 보이스, RC-7 등 밴드들이 사운드를 뒷받침해주었다. 수록곡의 거의 대부분이 벨로주의 자작곡이지만, 까삐남(Capinam), 질(Gil) 등이 같이 만든 곡들도 있다. 이 같은 동료들의 도움과 연대감으로 이 솔로 독집은 벨로주의 비범한 재능을 꽃피우는 동시에 뜨로삐까이아 운동의 역사적 발걸음을 ‘함께’ 내딛게 한 기념비적 작품이 되었다.

물론 이 앨범의 백미 중 “Superbacana”와 “Soy Loco por Ti, America”를 빠뜨릴 순 없을 것이다. 혼 섹션을 배경으로 빠른 리듬에 거의 숨쉴 새 없이 두운과 각운을 맞추며 이어지는 노래가 인상적인 “Superbacana”는 경음 많은 포르투갈어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흥겨운 곡이다. 까삐남과 질이 만든 노래 “Soy Loco por Ti, America” 역시 활기찬 퍼커션과 음절 하나하나가 참 찰지다는 느낌을 주는 곡이다. 바히아(Bahia)와 캐러비안 리듬을 결합한 리듬은 흥겹다 못해 몸의 제어를 불가능하게 하고, 후렴구는 듣는 순간 따라 부르게 한다. 벨로주의 보컬이 서정적 낭만뿐만 아니라 빠른 ‘댄스곡’에도 재능이 있다는 점을 알려주는 사례들이다.

그렇지만 “Soy Loco por Ti, America”가 바로 이 앨범 제작 직전에 죽은 혁명가 체 게바라(Che Guevara)에 헌정된 노래라는 건 이 앨범의 시대적·사회적 배경을 환기하게 한다. 1964년부터 20여 년간 독재를 자행한 군사정권은 이 앨범이 나온 해부터 예술 검열과 탄압에 본격적으로 돌입하였다. 1968년은 뜨로삐까이아 명반들이 일제히 발매된 기념비적인 해인 동시에, 벨로주와 질을 비롯해 뜨로삐까이아 아티스트들이 투옥, 가택연금, 국외 추방과 망명으로 이어지는 탄압이 시작된 해이다. 벨로주와 그의 뜨로삐까이아 동료들은 전통과 혁신, 민족주의와 제국주의, 독재와 민주화의 기로에 선 ‘기쁨이 들리지 않는 거리’에서, 그 긴장과 불안을 음악적 “기쁨, 기쁨”으로 빚어냈다. 그리고 그 열매는 몇 년 안가 떨어졌지만(군사정권의 탄압은 1970년을 전후해 절정에 달했다), 그 거름은 현재까지 브라질 대중음악의 가장 깊은 자양분이 되었다. 20020812 | 이용우 [email protected]

10/10

<참고>
1. “Alegria, Alegria”는 1992년 크게 히트한 TV 시리즈 [Anos Rebeldes](The Rebel Years)의 주제가로 쓰여 다시 히트했다. 군사독재가 시작된 1964년 이후를 배경으로 어느 학교 동창생들의 삶을 통해 브라질 신세대에게 그 시대를 재발견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침 대통령의 부패 스캔들이 일어난 때여서, 이 곡은 대통령을 비판하는 대규모 데모대의 주제가로 거듭났다. 손뼉을 쳐가며 이 노래를 부른 데모 군중들은 특히 마지막 구절에서 그 목소리가 절정에 달했다고 한다. “Porque nao, porque nao?”(Why not(throw the rascal out)?)
2. 1960년대 중반 브라질에서는 TV 방송국에서 주최한 음악 경연대회가 큰 인기를 끌었다. 카니발 때까지 몇 달에 걸쳐 예선이 치뤄졌고 꼬박꼬박 방송되었다. 마치 (월드컵)축구 열기처럼 저녁이면 거리를 썰렁하게 만들었고, 본행사는 스타디움에서 열릴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2. 서두의 노래 가사 번역은 이장직의 논문 [라틴 아메리카의 ‘새로운 노래’ 운동]에서 발췌.

수록곡
1. Tropicalia
2. Clarice
3. No Dia Em Que Eu Vim Me Embora
4. Alegria, Alegria
5. Onde Andaras
6. Anunciacao
7. Superbacana
8. Paisagem Util
9. Clara
10. Soy Loco por Ti, America
11. Ave Maria
12. E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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