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728082110-jane(nothing)Jane’s Addiction – Nothing’s Shocking – Warner Bros., 1988

 

 

자켓만큼 충격적인 건 없다

제인스 어딕션(Jane’s Addiction)의 1988년작 [Nothing’s Shocking]을 처음 들었던 시기는 1996년 경이었는데, 솔직히 말해서 그다지 흥미롭게 들은 편이 아니었다. 아마도 세간의 평가가 너무 대단한 탓에 그 기대감이 충족되지 못한 부분도 있겠고, 동시에 ‘이건 내가 기대한 게 아니다’라는 느낌이 강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얼터너티브 록의 선구자라는 꼬리표 혹은 혹은 롤라팔루자의 주최자로서의 페리 페럴(Perry Farrell)이라는 이름에서 연상된 선입견들과 달랐다는 의미였다.

그들의 음악은 명백히 헤비 메탈처럼 들렸다, 좀 황당하게 들릴 지 모르지만, 그들의 첫 인상은 마치 러쉬(Rush)같았다. 아마도 페리 페럴의 코맹맹이 목소리나 변화무쌍한 리듬 파트에게서 러쉬의 게디 리(Geddy Lee)와 닐 퍼트(Neil Peart) 콤비를 연상시켰던 것 같다- 따지고 보면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영향력을 지적하는 것이 훨씬 타당할 것이다. 그런데 메탈의 성분이 강하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분명 편견일 것이다- 당시에 그런 편견을 가지고 음악을 접했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지금도 분명 무언가에 대한 편견이 있음을 자신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겠지만. 그러나 그들의 음악에 대한 높은 평가, 특히 ‘다차원적 로큰롤’이라는 말은 도대체 이해되지 않았다.

일단 잡소리를 접어두고 다시 기억을 더듬어보자. 처음에 듣다가 정말 짜증났던 곡은 “Ted, Just Admit It….”이었는데, 한마디로 말해서 처음의 반응은 “알았어 이 변태 새끼야, 그러니까 좀 그만 소리질러라! 시끄러!” 였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곡들 또한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니까 앨범의 가장 인상적인 곡이 “Ted, Just Admit It….”이었던 셈이다. “Had A Dad?” 같은 곡들에게서 느껴지는 건 연주 실력이 뛰어난 헤비 메탈이라는 느낌뿐이었다. 물론 [Ritual de lo Habitual] (1990)을 접하면서 그들이 정말 ‘잡식성’ 밴드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헤비한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펑크, 훵크, 싸이키델릭 록, 아트록 등의 다양한 요소를 미묘하게 끌어들어온 이들의 음악은 정말 다양하면서도 동시에 견고했다. 그리고 이후에 다시 들어본 [Nothing’s Shocking]은 처음 들었을 때처럼 짜증나는 음반이 아니었다.

이들의 음악은 정말 힘이 넘친다. 페리 페럴의 강한 악센트는 마초적이라기 보다는 변태적인 것이고(그의 이름이 ‘peripheral’이라는 단어에서 따왔음을 상기할 수도 있다), 헤비한 동시에 전위적인 기타리스트 데이브 나바로(Dave Navarro)의 존재와 변화무쌍하면서도 결코 과시적 양상으로 빠지지 않는 정교한 리듬 파트는 정말 이들의 음악이 만만치 않음을 느끼게 해 준다. “Had A Dad?”, “Standing In The Showers Thinking”같은 곡들을 듣다 보면 정말 숨이 막힐 정도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이 음반 혹은 제인스 어딕션이라는 밴드를 사랑하기가 좀 버겁다. 그 이유는 아마도 이들이 너무 완벽해서일 것 같다. 마치 데이브 나바로가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와 함께 했던 [One Hot Minute] (1995)에서 레드 핫 칠리 페퍼스 특유의 자유분방함이 데이브 나바로의 너무 완벽한 연주에 구속당하고 있는 듯한 느낌과 비슷한 것 같다. 게다가 제인스 어딕션의 모든 곡엔 힘이 너무 들어가 있다. “Mountain Song”같은 건 말할 것도 없고 상대적으로 편한 “Summertime Rolls” 같은 곡에서도 페리 페럴은 너무 소리를 지른다. 물론 그것이 이들의 매력이겠지만.

그런데 개인적 취향은 그렇다 치더라도, ‘다차원적’이라는 형용사를 이들에게 붙이기에는 좀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다. 이들의 음악적 재료는 레드 핫 칠리 페퍼스보다도 더 다양할 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의 최종적인 결과물은 ‘완결적이고 힘 있는 하드 록 사운드’라는 느낌이 부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뭐 그렇다고 해도 좋다. 대신 1980년대 후반에 등장했을 당시의 ‘충격’이라는 표현이 지금도 타당할지는 의문이다. 물론 그 당시에 즐기지 못했던 인간에겐 ‘지나친 선입견 속에서 폄하된 음반이군’이라는 후회를 하게 만들기는 한다. 20020725 | 김성균 [email protected]

7/10

사족 : “Ted, Just Admit It….”은 올리버 스톤(Oliver Stone) 감독의 영화 [올리버 스톤의 킬러(Natural Born Killers)] (1994)에서 삽입된 것으로도 유명한데, 여기에는 지겹도록 반복되는 후렴구 “Sex Is Violent”로 곡의 제목이 바뀌어 있다.

수록곡
1. Up the Beach
2. Ocean Size
3. Had a Dad?
4. Ted, Just Admit It….
5. Standing in the Shower…. Thinking
6. Summertime Rolls
7. Mountain Song
8. Idiots Rule
9. Jane Says
10. Thank You Boys
11. Pigs in Z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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