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722021052-rockamigos동아시아에서 눈물 지은 나라들 편(4): 아르헨티나

1960-70년대 아르헨티나 록 음악 사이트 [Rockamigos]의 로고

월드컵 축구에 관한 기억이 슬슬 가물가물해지고 있지만 아르헨티나가 스웨덴과 1:1 로 비겨서 끝내 예선에서 탈락하던 날 선수들의 모습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눈물을 흘리던 모습 말입니다. 아마도 한국인들은 그 장면을 보고 “조국이 경제위기로 버벅대고 있는 상황에서 축구라도 우승했으면 국민들이 ‘그래 우리도 다시 일어서자’라고 할 텐데 우승후보로 지목된 팀이 16강에도 진출하지 못했으니 국민들의 실망감이 오죽했겠습니까”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사실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불쌍한 처지에 빠진 국민을 생각해서 운 것인지, 그냥 쪽팔려서 운 것인지, 아니면 몸값을 올릴 기회를 날려 버려서 운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 축구 선수들이야 비교적 돈도 잘 벌고 실력이 출중하면 유럽의 빅 리그에 가서 떼돈도 벌 수 있는 존재들인데 그들이 얼마나 애국심에 불타는지를 제가 알 도리는 없습니다. ‘복합적 감정’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갑시다.

그렇지만 저같은 전문가(^^)가 보기에 아르헨티나의 패인은 세대교체에 인색했다는 점입니다. 2001년에 자국에서 개최한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에서 우승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아르헨티나 대표팀에는 늙수그레한 베테랑들만이 공격을 맡았습니다. 그 동안 예선에서 잘 해왔다고는 하지만 지구 반대편에까지 와서 하는 경기라는 사실을 망각한 듯합니다. 밤낮과 계절이 정반대인 곳에서 30줄을 넘어선 분들이 제대로 적응하겠느냐는 말씀입니다. 하비에르 사비올라(Xavier Saviola)같은 떠오르는 샛별을 ‘포지션 중복’ 어쩌구하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대표팀에 발탁하지 않은 것은 저로서는 납득하기 힘든 처사입니다.

이상은 헛소리입니다만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의 대중음악계는 베테랑이 한꺼번에 싹쓸이되버려서 문제입니다만 아르헨티나는 베테랑들이 ‘건재’한다는 게 문제라고 볼 수도 있을 듯합니다. 물론 이 베테랑들은 군부 독재라는 힘든 시기를 거치면서 영웅적인 삶을 전개한 분들입니다만 민주화 이후 이들이 새로운 주류 스타로 등극하면서 록 음악이 방향을 잃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게다가 1980년대 말 이후 경제 위기가 닥치면서 확실한 흥행이 보장되는 스타급 뮤지션을 제외하고는 음악 활동으로 생계를 꾸리기 힘들다는 말도 전해져 옵니다. 시장이 그리 크지 않다 보니 ‘인디’의 독자적 시스템을 확보하기도 그리 쉽지는 않다고 합니다. 게다가 음악산업을 포함하여 시장이 대폭 개방된 나라이다 보니 ‘현대화’는 달성되어 있지만 그 대가로 ‘종속’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합니다. 한국에 온 라틴 아메리카 출신의 젊은 유학생들을 보면 대부분 ‘(영미) 팝’을 듣고 있다고 합니다.

20020722021052-homenaje1997년 록 나씨오날 탄생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콘서트의 로고

그러니 록 나씨오날의 영광스러웠던 시기는 지나갔습니다. 그래서 이번 특집에서는 영광스러웠던 시기와 그 이후의 시기에 ‘록 나씨오날의 명반’이라고 꼽히는 음반들을 몇 개 골라 봤습니다. 시기적으로는 아주 오래된 시기(1972년!)부터 아주 최근까지를 포괄했습니다. 이건 무리한 시도라기보다는 제게는 오히려 솔직한 시도입니다. 다름 아니라 이 음악들을 거의 동시에 접했기 때문입니다. 그걸 전번에 시도했다가 중단된 것처럼 ‘아르헨티나 록 음악의 역사’라는 식으로 옛날부터 차근차근 지금까지 서술하면 많은 분들이 지루해 하는 것 같더군요 -_-

그래서 몇 개 사이트에서 독자 투표 등에 의해 명반 혹은 인기음반으로 뽑힌 것들을 중심으로 리뷰해 볼까 합니다. 아르헨티나 록 음악의 선구자인 찰리 가르씨아가 이끌었던 쉬 헤네리스(Sui Generis)와 세루 히란(Seru Giran)의 음반, 찰리 가르씨아에 이어 록 나씨오날을 이끈 피또 빠에스(Fito Paez)의 음반 등은 영광스러운 과거를 보여주는 텍스트일 것입니다. 1980년대에 ‘언더그라운드’ 성향을 보였던 경우로는 파불로소스 까디약스(Los Fabulosos Cadillacs)와 에나니또스 베르데스(Los Enanitos Verdes)가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단지 내수시장(?)에 머물지 않고 국제적 돌파를 이룬 케이스로도 중요합니다. 이른바 ‘록 엔 에스빠뇰(rock en espanol)’의 태동을 주도한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90년대 이후의 새로운 움직임으로는 베르쉬뜨 베르가라바뜨(Bersuit Vergarabat)와 엘 오뜨로 요(El Otro Yo)를 선택했습니다. 이들은 음악 성향은 상이하지만 ‘얼터너티브’라는 단어와 연관되는 밴드들입니다. 일리야 꾸리야끼 앤 더 발데라마스(Illya Kuryaki And the Valderramas)처럼 랩 듀오의 경우도 다룰 가치가 있다고 보입니다. 이 그룹을 주도한 인물인 단떼 스삐네따(Dante Spinetta)가 아르헨티나 록의 선구자로서 알멘드라(Almendra)와 인비지블(Invisible) 등을 이끈 루이스 알베르또 스삐네따(Luis ALberto Spinetta)의 아들이라는 사실도 ‘세대교체’를 웅변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일입니다. 아버지가 록 음악을 했다고 해서 아들도 가업을 계승하리라는 법은 없죠.

이들의 음악을 들어 보면서 국운이 쇠락한 나라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는 재미가 저같이 이상한(이상한 척하는?) 취향의 소유자만의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좌우지간 월드컵을 빙자하여 시작한 ‘월드컵 스페셜’은 이것으로 막을 내립니다. 단, 제목만 막을 내리고 제목을 바꿔서 계속됩니다. 다음은 월드컵 우승국 브라질 편인데, 이번에 올라가는 <여름 스페셜>에 제가 쓴 것을 맛배기로 읽으시고 그 다음부터 시작합니다. 감사합니다. 20020718 | 신현준 [email protected]

관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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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ya Kuryaki & the Valderramas [Los Clasicos del Rock en Espanol] 리뷰 – vol.4/no.14 [20020716]

관련 사이트
아르헨티나 록 데이터베이스들
http://tinpan.fortunecity.com/waterloo/728/magicland/
http://galeon.com/rockamigos/
http://rock.com.ar
http://www.geocities.com/rock-argenti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