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722012143-0414argentina-suigenerisSui Generis – Vida – Sony, 1972

 

 

30년산 아르헨티나제 포크 록의 명품

쉬 헤네리스(Sui Generis)는 찰리 가르씨아(Charly Garcia)와 니또 메스뜨레(Nito Mestre)로 이루어진 아르헨티나의 포크 록 듀오다. 이때 ‘포크 록’이란 영미권에서 사용하는 단어와 같은 의미다. 즉, ‘포크’란 아르헨티나및 남미 대륙의 ‘폴끌로레’라기보다는 북아메리카의 모던 포크(modern folk)를 말한다. 그런 점에서 쉬 헤네리스의 음악은 라틴 아메리카의 음악적 뿌리를 천착했던 레온 히에꼬(Leon Gieco)나 아르꼬 이리스(Arco Iris)와도 다소 다르다.

아르헨티나에서 포크라는 단어가 일본이나 한국 등 동아시아에서처럼 ‘미국의 모던 포크의 영향을 흡수하여 창작된 자국의 새로운 대중음악’이라는 의미로 변형되지는 않았다. 따라서 ‘포크 록’이란 그저 록 음악의 하나의 스타일이다. 한 해설에 의하면 1970년대 초 아르헨티나에서 록 음악은 크게 ‘acoustics’와 ‘heavies’로 분류되었으며(영어로 쓰여진 문헌이라서 스페인어로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이들의 포크 록은 전자에 속하는데, 이는 1972년 7월 16일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어틀랜틱 극장에서 열린 [아꾸스띠까소(Acusticazo)]라는 이벤트 이후에 일관된 조류를 형성했다. 쉬 헤네리스는 뻬드로 이 빠블로(Pedro y Pablo), 비벤씨아(Vivencia), 빠씨피꼬(Pacifico) 등과 더불어 이 흐름을 이끈 밴드고, 이들 중 가장 성공한 그룹이었다. 이 이벤트는 그 해 5월부터 8월 사이 어틀랜틱 극장에서 간헐적으로 개최된 [BArock Festival III]의 일환이었는데, 이 페스티벌은 [Rock hasta que se ponga el Sol](영어로 ‘Rock until the sun is put’)이라는 도큐멘터리 영화로도 제작되었다는 ‘고증’도 참고가 될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규모와 파장 면에서 ‘우드스톡 페스티벌’과 ‘청평 페스티벌’의 중간 규모쯤 되는 이벤트가 아니었나 한다.

각설하고 쉬 헤네리스는 찰리 가르씨아가 이후 ‘록 나씨오날의 지존’이 되면서 지금까지도 애청되고 있는 음악을 만든 그룹이다. 앞서 아르헨티나(및 남미)와 한국(및 동아시아)에서 포크라는 단어의 쓰임새가 달랐다고 지적했지만, 포크라는 단어가 ‘이상적 사랑에 대한 추상적 갈구’를 노래하는 주류 대중음악과 달리 ‘현대 사회의 진실한 경험’을 노래한다는 점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젊은이들의 일상적인 삶과 고민을 담아 낸 가사와 아름다운 코드 진행을 수반한 상큼한 멜로디와 결합된 음악이라는 뜻이다. 특히 첫 트랙 “Cancion para mi Muerte(나의 죽음에 관한 노래)”는 지금도 거의 모든 사람이 기억하는 메가히트곡이고, 어쿠스틱 기타의 쓰리 핑거 주법에 일렉트릭 기타가 더빙된 “Quizas Porque”도 그 뒤를 따르는 곡이다. “Necesito”와 “Natalio Ruiz”같은 곡들도 그 뒤를 잇는 곡들로 귀에 착 달라 붙으면서 따라 부르기 좋은 멜로디가 지금 들어도 신선함을 잃지 않는 곡들이다.

이상의 설명을 듣고 혹시 이들을 ‘어쿠스틱 기타 두 대만으로 연주하는 그룹’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포크 록 듀오라는 형식이 찰리 가르씨아의 최초의 구상이 아니라 밴드 멤버들이 하나 둘 떠나가면서 선택한 것이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쉬 헤네리스는 ‘어쿠스틱 순수주의’와는 거리가 있다. 이는 당시로서는 이례적으로 6분을 넘는 길이의 “Dime Quien Me Lo Robo”에서, 특히 후반부의 퍼즈 기타 솔로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또한 플루트와 피아노가 신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Cuando Comenzamos a Nacer”는 이들의 ‘히피 성향’을 보여 준다. 이 두 곡은 ‘유럽 취향의 프로그레시브 록 애호가’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조금 뜬금없기는 하지만 블루스 넘버 “Toma dos Blues”도 이들이 록 음악의 뿌리에 대한 지식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사실은 이 앨범이 자연발생적 산물이 아니라 의식적 기획을 바탕으로 한 작품임을 말해 준다. 이 앨범의 배후에는 ‘전설적 메니저’ “엘 고르도” 삐에르 바요나(“El Gordo” Pierre Bayona)와 ‘신화적 제작자’ 호르헤 알바레스(Jorge Alvarez)가 있었고, 헤비 록 그룹 뻬사다(La Pesada)의 멤버들이 세션을 맡아주었고, 뻬사다의 리더 빌리 본드(Billy Bond: 물론 예명이며, 그는 이탈리아계다)가 믹싱을 맡았다. 록 음악의 융성의 배후에는 자연발생적 반항 못지 않게 이런 의식적 노력이 있었다는 공공연한 비밀은 쉬 헤네리스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20020718 | 신현준 [email protected]

10/10

P.S.
1. 쉬 헤네리스는 이후 [Confesiones de Inverno](1973), [Pequenas Anecdotas Sobre Las Instituciones](1974) 두 개의 정규 앨범과 라이브 앨범 [Adios Sui Generis[(1975)을 발표한 뒤 해산되었다. 그 뒤 찰리 가르씨아는 1976년 심포닉 록 밴드 마끼나 드 아쎄르 빠하로스(La Maquina de Hacer Pajaros)]를 거쳐 1978년에는 슈퍼그룹 세루 히란(Seru Giran)을 결성했고, 1981년부터는 솔로 아티스트로서 경력을 이어갔다. 니또 메스뜨레도 찰리 가르씨아처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꾸준한 경력을 이어갔고 1993년에는 [Canta a Sui Generis]라는 제목으로 쉬 헤네리스 시절의 노래들을 리메이크한 음반을 발표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둘의 사이가 더욱 소원해졌지만 2000년 마침내 쉬 헤네리스는 재결합하여 [Sinfonia para Adolescentes]를 발표했다.

2. 이 앨범이 발표된지 30년이 지났다. 한국에 살고 있는 내가 30년 묵은 이 아르헨티나산(産) 앨범을 구할 수 있는데, 한국에서 1972년에 나온 앨범을 구하려면 별의별 쇼를 다 해야 한다. ‘어떤 음반이 있었냐’고 묻는다면 4월과 5월, 이장희, 서유석, 방의경, 양희은 등의 음반이 있었다. ‘한국 포크 록’의 명반들이라고 할 만한 음반들이다. 불행히도 앨범의 타이틀조차 불명확한 채 ‘아무개 작편곡집’, ‘아무개 작품집’, ‘새노래 모음’, ‘고운 노래모음’ 이런 제목이 붙어 있지만…. 참고로 서유석의 음반은 ‘신중현 작편곡집(!)’으로 “선녀”가 수록된 음반을 말한다.

수록곡
1. Cancion para mi muerte
2. Necesito
3. Dime quien me lo robo
4. Estacion
5. Toma dos blues
6. Natalio Ruiz, el hombrecito del sombrero gris
7. Mariel y el Capitan
8. Amigo vuelve a casa pronto
9. Quizas porque
10. Cuando comenzamos a nacer
11. Posl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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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Sui Generis 홈 페이지
http://www.geocities.com/SoHo/2457
Sui Generis 팬 페이지
hhttp://usuarios.lycos.es/Pabrup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