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709015457-0413yolatengo_fakebookYo La Tengo – Fakebook – Bar None Records, 1990

 

 

이질적인, 그러나 도발적인, 하지만 온순한 발광(發光)

추측성 기사가 난무하는 가운데 비록 ‘혹시’나 ‘설마’에 미혹 당하거나 휘둘리는 것에 대하여 심히 괴로워하지만 이따금 마조히즘적인 쾌감을 종종 느낀다면 마음 편하게 추측성 발언 하나 해보려 하는데, 올 뮤직 가이드(All Music Guide)에서는 요 라 텡고(Yo La Tengo)의 스타일을 “Noise Pop, Dream Pop, Indie Rock, Alternative Pop/Rock”이라 적고 있다. 그때 등뒤에서 카플란(Ira Kaplan)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물론 추측이다.

이미 알고 있었겠지만(실은 그동안 몰랐기에 적는다) “fake book”이란 “해적판의 가요곡집, 판권을 설정하지 않은 간이 악보집”이란다. 뭔가 아귀가 맞는 것 같지 않은가? 여기에 별로 상관은 없지만 한 가지 더 부연하여 당신이 소장하고 있는 요 라 텡고의 CD에서 다음의 문구를 찾아보라. “All rights reserved, All wrongs reserved.” 슬슬 지겨워지겠지만 원문은 찾을 길 없어 구두로만 전해져오던 근거 없는 인터뷰를 인용하자면, “질문: 당신들의 음악은 늘 새롭다. 도대체 얼마나 다양할 수 있는가? 답: 수도 없이 많다.” 그리하여 평소의 노랫소리처럼 나직이 중얼거리며 [Fakebook]을 건널 때는 이에 대한 화답의 결정판으로서 포스트 잇에 “Shut the f**k up”이 적혀 있지 않을까(비난에도 지치지 않는 추측성 발언의 남발이란 것을 잘 알고 있으니 야유는 이제 그만).

그리하여 청명한 아침햇살에 창문을 열면 하늘거리는 풀잎조차 싱그러워 보일 듯한 노래 “Can’t Forget”이 첫 장을 장식하고 있는 [Fakebook]은, 요 라 텡고 특유의 시니컬함이 배어있는, 은연중에 청자가 갖게 될 역(逆)매너리즘의 경고로써 오리지낼러티가 상실된 커버곡을 전면에 배치하지만 그것을 다시 오리지낼러티로서 승화시킨 앨범이다. 여기에는 몇 겹의 음향이 프리즘의 파노라마를 내기보다는 단촐하고 소박한 포크, 컨트리 성향으로 채워져 있는데, 대부분의 곡은 채 3분을 넘지 않으며 의뭉스러운 미소를 짓고 ‘상큼 발랄하게’ 흘러나오니,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가 [이웃집 토토로]로 일본에 진 빛을 갚았다고 이야기하듯 요 라 텡고가 ‘조국’에 진 빛을 갚기 위함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지극히 아메리칸 로큰롤적인 사운드가 펼쳐진다.

그렇다고 모든 곡들이 생면부지의 얼굴을 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이미 [Everything Is Nice – The Matador Records 10th Anniversary Anthology]에서 [I Can Hear The Heart Beating As One]의 “Sugarcube”를 구슬프게 불렀던 전력(이라기보다 후력(後歷)이 맞겠지만)이 있듯이 커버곡들은 전체 컨셉에 맞게 획일적이기도 하지만 “What Comes Next”나 “Did I Tell You”, “Barnaby, Hardly Working” 등의 스스로의 곡들은 어쿠스틱 기타가 전면에 나서면서 총체적 이미지에 따르는 듯 하면서도 고즈넉하고 정적인 느낌으로 서서히 상승해 가는 곡선이 그어져있고 음색은 중얼거림을 계속한다. 따라서 “Emulsified”의 출렁거리는 보컬이 과격하게 들리거나 동요(童謠) 같은 “Griselda”, “Here Comes My Baby”의 4박자가 정직해 보이지 않기도 하니, 이 음반만을 홀로 놓고 본다면 심심하기 그지없다.

그런 만큼 역설적이지만 [Fakebook]의 사운드는 약간의 당혹스러움이 찰랑거리고 있는데, 그들의 모든 앨범들 가운데 보다 큰 보폭의 이질감은 왈가닥 아가씨가 요조숙녀행세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빈 듯한 공허함은 밋밋하게 느껴지기도 하여 거부감이 들지도 모르겠으나, 음색과 빗겨나가던 음률이 (그것이 매력이자 장점이었기도 하지만) 모처럼 동참하여 담백한 기운을 전해주니 포근한 마음에 숙면을 이룰 수도 있겠거니와 별다른 고통이나 흥분 없이 어둠 속에서 편안히 발광(發光)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020706 | 이주신 [email protected]

6/10

수록곡
1. Can`t Forget
2. Griselda
3. Here Comes My Baby
4. Barnaby, Hardly Working
5. Yellow Sarong
6. You Tore Me Down
7. Emulsified
8. Speeding Motorcycle
9. Tried So Hard
10. Summer
11. Oklahoma, U.S.A.
12. What Comes Next?
13. One to Cry
14. Andalucia
15. Did I Tell You
16. What Can I 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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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Yo La Tengo 공식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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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 La Tengo 비공식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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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타도어 레이블 Yo La Tengo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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