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614045100-arcNeil Young & Crazy Horse – Arc – Reprise, 1991

 

 

실험실보다 자갈밭

몇 번인가 국제영화제 등을 통해서 국내에도 소개되었던 이아라 리(Iara Lee)의 일렉트로닉 음악에 대한 다큐멘터리 [Modulations](1998)의 한 장면에서는 마일즈 데이비스(Miles Davis)의 1960년대 후반의 일련의 작업들([In A Silent Way](1969), [Bitches Brew](1969) 등)의 편집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상태에서’ 도입된 ‘오려붙이기(Cut & Paste?)’를 언급하면서 이러한 수법이 후대의 일렉트로닉 음악에 영향을 끼쳤음을 암시한다. 그런데 이러한 오려붙이기는 프랭크 자파(Frank Zappa)의 [Freak Out!](1966)를 필두로 60년대 후반의 일련의 싸이키델릭 록 음악에서 본격적으로 시도된 바 있는데, 닐 영(Neil Young)의 1991년작 [Arc]는 이러한 싸이키델릭 록 혹은 이후의 전위적인 아트록과 유사하게 들리는 구석이 있다.

닐 영의 건제를 알린 90년작 [Ragged Glory] 앨범 발매에 이어 소닉 유스(Sonic Youth), 다이노서 주니어(Dinosaur Jr.)등을 대동하여 가진 “Don’t Spook The Horse” 투어는 라이브 앨범 [Weld]라는 결과물을 낳았고, 동시에 그는 이 공연의 음원들을 오려붙여서 35분여의 노이즈 난장판을 [Arc]라는 제목으로 내놓게 된다.

단 한 트랙으로 이루어진 이 앨범에서 두드러지는 부분은 거의 없다. 시종일관 닐 영의 기타 피드백과 긴박한 드럼 사운드가 등장하지만 이는 전개상의 어떤 강조점도 없는 듯이 부유하다 흩어지고 만다. 그러한 까닭에 후반부에 잠시 등장하는 리듬파트의 변화를 제외하고는 구성상의 변화를 찾아보기가 힘든 게 사실이다. 간간이 들리는 보컬의 경우도 불명확하고 상당히 김이 빠져 있다-평소의 보컬보다 더 음정이 안 맞아 있는 몇몇 후렴구들에서 “Love And Only Love”, “Like A Hurricane” 등의 곡들을 어렴풋이 알아챌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전개상의 특징은 그가 오려붙인 음악적 재료가 특히 곡들의 전주와 후주부분에 집중되어 있음에도 기인할 것이며, 때로는 라이브 연주에서 한 곡을 마무리하는 부분에 지겨울 정도로 계속되는 즉흥연주처럼 느껴지는 까닭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음악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닐 영의 디스코그라피에서는 무척이나 이색적이라는 점은 일단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데, 따지고 보면 그는 유사한 길을 걷는 듯하면서도 끊임없이 부유하고 실험해 오던 존재가 아니었던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닉 유스가 공연의 오프닝을 섰다는 점에서 이 음반이 제작된 계기를 유추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Arc]는 너바나(Nirvana)의 “Endless, Nameless”의 무절제한 확대라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겠다. 혹은 ‘기타 노이즈의 실험’이라는 측면에서 루 리드(Lou Reed)의 [Metal Machine Music](1975)과 종종 비교되기도 하는데, 두 사람의 음악적 색깔의 차이만큼이나 이 두 음반은 차별점이 드러난다. 후대 노이즈 록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되는 루 리드의 작품은 근래의 노이즈 실험가들에 비해 오히려 얌전한 앰비언트 음악처럼 들리는 반면-그러고 보니 은근히 로버트 프립(Robert Fripp)과 브라이언 이노(Brian Eno)의 공동작업들과 은근히 닮아있는 것 같기도 하다-후자의 경우는 닐 영 특유의 기타 피드백과 긴박감 있는 리듬 파트의 상승과 하강의 반복만이 주조이다.

지겨운 것만으로 따지면 서로 만만치 않은 음반들이겠지만 루 리드의 그것이 정말 ‘거대한 냉장고의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반복해서 듣고만 있는 듯한 짜증나는 경험 속에서 묘한 편안함을 얻는-레스터 뱅스(Lester Bangs)가 ‘머릿속의 숙변을 텅 비워주는’ 것 같은 음반이라 평가했던 기억이 난다-느낌으로 과도한 노이즈를 지리할 정도로 똑같이 반복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무의미’와 같은 효과를 얻는데 반해 닐 영의 그것은 다양한 상념의 파노라마에 가깝다. 즉 닐 영은 그 자신이 취한 음악적 재료의 근간인 컨트리와 블루스의 감흥이 기타 노이즈 속에서 불투명하게 명멸하는 것을 그냥 방치하는 것같이 들린다. 그런 까닭에 이 음악은 소닉 유스보다는 다이노서 주니어에 가깝게 들리며, 실험실에 들어서기보다는 여전히 자갈밭을 달리고 있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헝가리의 영화감독 벨라 타르(Bela Tarr)의 7시간 30분짜리 영화 [Satantango](1994)에 대해 빌리지 보이스(Village Voice)의 짐 호버만(Jim Hoberman)은 ‘monsterpiece’라는 용어로서 일반적 기준의 ‘걸작(masterpiece)’과는 다른 의미에서의 경의를 표한 바 있다. 아마도 35분간의 기타 노이즈 속에 슬픔과 분노같은 감정에 몸을 내맡긴다면 닐 영의 [Arc]에게 이러한 칭호를 붙여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덜 익은 실험이 낳은 게으른 실패작’ 정도로 취급하더라도 할 말은 없다. 그것은 듣는 개개인에게, 그리고 한 개인에게 있어서도 다양한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20020603 | 김성균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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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곡
1. A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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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Neil Young 공식 사이트
http://www.neilyoung.com
Neil Young 비공식 사이트
http://www.hyperrust.org
Neil Young 팬 사이트
http://www.ogctheatre.com/oldgreycat/neil.htm
http://www.azlyrics.com/y/young.html
http://www.tapersalmanac.com/neilsongs.html
CD Now의 “The 10 Essential Neil Young Albums”
http://www.cdnow.com
영국의 음악 평론가 실비 사이먼즈(Sylvie Simmons)의 Neil Young 음반 가이드
http://www.q4music.comn_the_media.html/promoid=6264
영국의 음악 평론가 실비 사이먼즈(Sylvie Simmons)의 Neil Young 음반 가이드
http://www.q4music.com/buyersguides/DisplayList_ArtistByArtist.cfm?ObjectUUID=4D1B859C-9AC6-11D4-84430002553035E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