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606020639-andrew20w_k_Andrew W.K. – I Get Wet – Island/Universal, 2001

 

 

아바와 메가데쓰의 놀라운 협연

작년(2001)에 영국의 대중 음악지 NME(New Musical Express)의 표지 모델을 두 번이나 장식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앤드류 W.K.(Andrew W.K.)는 앤드류 W.K.가 이끌고 있는 밴드의 이름이다. 키보드 소리의 촌스러운 사용과 댄스 팝처럼 단순하고 명쾌한 리듬과 멜로디, 영국 음악지들의 호들갑스러운 찬사를 보면 분명히 영국 밴드임이 틀림없을 듯 한데, 스트록스(The Strokes)나 화이트 스트라입스(The White Stripes)처럼 이들은 미국에서 발굴된 밴드였다.

데쓰 메탈(death metal)에서나 들을 수 있는 그르렁거리는 보컬 스타일과 몇몇 곡에서 등장하는 두터운 전자 기타, 낵(The Knack)의 My Sharona로 대표되는 파워 팝(power pop) 스타일의 강하고 뚜렷한 악곡 구조와 멜로디, 1980년대의 블론디(The Blondie), 아바(The Abba)의 추억을 새록새록 일으키는 촌스러운 디스코풍의 키보드 소리. 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요소들의 조합은 밴드 정체성의 원류를 종잡을 수 없게 만든다. 그나마 보컬인 앤드류 W.K.가 네오 거라지 록의 고장 디트로이트에서 거라지 록의 고전들을 카피했다는 이력이나 밴드 구성원 대부분이 데쓰 메탈 밴드의 일원이었다는 프로필을 알고 나면 앨범 전체에 넘쳐나는 에너지와 데쓰 메탈의 코스튬 플레이가 이해가 되긴 한다.

앨범에서 가장 두드러지고 상반되는 두 곡은 이기 팝(Iggy Pop)을 떠올리게 하는 빠른 파워 팝(power pop) 스타일의 “It’s Time To Party”와 아바를 연상시키는 말랑말랑한 댄스 팝스타일의 “Got To Do It”이다. 그런데 이 두 곡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나머지 곡들은 두 곡의 기본 멜로디와 리듬을 뼈대로 하여 적절히 변주하거나 두 스타일을 혼합해서 만들어낸 느낌이다. “It’s Time To Party”를 기본으로 키보드의 비율을 좀 더 높이고 곡의 빠르기를 조금 늦추면 “Take It Over”가 되고, “Got To Do It”을 기본으로 일렉트릭 기타와 키보드의 배합을 50:50으로 맞추고 소리를 싱크(sync)시키면 “Girls Own Love”가 탄생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 앨범에서 쌍둥이같이 닮은 “Party Hard”와 “She Is beautiful”을 결코 같은 곡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은 미미한 코드의 차이를 통해서도 곡의 성격을 다르게 만드는 앤드류 W.K.의 작곡 능력 때문이며 이는 이 앨범의 장점 중 하나이다. 게다가 앨범의 모든 곡들이 통일된 것처럼 가사들도 통일성을 가지는데, 내용은 파티 타령, 여자 타령, 섹스 타령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바보 같은 쾌락지상주의도 이렇게 강하게 몰아붙이니 펑크의 저항정신처럼 하나의 에토스가 아닐까라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게다가 그게 착각이든 아니든 유치한 가사를 흠이라도 잡을라치면 ‘유치한 게 어때서?’라고 바보처럼 웃는 그의 면전에서 감히 뭐라 말할 거리를 잊게 된다. 재미는 있지만 남는 게 하나도 없는 영화를 보고 난 후처럼 다 듣고 나니 허탈하다고 말할라치면 ‘실컷 웃고 즐겼으면 됐잖아?’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달리 말해 이 앨범은 페럴리 형제(Bobby Farrelly, Peter Farrelly, 대표작 [메리에겐 특별한 것이 있다])표 영화의 주인공이 등장한 프로 레슬링이고, 음악적으로는 메가데쓰(Megadeath)와 아바의 협연한 것 같다. 이 앨범의 가장 큰 미덕이라고 한다면 메가데스와 아바의 결합을 통해서도 양질의 사운드를 뽑아낼 수 있다는 새로운 화학식의 조합을 제시했다는 것이고, 또한 그런 조합을 통한 결과물에는 강렬한 에너지를 가지고 듣는 이를 기분 좋게 만드는, 이른바 바보 같은 낙천성이 있다는 점이다. 우습게도 이 앨범이 가진 음악적인 촌스러움과 생각 없어 보이는 가사는 아주 탄탄하게 결합하여 빈틈을 보이지 않고 앨범에 대한 어떠한 심각한 비평도 무기력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은 ‘다음 앨범에서 두고보자.’ 하지만, 사실은 이렇게 파워풀한 촌스러움과 단순함이 다시 반복된다면 도저히 용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20020601 | 이정남 [email protected]

7/10

수록곡
1. It’s Time To Party
2. Party Hard
3. Girls Own Love
4. Ready To Die
5. Take It Off
6. I Love NYC
7. She Is Beautiful
8. Party Til You Puke
9. Fun Night
10. Got To Do It
11. I Get Wet
12. Don’t Stop Living In The Red

관련 사이트
Andrew W.K.의 공식 사이트
http://www.awkwor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