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606023004-princePrince – The Rainbow Chidren – NPG/SM tracks, 2001

 

 

이미 소진되어버린 1980년대의 전설

‘이전에 프린스라 불리웠던 아티스트’가 드디어 프린스(Prince)라는 이름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애초에 예측불허였던 그의 모습을 기억한다면 ‘프린스’라는 이름으로 한 컴백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긴 힘들 듯하다. 오히려 중요한 점은 ‘천재’에서 ‘기인’으로 설정이 바뀌면서 잊혀졌던 그의 진짜 모습이 오랜만에 ‘음악’으로 드러났다는 점일 것이다.

미국에서는 작년 말, 국내에서는 얼마 전 발매된 프린스(이제 생각하니 반갑다. 근 10여 년 만이니….)의 새 앨범 [The Rainbow Children]은 특별한 색깔없이 정력적인 창작열만을 과시하던 1990년대 프린스의 음악과는 달리 재즈의 차용이라는 새로운 시도가 귀에 들어온다. 한때 잘 나가던 케니 지(Kenny G)류의 퓨전재즈 열풍 덕에 국내에서도 알려진 네이지(Najee)가 색소폰을,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Sly & The Family Stone)의 멤버였던 래리 그레이엄(Larry Graham)이 베이스를 맡아 퓨전재즈의 세련됨, 흑인음악의 펑키함, 네오소울의 섹시함이라는 다양한 세대의 음악을 조화시키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10여 분 동안 재즈와 묘한 느낌의 기계음 목소리, 특유의 가성을 이용해 특이한 곡 구성을 보여주는 타이틀 곡 “Rainbow Children”은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가장 잘 표현해 주는 곡이다. 허나 의도적으로 변형된 기계음의 목소리는 미래 지향적이면서 일렉트로닉한 트렌드를 표현하는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시종일관 귀에 거슬린다. 이는 앨범의 절반 정도의 곡에 들어가면서 앨범 전체의 느낌을 부정적으로 만드는데 일익을 담당한다.

여전히 매력적인 곡들은 오히려 예전 훵크의 아우라를 그대로 계승하고 있는 몇몇 곡이나 프린스만이 낼 수 있는 팔세토 창법이 돋보이는 곡들이다. “The Work Pt.1″은 래리 그레이엄의 생생한 베이스 라인이 피-훵크(p-funk)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The Everlasting Now” 또한 전혀 진부해지지 않은 훵크의 진수를 과시한다. 그와 대비되는 곡들인 “Mellow”나 “Muse 2 The Pharaoh”는 디안젤로(D’Angelo)로 대표되는 네오소울의 뿌리를 보여주지만, 오히려 원초적 선정성에서는 압도하는 느낌을 준다. 알앤비 발라드 안에서도 자신만의 아우라를 드러내고 마는 “She Loves Me 4 Me” 또한 지나칠 수 없는 순간이다.

전체적인 느낌을 정리해 보면 그의 위악(僞惡)은 많은 부분 거세되었다는 것과(최근 독실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의 모습을 보여주였던 것과 연관이 있는 듯하다), 지지부진했던 지난 십여 년의 대안으로 대중적인 매력과 좀 더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조화시키려는 노력이 크게 드러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문제는 1980년대 그가 들려주었던 ‘힘’을 느끼기엔 너무 소진되어 버렸다는 점이고, ‘바뀐 세상’에서 그의 ‘기행’이나 ‘위악’ 정도는 이제 평범해져 버렸다는데 있다. 그러고 보니 그는 자신의 이름이 잊혀지고 있던 그 기간 동안에도 1, 2년에 한 장 꼴로 앨범을 발표해 왔다. 혹시 그것이 문제는 아닐까. 10년을 기다려도 좋으니 ‘기인’이 아닌 ‘천재’의 진짜 음악을 다시 만나고 싶을 뿐이다. 20020531 | 박정용 [email protected]

6/10

수록곡
1. Rainbow Children
2. Muse 2 The Pharoh
3. Digital Garden
4. The Work Pt.1
5. Everywhere
6. The Sensual Everafter
7. Mellow
8. 1+1+1 Is 3
9. Deconstruction
10. Wedding Feast
11. She Loves Me 4 Me
12. Family Name
13. The Everlasting Now
14. Last Dec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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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NPG Records 공식사이트
http://www.love4oneano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