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601100916-KatiaKatia Guerreiro – Fado Maior – Ocarina, 1999(국내 배급 강 앤 뮤직(Kang & Music)/록 레코드, 2002)

 

 

아말리아 로드리게스의 재림 혹은 리스본 파두의 업데이트

포르투갈에 대해 평균적 한국인이 알고 있는 것이라곤 ‘한국의 월드컵 16강 진출의 최대 걸림돌’ 정도일 것이다. 조금 나이가 든 사람이라면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를 풍미했던 축구 스타 에우제비오(Eusebio)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으려나… 하지만 포르투갈의 음악 문화인 파두(Fado)에 관한 이야기도 드문드문 들려오고 있기는 하다. ‘파도’가 아니라 ‘파두’로 읽는다는 기본적 발음에 관한 이야기나, 파두라는 단어가 ‘운명’이라는 뜻의 포르투갈어 파툼(fatum)에서 파생되었다거나, 파두가 싸우다드(saudade)라는 포르투갈의 고유의 정서를 표현하고 있다거나, 파두에는 ‘바다’와 ‘항구’라는 포르투갈 특유의 배경이 있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이제는 상식이 되었다. 파두 뮤지션을 파디스따(Fadista)라고 부르며, 파디스따의 지존이 고(故) 아말리아 로드리게스(Amalia Rodrigues)라는 사실도 이제는 많이 알려진 일이다. 또한 ‘세속적’인 리스본 파두(Lisbon Fado)와는 별도로 보다 ‘예술적’인 꼬임브라 파두(Coimbra Fado)라는 파두의 또 하나의 갈래가 있다는 사실도 한번쯤 들은 적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월드 뮤직’에 대한 소개가 ‘개론’ 이상을 벗어나면 별로 인기가 없는 상황에서 파두에 대한 이야기도 많은 진전은 없는 것 같다. 이는 또한 정작 포르투갈에서 파두의 지위가 예전 같지는 못하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하다. 오늘날의 파두는 ‘리스본의 관광호텔이나 꼬임브라 대학의 워크숍에서나 들을 수 있는 음악’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으니까… 물론 현존하는 인물들 가운데 미시아(Misia)처럼 정통 파두를 견지하는 경우, 둘쎄 뽕치스(Dulce Pontes)처럼 파두의 ‘국제화’에 공헌하는 경우, 베빈다(Bevinda)처럼 파두와 프렌치 팝을 섞은 경우가 있지만 이들의 ‘고군분투’가 새로운 흐름으로 이어지는 것 같지는 않다. 한 마디 더. 넬리 푸르타두(Nelly Furtado)의 음악을 파두라고 부르면 제니 최(Jenny Choi)의 음악을 트로트라고 부르는 셈일 것이다.

그 점에서 까치아 게헤이루(Katia Guerreiro)의 데뷔 앨범 [Fado Maior]는 주목되는 음반이다. 무엇보다도 이 음반이 2001년 6월에 발표된 비교적 ‘따끈따끈한’ 작품이라는 점과 음반의 주인공이 1976년생(生) 파릇파릇한 처녀라는 사실이 무언가 새로운 조짐을 느끼게 해준다. 그녀는 이미 스타덤에 오른 끄리스띠나 브랑꼬(Cristina Branco)와 더불어 ’21세기 파두를 이끌어나갈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고 하니 경청해봐야겠다.

게헤이루의 경력에는 다소 특이한 면이 있다. 다름 아니라 그녀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태어나고 포르투갈 조그만 섬 아소리스에서 성장했다는 점, 그리고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지금도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이런 특이한 성장과정이 그녀의 음악에 미친 영향은 ‘거의 없다’고 말해도 괜찮을 것이다. 그보다는, 그녀의 노래나 용모가 젊은 시절의 아말리아 로드리게스를 빼어 박았다는 사실이 주목할 만하다. 특히 “Amor de Mel, Amor de Fel”이나 “Asa de vento”는 ‘아말리아 로드리게스가 남긴 레코딩을 디지털 리매스터링한 것’이라고 거짓말을 해도 왠만한 사람은 속아넘어갈 만하다. 실제로 게헤이루는 2000년 10월 리스본의 콜리제우에서 개최된 아말리아를 위한 추모음악제에서 아말리아의 노래를 불러서 그랑프리를 차지했다고 한다. 실제로 감정이 풍부하면서 굵은 목소리 톤이나 인위적이지 않으면서도 기교가 많은 듯한 창법은 죽은 아말리아가 재림한 것처럼 보인다. 전기 악기를 사용하지 않고 두 대의 기타(하나는 포르투갈 고유의 작은 기타다)와 베이스(콘트라베이스) 등 어쿠스틱 악기만을 사용한 편곡도 아말리아 로드리게스 특유의 ‘청승맞으면서도 정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양손을 뒤로 한 채 눈을 지긋이 감고 노래부르는 모습(CD 뒷면을 보라)도 아말리아와 똑같지는 않지만 노래에 몰입하는 모습만큼은 공통적이다. 앨범 수록곡들 대부분이 창작곡이 아닌 기성곡들이라는 점도 아말리아와의 비교 효과를 증대시킨다.

이런 특징은 ‘좋은’ 것일까. 한편으로 아말리아가 세상을 떠났어도 파두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나쁘지 않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파두가 이제는 ‘고전’으로 화석화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아마도 그녀의 다음 음반이 나온다면 이런 질문에 대한 답변이 보다 명쾌해질 것이다. 20020529 | 신현준 [email protected]

7/10

수록곡
1. Asas
2. Algemas
3. Amor de Mel, Amor de Fel
4. Promessa
5. Guitarra Triste
6. Ave Maria
7. Incerteza
8. Asa de Vento
9. E Noite Na Mouraria
10. Minha Lisboa de Mim
11. A Marquinjas Vai a Fonte
12. Esquina de un Tem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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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오까리나 레이블 공식 사이트에서의 음반 리뷰
http://www.ocarina-music.pt/Estrutura/destaque.htm
포르투갈 웹진에서의 음반 리뷰(포르투갈어)
http://attambur.com/OutrosSons/Portugal/katia_guerreiro_fado_maior.htm